앵커: 7년 만에 북한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직접 시 주석을 맞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8일 평양 순안공항을 통해 북한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틀 일정으로 국빈 방문한 시 주석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했습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 부부가 탑승한 전용기는 이날 정오쯤 착륙했고,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이들을 맞았습니다.
공항에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붉은 카펫과 함께 대형 중국 오성홍기와 북한 인공기가 걸렸고, 환영 문구도 한국어와 중국어로 내걸렸습니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대형 초상화가 배치된 김일성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환영 행사를 마친 이들은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시 주석은 방북을 앞두고 북한 관영매체에 기고한 글에선 7년 전 한반도 평화와 대화·협상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반패권 연대와 북중 전략협력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지난 2019년 방북 당시 기고문에선 여섯 차례 등장했던 ‘조선반도’라는 표현은 이번엔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반면 ‘국가주권’, ‘안전’, ‘전략적 협조’, ‘국제질서’ 등의 표현이 반복됐습니다.
시 주석은 이번 기고문에서 “국가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견결히 지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녕, 국제적인 공평과 정의 그리고 전후 국제질서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를 반대하며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위해를 주는 모든 야욕과 책동을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기고문에는 없던 ‘세계의 다극화’라는 표현도 썼는데, 미중 전략경쟁 하에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시 주석은 지난 2019년 기고문에선 한반도 정세 완화와 미북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치적 해결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시 주석 방북을 계기로 북중이 북한 핵문제를 논의할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원론적 입장만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핵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 측 입장과 정책은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중국이 여전히 북한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시 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에 대해서는 적시에 발표할 예정이니 계속 지켜봐 달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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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장기적으로 반드시 북 비핵화 향해 가야”
이런 가운데 이재명 한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가 장기적으로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는 점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 우리가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비핵화를 향해 가야 합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북한이 체제 위협을 느끼지 않고 ‘핵무기가 없어서 되겠네’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게 하면 되겠죠.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상에 매달려 현실을 도외시해서도, 현실에 매달려 이상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핵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제재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로 하고 있다”면서도 대북제재를 우회할 통로가 러시아 쪽으로는 확실히 열려 있고 중국 쪽으로도 확실히 닫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 중국 쪽 문이 확실히 닫혔는지 알 수 없고, 러시아 쪽 문은 확실히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아무리 압력을 넣어도 다 빠져 나갑니다. 제재가 그렇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아쉬운 현실입니다.
북한이 지금도 핵무기 수십 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 북한은 지금 이 순간에도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기에서 20기 정도, 그 정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고, 계속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도 계속 성능을 개선해서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고 합니다.
이 대통령은 다만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현재 상태로 상황을 중단시키는 것 만으로도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일각에서 제기된 주장을 일축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 우리가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핵무장을 할 수 없거든요.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은 가만히 있을까요? 대만은 가만히 있을까요? 동아시아는 가만히 있겠습니까? 모두 핵무장을 해서 온 동네가 핵천지가 되겠죠.
이 대통령은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엄청난 국제 제재가 뒤따르는데, 대외의존도가 큰 상황을 감안하면 극복 불가능한 일이라며 자체 핵무장론이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무기 수출 및 해외이전 가능성과 관련해선 “체제 보전·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면 수출할 것”이라며 “이걸 막는 것만으로도 국제사회에 이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핵물질 추가 생산 중단, 핵물질 해외 반출 저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만 단기 목표로 잡고 협상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비핵화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현실을 방치해 더 나쁜 상황을 만드는 것이며, 이 같은 진단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른 국가 정상들에게도 계속 전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나빠지기 어려울 만큼 나빠져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 헌법이 정한 바의 길을 가야 한다”며 “평화적인 통일 지향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재 상태에서 통일을 이야기하면 더 관계가 나빠질 것”이라면서 일단 소통과 대화, 존중과 공존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또 한국이 관계 개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한 성과로 북한에서 날아오던 오물풍선과 대남방송이 끊긴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석 자 얼음이 하루 만에 녹겠느냐’고 한중관계를 빗대 말했던 것을 언급하며 “남북 관계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역사의 눈으로 보면 70~80년은 길지 않다”면서 “분단돼서 대결하는 상황도 길게 보면 그렇게 오래되고 심각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낙관론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