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군장을 팔아야 밥을 먹는다

진행자 :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군인들이 개인 장구(장비)류를 내다 팔아 이걸 막는데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입니다. 안 기자, 인민군에게 지급되는 장구류는 뭐가 있나요?

안창규 기자 : 북한군이 가지고 있는 장구를 한마디로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병과와 부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 전투에 필요한 장구와 일반 장구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일반 보병 기준으로 전투 장구라고 하면 자동보총(소총), 탄창 주머니, 수류탄 주머니, 방독면, 공병삽, 철갑모 등이 속합니다. 개인 일반 장구에는 매일 상시적으로 사용하는 군복, 혁띠(벨트), 신발, 세면도구를 제외하면 배낭, 개인 천막(우비 대용), 야전 밥통, 물통, 미대(쌀 주머니) 등이 속합니다.

개인 장구류는 보통 자기 배낭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부 부대들은 총과 탄약, 방독면 같은 주요 장구 외에 철갑모, 밥통, 물통 같은 것도 한곳에 보관하기도 하고요. 장구가 유실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 매 군인이 비상용품도 갖추고 있는데 이는 위에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자체로 준비해야 합니다. 비상용품에 속하는 물품 역시 각 부대에 따라 조금씩 다른 데 보통 모표, 단추, 바늘, 실, 목달개, 닦은 소금, 마른나무 등입니다.

이 정도의 개인 장구는 어느 나라든 군인이라면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장기간 이어진 경제난으로 물자 부족이 심각해 군인에게 필요한 장구가 제대로 보급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10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될 때 배낭을 제외한 모든 장구를 부대에 반납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방식으로 몰래 빼돌려 집에 가지고 가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장마당에 내다 파는 군 장비, 가장 인기 품목은?

진행자 : ‘장구류’라고 부를 수 있는 게 상당히 많군요. 군인들이 이런 장구를 장마당 등에 내다 판다는 겁니까? 걸리면 상당히 곤욕을 치를 것 같은데요.

안창규 기자 : 네, 장마당에 내다 팔거나 아니면 사회에서 누가 팔라고 요구하거나 할 수도 있고요. 가격도 일정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이런 장구류를 판 것으로 들키면 곤욕을 치르지만 탄창 같이 중요한 걸 파는 건 아니고 대부분 물통, 밥통 등입니다.

이런 군인들의 일탈은 경제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장기간의 각종 생필품 부족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군복과 신발입니다. 군복은 여름용, 겨울용을 막론하고 누구나 선호합니다. 특히 젊은 남성들이 작업복으로 많이 입고 또 행사복으로 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군복의 인기가 높다 보니 시장에서 진짜 군복은 아니지만 군복과 똑같은 색의 천으로 군복과 똑같이 제작한 가짜 군복을 팔고 있으며 실제로 많이 팔립니다.

북한 남자들은 10년이라는 긴 세월 군 생활을 하다 보니 군복에 익숙하고 모든 성인 남성이 60세까지 매년 교도대, 혹은 노농적위대에 속해 일년에 15~40일간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니 평소 주민들이 군복을 입어야 하는 날이 많은 것도 이런 상황을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겨울용 군복의 인기도 높습니다. 북한군의 겨울 군복은 상의와 하의 모두에 솜을 넣고 누빈 것입니다. 웬만한 날씨에도 이 옷을 입으면 따로 동복이나 외투가 필요 없습니다.

연료난으로 북한 공기관 사무실은 물론 공장 기업소 생산 현장의 경우 난방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거기에 더해 겨울이 되면 퇴비 생산을 비롯한 각종 야외 노동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동복이나 외투는 길이가 길어 일할 때 불편하지만 겨울 군복은 그렇지 않습니다.

군인 신발의 인기도 대단합니다.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북한 주민, 특히 남성들이 즐겨 신는데 사회 신발공장에서 생산한 일반 운동화에 비해 질이 좋습니다. 북한에는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근로자가 일할 때 신는 안전화라는 것이 없습니다.

일상 속 깊이 들어온 군복, 군화, 군 배낭

농사를 짓든, 건설 노동 같은 것을 하든 일반 운동화는 모래나 흙이 많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발목이 높은 군용 신발은 끈을 꽉 조이면 모래 같은 것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결과 노동화처럼 주민들이 즐겨 신습니다.

군용 배낭도 마찬가지인데 현재도 북한 주민들이 장사, 여행 등 다양한 목적으로 군대 배낭을 사용합니다. 배낭의 크기는 쌀을 넣었을 때 12~15kg 정도 들어갑니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관계로 군복과 마찬가지로 상인들이 군복과 비슷한 천으로 군용과 똑같은 모양의 배낭을 만들어 파는데 잘 팔립니다.

이 외에도 군용 물품 중 인기 높은 물품은 야전 밥통과 물통입니다. 북한에서 모든 가정이 전쟁 발발에 대비한 비상 배낭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와 별도로 예비군인 교도대와 노농적위대원도 비상소집을 하거나 군사훈련을 갈 때 배낭을 메고 가야 합니다.

이 배낭 안에는 군대와 비슷하게 야전 상황에서 필요한 물품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테면 비상식량,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용기, 물을 넣을 수 있는 물병, 마른나무, 내복과 속옷, 세면도구 같은 것입니다.

배낭에 가정에서 쓰는 부피 큰 냄비나 플라스틱 물통 같은 것보다는 군대에서 쓰는 밥통이나 물통이 있으면 더 좋겠죠. 결국 북한 주민 누구든 군복, 신발, 군용 밥통, 물통 같은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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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북한 군, 배고픔에 개인 군장 팔아

“우선공급 대상인 북 군대도 식량부족 겪는 듯”


진행자 : 북한을 흔히 병영 사회, 군대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사회라는 의미인데요. 이런 설명을 들으면 확실한 경향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런 경향이 과거는 없었고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라면 군 식량문제가 힘들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안창규 기자 : 1990년대 경제난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때도 일부 군복 등의 군용 물품을 선호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몰래 빼돌리거나, 자기에게 차려진 개인 장구류를 팔아먹는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경제난 이후 군인에 대한 식량 등 물자 보급이 충분하지 않으면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건데 이런 상황은 벌써 30년 이상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당국이 군인들에게는 어떻게 하나 식량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경제난 이전에 군인에게 차려지는 식량은 하루 800그램이었으나 현재는 580그램입니다. 처음에는 700그램으로 줄였다가 몇 차례 더 줄이면서 현재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공급되는 식량을 보면 쌀이 30%, 옥수수가 70% 수준입니다. 명절과 휴식 일에 떡이라도 해 먹자면 평소 쌀을 아껴야 합니다. 결국 북한 군인들은 평소에 쌀알이 거의 들어가지 않은 옥수수밥을 먹습니다.

북한군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 800그램이 공급될 때도 배가 고팠다고 합니다. 식량 공급량이 줄어든 지금은 더하겠지요. 특히 갓 입대한 신병인 경우 배고픔을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군장을 파는 겁니다.

기름(식용유)과 고기 보급은 더 심각합니다. 경제난 이전부터 당국이 군인에 대한 고기 보급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취해진 조치가 각 부대가 축산을 해 자체로 고기를 생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결과 현재도 북한군의 모든 부대가 축산을 합니다.

하지만 축산에 필요한 사료가 없습니다. 축산 여건이나 기술도 낮고요. 결국 북한군 일반 보병부대의 경우 일 년에 3~5번 정도 몇 점의 고기를 먹는 것이 고작입니다.

기름도 군단급 이상 부대가 산하 외화벌이 회사나 부업 기지를 통해 자체로 외화를 벌어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충분하지 않지요. 그래서 많은 부대들이 하루에 한 번 아침 혹은 점심 밥에 생기름 한 숟가락을 놔줍니다.

다른 데로 새는 것을 막고 매 군인에게 골고루 준다는 건데 이것만 봐도 군인들의 식량과 식료품 보급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짐을 들고 이동하는 북한 군인들
짐을 들고 이동하는 북한 군인들 2009년 5월,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 강변에서 북한 군인들이 중국산 상자와 짐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Reuters)

전 인민에게 걷는 군 식량, 그런데 왜 군대는 굶주리나?

진행자 : 군대를 가면 영양실조를 걱정하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주민들에게는 특히 농민들에게는 군에 바치는 과제로 공제하는 양이 적지 않고 그것 때문에 농사를 지어도 먹을 것이 없다 아우성인데 반대로 군에서는 배고파서 군장까지 팔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도대체 이 식량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요.

안창규 기자 : 한마디로 일부 군 간부(장교), 혹은 보급물자를 다루는 군인들의 주머니로 들어갑니다. 구체적으로는 이들이 자기 돈벌이나 안위를 위해 식량을 착복하는 경우도 있고 또 자신의 승진, 노동당 입당, 표창, 대학 추천 등을 위해 권력을 가진 간부에게 쌀 혹은 쌀을 팔아 마련한 돈이나 물품을 뇌물로 바치기 때문입니다.

각급 부대장, 정치지도원, 보위지도원 등 아무리 권한이 높은 간부라고 해도 자기 손으로 부대에 보급된 식량을 가져갈 순 없습니다. 물자를 관리하거나 보급하는 담당자를 통해 뇌물로 챙기는 겁니다.

또 북한에서 군대가 가진 게 별로 없다 보니 인사 차림이나 그 어떤 것에 대한 보상 등의 목적에 식량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례로 군인이 제대될 때 쌀 한 배낭(10~15kg)을 주는 부대가 많습니다.

쌀 한 배낭이 많은 양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군인에게 보급되는 식량 중 1/3 정도가 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작은 수량이 아닙니다. 북한 군인 1명당 일일 쌀 공급량은 174그램이므로 중대 인원이 70명이라고 보면 하루 쌀 공급량은 12.18kg입니다. 결국 한 사람이 한 번에 온 중대가 먹을 하루 쌀을 가져가는 겁니다.

진행자 : 요즘 이것도 없어서 군인들이 귀향하는데 어렵다고 하지 않습니까. 모든 사회가 군을 위해 살고 있는데 군인은 또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이상한 현상을 우리는 30년 넘어 보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안창규 기자 수고했습니다.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