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진행자 : 최근 북한 당국이 남한으로 가려던 주민들을 공개처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부터 공개 처형 소식을 몇 차례 전했지만, 이번에는 각별히 강도가 높고, 잔인한 것 같습니다. 공개처형장에서 기절한 사람도 많았다고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저도 그동안 수차례 북한의 공개총살 소식을 전한 바 있지만 이번 소식은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고작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들을 가고자 하는 곳으로 떠났다고 총으로 쏘아 죽이는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 말고는 없을 겁니다.
국가가 국민들을 먹고 살 수 있게 해준다면 누가 가족을 모두 두고 자기가 태어난 땅을 떠나겠습니다.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7년차 북한 취재 기자가 놀란 잔혹한 처형
공개 처형 방식도 전례가 없을 정도로 잔인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살인자를 공개 총살했는데 보통 사격수가 목, 가슴, 다리에 1발씩, 총알 3발을 쏘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탈북을 시도하다 잡힌 청년 3명을 처형한다며 무려 10명의 사격수를 동원했습니다.
소식통은 “사격수 10명이 처형되는 사람의 목, 가슴, 다리에 각각 3발씩 쐈으니 한 사람이 90발 씩을 맞은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난사 수준인데요. 현장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탈북자에게는 이 땅에 묻힐 자리가 없다”며 주민들의 앞에서 시신을 불태워버렸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번 처형은 황해남도 옹진군 마산면 송정리, 현재 냉정리라고 부르는 13반 논 가운데서 집행됐다고 하는데 어린 학생들이 소리를 지르고 일부 기절한 사람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 일부러 더 잔인하게, 사람들 뇌리에 공포와 두려움을 각인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실상 지금 북한은 탈북이 거의 막힌 상황이 아니겠습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강력하게 처벌한 이유는 뭘까요?
김지은 기자 : 네, 현재 북한의 남쪽, 북쪽, 서해와 동해를 다 막아 놓았습니다. 사실상 탈북 통로는 거의 막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낀 지역에서는 수산 조업을 위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게 됩니다. 이런 기회를 이용해 탈출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겁니다. 이번에 총살된 3명의 남성들은 32살, 33살 형제와 이들의 친구인데, 함께 목선을 타고 탈북하다 발각된 겁니다.
북한은 올해 1월 남한과 인접한 지역을 국경 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국경 지역으로 선정되면 타 지역 사람이 국경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선 절차가 엄청납니다.
예를 들면 평안남도에서 평안북도에 가려고 해도 거주지 인민반장, 동사무장, 지역 담당 보위 지도원, 주재원(안전원)의 승인을 받아서 최종적으로 안전부에 여행증을 신청하게 됩니다. 신청한다고 다 발급되는 것은 아니고 여행 목적이 발급 기준에 맞아야 합니다. 부모, 형제, 친척의 관혼상제(경조사)임을 해당 지역에 확인한 조건에서만 발급됩니다. 이렇게 모든 절차를 거쳐서 신청을 한다고 해도 보통 발급에만 1달 정도 소요됩니다.
이게 보통의 여행증명서 신청 절차이고 여기서 국경 지대로 선포된 지역을 방문하려면 제가 설명한 이 모든 절차를 거친 뒤 최종적으로 평양의 안전성에서 승인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국경 지역은 평양에서 승인했다는 승인 번호가 있어야만 갈 수 있습니다.

완벽 통제되는 국경 지역, 육로 탈북은 거의 막힌 상황
진행자 : 국경 지대의 출입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얘기군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개총살이 벌어진 황해도는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 지대로 알려져 있지만 생활은 힘든 사람이 많습니다.
나라에서 국가 계획이라고 정해 놓고 군량미를 걷어가고 나면 정작 그곳 주민들이 먹고 살 식량은 남지 않습니다. 게다가 바다를 낀 어촌에서는 조개잡이와 꽃게잡이 등을 하지만 전부 무역기관에서 하는 것이어서 주민들에게 차려지는 몫은 겨우 목숨을 유지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주민들이 한 번이라도 사람답게 살아보려고 탈출하는 하려는 것인데 당국은 주민들에게 ‘누구든지 탈출하면 이렇게 된다’고 끔찍한 공개 총살을 감행하며 공포에 몰아 넣었습니다.
진행자 : 처형장에서는 ‘탈북을 시도하는 사람은 최대 15년 교화형에서 총살형으로 바뀌었다’고 밝혔습니다. 규정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그렇게 봐야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배고파 탈북한 이른바 생계형 탈북은 5년에서 10년의 교화형을 주고, 한국에 먼저 탈북한 가족을 따라 탈북한 경우에만 무기형에 처했습니다.
중국으로 탈출하다가 발각된 경우 현장에서 국경경비대 군인들에 의해 총살 당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탈북한 데 대해 공개 처형을 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론 처음입니다.
‘이제부터 남한으로 탈북하면 총살한다’는 방침을 이번 처형을 통해 공표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봅니다.
공개처형, 탈북을 막을 수 있나
진행자 : 코로나 국경 봉쇄 이후 탈북 시도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내부에선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말 그대로 탈북은 생존을 위해 결단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북한 당국이 탈북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에 나서는 것은 목숨을 걸 만큼 내부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최근 들어 북한의 이러한 삼엄한 통제에도 대부분의 주민들이 탈북할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당 간부들과 사법일꾼들마저 이제는 당국에 등을 돌리는 형국입니다. 당간부들과 사법일꾼이라고 해서 당국이 특별히 공급하는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주민들을 착취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즉 거의 모든 사람들이 기회가 있다면 탈북하겠다는 입장이라는 말입니다. 이번 공개 총살은 북한 주민 누구나 가능하다면 남한으로 탈북하고 싶다는 심정으로 사는 내부 실정을 그대로 반영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잔인한 처벌이 탈북을 막을 수는 없어 보입니다. 잔인한 처벌보다 무서운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가난 그리고 희망이 없는 미래, 이것이 어쩌면 죽는 것보다 무서울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 스스로 능력 껏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제도를 보장하는 것이 오히려 탈북을 원천적으로 막는 길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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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다음 소식입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관광 지구 시찰 및 현지 지도는 2016년 2회, 2017년 1회에 그쳤으나 2018년 10회, 2019년 11회로 급증했는데요,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온포 휴양지를 방문했네요. 어떤 곳입니까?
안창규 기자 : 온포근로자휴양소가 있는 함경북도 경성군은 북한에서 건강에 좋은 라듐 온천으로 유명한 명승지입니다. 산, 바다 경치가 아름답고 물도 좋아 온포근로자휴양소를 비롯해 경성온천요양소, 소년단야양소, 군부 휴양소 등 다양한 휴양, 요양 시설이 많습니다.
김씨 일가를 위한 특각(별장)도 있는데 북한에서 경치 좋고 산수 좋은 곳에 반드시 김씨 일가 전용 특각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성이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가능할 겁니다. 온포휴양소와 가까운 곳, 즉 온포에서 제일 좋은 곳에 특각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또 경성에는 북한 역사상 첫 대규모 온실인 중평남새온실농장이 있으며 북한에서 제일 좋은 도자기도 이곳에서 생산됩니다. 온포휴양소는 1947년부터 존재한 시설로 북한에서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최근 관광 확대를 꾀하는 북한에 있어 경성은 칠보산 관광과 연결되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이미 이곳에 외국인전용 경성관광호텔이 있습니다. 함경북도와 나선시 지역 관광, 혹은 칠보산 관광을 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온천욕이나 아름다운 바다 경치 부감을 위해 경성을 방문합니다.
온포휴양소에서 머지 않은 염분진 해안가에 새 관광호텔이 건설 중인데 이 호텔도 2018년 김정은이 현장을 시찰했습니다. 자금과 자재 보장 문제로 관광호텔과 온포휴양소 건설이 지지부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김정은이 공사 완공을 위한 일련의 대책을 세워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름만 노동자를 위한 ‘휴양소’
진행자 : 휴양소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이지 않습니까? 다만, 보도가 될 때마다 궁금하긴 합니다. 진짜 북한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겁니까?
안창규 기자 : 휴양소는 노동자, 사무원들이 이용하는 곳이 맞습니다. 북한 내 휴양소는 모두 노동성 휴양관리국이 관리하는데 약 1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든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당국의 추천을 받아 선출된다는 점입니다. 당국이 인정하는 노력 혁신자, 혹은 탄광 등 힘든 곳에서 유해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선발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년전 휴양을 다녀온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가 일하는 공장에 휴양권 1장이 내려왔고 공장 당위원회 추천으로 자기가 휴양을 가게 됐다고 합니다.
원래 휴양은 국가가 모든 것을 보장해야 하지만 경제난으로 여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매 휴양생(휴양 가는 사람)이 내화 10만원(미화 12달러)정도의 현금 외에 식량, 마른 반찬감, 고추장 등의 다양한 물품을 준비해야 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자기 돈을 내 휴양을 가야 하는 판이라 혁신자로 공장의 추천을 받아 휴양가게 되었다 해도 돈이 없어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휴양 기간 김정은 지시와 당정책 학습, 주변 지역 혁명사적지 참관 등의 사상교육이 평소와 똑같이 진행되고 체육경기, 오락회 등의 집체 활동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북한 소식통은 어르신들의 말을 들어보면1970년대 이전에는 휴양을 가면 정말 좋았다고 한다면서 지금은 말만 휴양이지 실제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진행자 : 김 총비서가 재촉한다고 십 몇년 동안 지지부진 했던 공사가 완공될 수 있을까 싶은데요.
북한이 올해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관광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포착되죠? 휴양지 공사를 챙기는 것도 연관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네, 당연히 그렇습니다.
최근에는 김정은이 언제까지 공사를 끝내라고 지시해도 완공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은데요. 온포휴양소 건설도 김정은이 지시한 10월 10일까지 끝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김정은이 2번이나 현지를 시찰할 정도로 휴양지 공사를 챙기는 것은 칠보산 관광 활성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함경북도와 나선을 둘러보는 외국인 관광을 개시한지 꽤 되었지만 칠보산 외에는 이렇다 하게 보여줄 게 없습니다.
평양과 달리 지방 상황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나선 지역 관광도 5년만에 재개했다가 중단했지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북한 언론은 온포휴양소 건설장을 찾은 김정은이 염분진관광호텔 공사 완공을 위한 구체적 대책을 세워주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당국이 경성을 칠보산 관광과 연계되는 중요한 지역으로 여기는 겁니다. 칠보산으로 가거나 돌아오는 도중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염분진관광호텔과 온천관광호텔에 머물며 경성에 있는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온포휴양소, 그리고 바닷가 관광지 등을 돌아보게 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진행자 : 앞에서 저희가 공개처형 소식을 전해드렸는데 공교롭게 두번째 소식은 온천 휴양소를 해외 관광객 유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탈북을 했다며 공개처형을 자행하는 국가를 누가 즐거운 마음으로 관광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전하겠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인사)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