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성 갑] ‘어느 시점, 뭔가 할’ 트럼프에 관심 없는 김정은?

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알아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이승재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RFA 기자 이승재입니다.

진행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어떤 의미, 어떤 의도가 있는 걸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으며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소통이 되고 있다(there is communication).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는 매우 큰 핵 국가(He’s a big nuclear nation)이고, 매우 영리한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마도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가 말하는 북한과의 소통 방법

진행자: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를 하게 될 것이다, 애매하면서도 의미심장해 보이는데요.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짧은 언급에 전문가들의 많은 해석이 달리고 있죠. 어떤 것부터 살펴볼까요?

이승재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과는 다르게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높이 평가하는 말도 해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 예로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총비서와 연락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There is communication” 즉 북한과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누구와 언제, 어떻게 소통하는지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선 언급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는데요. 문장 그대로 미북이 비공식적인 접촉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고요. 또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의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 사실을 언급한 것인지 최근에 소통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발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총비서와의 대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총비서와의 소통 채널을 다시 복원하고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을 때까지 말썽을 부리지 못하게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가 공개적으로 이같은 발언을 한 것은 김 총비서에게 연락을 받으라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의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LEAH MILLIS/Reuters)

트럼프 핵보유국 발언은 “대화 통해 쓰다듬겠다는 뜻”

진행자: 트럼프의 이번 발언 중에 한국에서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있죠. 바로 ‘북한 핵보유국‘발언인데요. 벌써 여러 차례 언급하지 않았습니까?

이승재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북한은 핵 능력(Nuclear power)을 가졌다”, “북한은 매우 큰 핵 국가(Big nuclear nation)이다” 이런 발언을 하고 있는데요. 물론 이에 대해서 미국이 북한의 핵을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관련 주요 인사들은 북한이 현실적으로 핵을 보유했으며 이에 기반해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는 수단이라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견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RF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을 핵 국가라고 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NPT(핵확산금지조약)에서 승인한 외교적으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핵 보유 국가로 인정한다는 뜻이 아닐 것이다. 미국은 현재 중동정책을 위해 이란에 군사력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힘이 그쪽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에 북한까지 적대시 하기보다는 일단 대화를 통해서 쓰다듬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정부 당국자 역시 “북한의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라며 “미북 대화가 이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당연히 환영할 일”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북 대화가 본격화될 경우 대통령 부재 상황 속에서 한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겠죠. 이에 대해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미국과 북한이 협상을 해서 핵 위협이 줄어들면 대한민국에게 이익”이라며 “다만 막후에서 미국과 한국의 별도 채널을 통해서 한미 동맹 약화 등에 대한 대비 등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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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악수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만나 악수하고 있다. (KCNA/Reuters)

미북 대화... 트럼프와 김정은의 동상이몽

진행자: 그리고 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의 ‘어느 시점에 무엇인가 하게 될 것이다‘, 미북 대화를 암시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북한의 입장과 태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 아니겠습니까?

이승재 기자: 네. 2019년 베트남(윁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을 기억하실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기차를 타고 60시간 이상을 달려갔지만 당시 노딜, 즉 협상 결렬로 끝났었죠. 김 총비서의 입장에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인지 김 총비서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대화 손짓에 별 반응이 없고요. 일단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과정에서 미러 간 접촉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도 북한이 급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미북 관계를 특별히 개선해야 할 요인이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단 러시아 파병 등 한껏 밀착된 북러 관계에 힘입어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가 시급하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미국도 지금 시급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동 정책인 데다, 현재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역시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따라서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 때 미북 대화는 장기전이 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해결을 위해 협력할 국가로 북한을 언급해 화제가 됐습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밀월관계를 유지하게 될까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이승재 기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휴전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 중국 등 그간 밀착해 온 우호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최북서단 무르만스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휴전을 위해 노력하는 어떤 파트너와도 협력할 것”이라며 “미국은 물론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와 북한도 포함된다”고 말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북한을 국빈 방문해 북러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한 뒤 북한의 대규모 병력을 지원받았습니다.

러우 전쟁 종전 후 북한의 효용가치

진행자: 김정은 총비서가 올해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같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북러 간 밀착 관계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가속화될 지 가늠이 되는데요. 아무래도 희생이 많았던 북한군 파병의 영향이 컸겠죠?

이승재 기자: 네. 맞습니다. 한국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해 1만 1000여 명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데 이어 지난 1~2월엔 약 3천여 명 이상을 추가로 보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대가로 북한은 현대식 무기와 현대전 기술을 전수 받았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고요. 일본의 NHK는 그 일환으로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협력을 받아 올해부터 무인기(드론)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아마도 지난달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안보회의 서기가 북한을 방문해서 올해 계획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전후 양국 관계에 대한 논의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요. 그러나 이런 김정은 정부의 야욕으로 인해 북한의 젊은 청년들만 희생 당하고 있습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달 28일자 국방 정보 업데이트에서 “3월 현재 북한군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의 공격 작전으로 50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전사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종전 후에 러시아와 북한이 향후 어떤 관계를 이어나갈 것인지, 그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최근 ‘러시아와 북한 양국이 취약한 경제 기반을 바탕으로 한 기회주의적 군사동맹일 뿐이기 때문에 종전 후 북한의 효용가치가 애매해진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반면 미국이 주재로 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 세계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 이란, 이 네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이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지 않았습니까? 이란은 현대전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드론 기술을 러시아에 전수했고요. 중국의 왕성한 제조업은 전시 경제를 운영하는 러시아에 군수물자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한 소비재를 제공했습니다. 북한은 아시다시피 노동력을 제공했고 지금 유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천 명의 노동자가 러시아에서 외화벌이에 나선 데다가, 러시아의 원유와 위성 기술 등이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종전 협상이 잘 안 되면 이 4개국의 내부 결속은 더욱 강해지고 따라서 서방과의 긴장이 더욱 팽팽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