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스러운 ‘북한판 이지스함’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한 신형 호위함
북한 신형 호위함 북한 신형 호위함 (조선중앙통신)

칼 빈슨 입-항하니 김여정 입-험해졌다

(진행자) 지난 주 한국 부산항에는 8개월 만에 미국의 초대형 항공모함이 입항했습니다. 칼 빈슨 항공모함 입항과 함께 미국이 동해상에서 북한을 겨냥한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있는데, 북한이 강력 반발 하면서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요?

(이일우) 지난 3월 2일, 미 해군 제1항공모함타격전단이 한국의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입항했습니다. 칼 빈슨 항모를 중심으로 이지스 순양함과 이지스 구축함 각 1척으로 구성된 미 항모전단은 지난 2월부터 남중국해와 필리핀해에서 쉴 틈 없이 임무를 수행하고 왔기 때문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한반도 인근에서 한미일 연합훈련에 나섭니다. 그리고 미 항모가 부산에 왔을 때, 미국은 괌에 배치된 B-1B 폭격기를 일본 북부의 미사와 공군기지에 몇 차례 전개시켜서 재무장 및 연료 재보급 출격 훈련을 했습니다. B-1B는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고, JASSM 스텔스 순항 미사일을 24발 탑재할 수 있어서 이 폭격기와 항모의 한반도 주변 동시 전개는 북한에게 대단히 위협적이었을 것입니다.

예전에도 몇 번 소개했지만, 북한은 F-35C 전투기를 탑재한 미국의 항공모함을 대단히 두려워 합니다. 항모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없을뿐더러, 항모에서 발진하는 F-35C는 내부에 2천 파운드 정밀유도폭탄이나 B61 전술핵폭탄을 싣고 평양 상공에 은밀하게 침투 가능한 스텔스 전투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김여정이 나서서 “수중에 보유한 모든 수단들을 동원해 국가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고수하려는 우리의 의지와 능력을 시험에 들게 하지 말라”고 위협했습니다.

서양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항모 전개를 격한 어조로 비난 했지만, 사실 바다에 떠 있는 항모를 북한이 어찌할 방법은 없습니다. 미국의 항모는 미사일이나 폭격기, 잠수함으로 대응 가능하다고 믿었던 소련이 쿠바 위기 이후 항모와 순양함 같은 수상함대 건설에 나선 것은 해군은 해군으로만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최근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전투함 건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서해 남포에서 건조 중인 사실이 공개된 북한판 이지스함이 최근 동해 청진조선소에서도 건조 중인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러한 중대형 전투함을 건조하는 데는 높은 수준의 기술도 필요하지만, 전차나 장갑차, 항공기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북한이 이런 전투함을 동시에 2척이나 건조하고 있다는 것은 김정은의 해군력 증강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 레이더, 크기도 성능도 남 절반 수준

(진행자) 군사전문가들은 군함을 모든 군사과학기술의 집약체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지스함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전투함을 아무나 못 만드는 이유도 그만큼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인데, 북한이 동시에 2척이나 만들고 있는 북한판 이지스함,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나요?

(이일우) 북한은 지난해 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신형 호위함 건조 현장을 일부 공개했는데, 해당 사진을 통해 분석된 이 군함의 크기는 길이 117m, 폭 16m 정도로 추정됐습니다. 선체 크기만 놓고 보면 러시아의 어드미럴 그리고로비치급과 유사한데, 함교와 상부구조물이 훨씬 크기 때문에 배수량은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과 유사한 5,000톤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대로 등장하면 북한이 그동안 보유했던 그 어떤 전투함보다 더 큰 군함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해군 어드미럴 고르쉬코프 호위함 출처 - 러시아 국방부)

북한은 이 군함에 어떤 무장을 장착할 것인지 지난 몇 년간 있었던 무장장비 전시회에서 힌트를 흘렸습니다. 이란이 서방제 76mm 함포를 복제한 Fajr-27 함포의 북한판 복제품이 주포로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 함포와 함교 사이 공간, A-position에는 수직발사기가 설치되고 여기에 번개-5호나 번개-6호와 같은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별찌-1-2와 같은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의 해상형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체 중앙 함교와 연돌 사이에는 바다수리-6형과 같은 함대함 미사일과 불화살, 화살 시리즈의 함대지 순항 미사일, 경어뢰가 탑재될 것으로 보이고, 만약 러시아가 해상작전헬기를 제공해준다면, Ka-32와 같은 헬기 탑재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Fajr-27 함포 복제품과 별찌-1-2
북한 Fajr-27 함포 복제품과 별찌-1-2 북한 Fajr-27 함포 복제품과 별찌-1-2 (조선중앙통신)

이러한 무장들을 잘 운용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레이더입니다. 사진 속 북한 전투함에는 함교 구조물 아래에 위상배열레이더 설치 공간이 식별됩니다. 문제는 이 레이더 설치 공간이 미국이나 한국 등이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 시스템의 위상배열레이더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이지스함이 사용하는 SPY-1D 레이더는 높이와 폭이 4m에 달하지만, 북한 군 함의 레이더 거치대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식별됩니다.

위상배열레이더의 성능은 레이더에 사용되는 송수신 모듈의 개수와 출력에 비례하는데, 북한판 이지스 레이더의 크기가 이렇게 작다는 것은 그만큼 송수신 모듈이 덜 들어가고, 출력도 낮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레이더의 성능은 레이더라는 하드웨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도 대단히 중요합니다. 미국은 반세기 가까이 이지스 시스템을 운용하며 소프트웨어 개량을 계속해 왔지만, 북한, 그리고 북한에게 기술을 제공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판 이지스함은 외형은 그럴싸해도 레이더 탐지 거리나 표적 처리 능력 등 전반적인 성능은 한국의 구축함들에는 훨씬 못 미치고, 해역함대의 호위함들 정도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신형 호위함 위상배열레이더 설치부
북한 신형 호위함 위상배열레이더 설치부 북한 신형 호위함 위상배열레이더 설치부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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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엔 그저 넘사벽, K전투함

(진행자) 북한이 야심차게 건조하고 있는 북한판 이지스함, 그 성능이 한국해군 이지스함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한국해군 호위함 정도와 견줄 수 있다는 평가를 김정은과 북한 지도부가 들으면 충격을 받을 것 같은데, 북한이 국력을 기울여 2척 만들고 있는 그런 전투함을 한국은 수십 척을 찍어내고 있다고요?

(이일우) 한국해군 전투함 가운데 북한의 신형 전투함과 유사한 크기의 군함들을 소개해 보자면 호위함 전력 가운데 가장 하위 전력인 길이 114m, 폭 14m 만재배수량 3천 200톤의 인천급 호위함이 있습니다. 이 배는 6척이 건조됐고, 각 배마다 함대함 미사일 8발, 함대지 미사일 8발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길이 122m, 폭 14.2m, 만재배수량 3,600톤으로 더 커진 대구급 호위함이 8척 건조 됐습니다. 이 배는 함대함, 함대지, 함대잠 미사일은 물론, 함대공 미사일을 싣고 있고, 상당한 수준의 스텔스 설계가 적용됐습니다. 인천급과 대구급, 이들 두 종류만 해도 14척으로 북한이 건조 중인 호위함의 7배 규모입니다.

한국해군 충남함
한국해군 충남함 한국해군 충남함 (HD현대중공업)

이것과 별개로 길이 129.2m, 폭 14.8m, 만재배수량 4천300톤으로 훨씬 커진 충남급 호위함이 도입되고 있는데, 이 배는 미니 이지스함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성능인 위상배열레이더를 갖추고 있고, 향후 더 다양한 무장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충남급은 앞으로 3년 안에 6척이 배치되는데, 앞서 소개한 인천급, 대구급에 이 물량을 합치면 20척에 달합니다. 한국은 이 충남급을 더욱 개량한 차기 호위함 건조 계약도 체결해 놓은 상태인데, 2032년까지 6척이 건조될 예정이어서 전체 호위함 숫자는 26척이 될 예정입니다.

북한은 앞서 공개한 1500톤 규모의 압록급 경비함 2척, 두만급 경비함 1척을 최근 전력화했고, 여기에 신형 호위함 2척을 더 만들고 있는데, 이 5척을 전부 합쳐도 한국해군 호위함 전력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물론 개별 전투함 성능 격차는 그야말로 까마득한 수준이기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신형 전투함 건조에 열을 올린다고 해도 김정은이 원하는 해군력 격차 추격 같은 상황은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에서” 북은 선택지가 없다

(진행자) 남북 간 해군력 격차가 워낙 심하게 벌어져서 북한이 아무리 신형 전투함을 많이 만든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김정은은 왜 해군력 현대화에 나선 것일까요? 그리고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이 북한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이일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군력 건설에는 정말 많은 돈이 들어갑니다. 이지스함이라고 부를 수 있는 미국과 한국의 대형 방공 구축함들은 1척에 10~20억 달러가 우습고, 어지간한 중형 호위함들은 1척에 5~8억 달러를 가볍게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방 세계의 군함보다 저렴하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군함 건조 사례를 봐도 4,000톤급 호위함인 중국의 054A형은 1척에 3억 5천만 달러, 러시아의 어드미럴 고르쉬코프급은 1 척에 5억 달러는 줘야 합니다.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인 한국은 고성능 전투함을 이상할 정도로 싼 가격에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나라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소개한 대구급이나 충남급도 1척에 3억 달러 이상의 가격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북한의 인건비가 아무리 저렴하다고 해도 신형 호위함을 만드는데 필요한 각종 부품, 예를 들어 레이더나 디젤엔진, 가스터빈 엔진, 발전기, 통신장비 같은 부품들은 자체 생산이 안 될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인 한국에게 척당 3억 달러짜리 호위함 구매는 그리 부담될 일이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북한에게는 1억 달러도 아주 크고 부담스러운 금액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이런 전투함을 계속해서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군력에 대응 할 수 있는 군사력은 해군력뿐이기 때문입니다. 유사시 미국의 군사력은 바다에서부터 투사됩니다. 북한은 미국의 전투기, 폭격기, 미사일을 바다로부터 막아야 하는 입장이고, 미 항공모함에 탐지 불가능한 핵공격 수단인 F-35C가 배치된 이상, 이 스텔스기가 뜨기 전에 어떻게든 미 항모를 잡아야 하는 절박한 입장이 됐습니다. 바다에서 적 함대를 상대할 수 있는 함대가 필요해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에게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동맹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해군력은 유사시 대만과 서해에 집중 배치 될 것이고, 러시아 태평양함대는 한미일 해군에 맞서 북한을 지켜줄 능력이 없을 정도로 취약합니다. 따라서 북한은 바다로부터 몰려오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군력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압도적인 국력 우위에 있는 나라를 상대로 건함 경쟁에 나선 국가들은 그 끝이 반드시 안 좋았다는 것입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그랬고, 독일의 2제국과 3제국, 태평양 전쟁 때 일본이 그랬습니다. 이들은 국력에 비해 과한 해군력을 건설하려다 실패했고, 격차가 더 벌어질까 조급한 마음에 급히 전쟁을 걸었다가 결국 패전했습니다. 과연 북한이 역사를 통해 목격한 ‘실패 리스트’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