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가는 평양식 아파트 건설법?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안창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평양 대동강변 53층 아파트, 거주자들 붕괴 우려하는 이유는?

진행자 : 평양시 중심부에 위치한 미래과학자거리 53층 주상복합아파트 ‘은하 타워’가 붕괴되지 않을지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건물 상태가 실제로 우려할 정도입니까?

안창규 기자 : 네, 소식통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보면 53층 아파트 외부 벽체에 생긴 균열과 부식이 뚜렷이 알립니다. 사진에 보이는 크지 않은 면적의 외벽 곳곳에 금이 가고 타일과 미장재가 떨어진 곳이 보이는 정도니 그보다 더 한 곳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2~3년 전부터 현지 주민들은 미장한 시멘트와 타일이 떨어진다고 불안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RFA가 사진과 함께 해당 내용을 보도한 후 여러 한국 언론들이 이를 재조명했는데 건축 전문가들도 북한의 건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시공 품질도 매우 낮아 구조 안전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선 대동강변의 연악한 지반 위에 초고층을 올린 것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이를 막으려면 그만큼 기초 즉 지하 구조물을 깊게 만들어야 하는데 개인 승용차를 허용하지 않는 북한 아파트에는 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지하에 설치되는 구조물이 고작 지하 1~2층입니다. 큰 나무가 든든히 서 있으려면 깊은 뿌리가 필수라는 건 기본인데 말입니다.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면 일반 저층 아파트 건설에 쓰는 철근과는 다른 강도가 센 특수 철근을 써야 하고 시멘트 역시 마르카(강도)가 높은 시멘트를 써야 하는데 53층 은하 아파트 건설에 제대로 된 건축자재가 쓰였는지도 의문입니다.

타일이나 미장재가 떨어진다는 건 단순한 ‘겉모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접착제의 내후성 부족, 마감재 선택 오류, 시공 숙련도 저하가 얽혀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눈에 보이는 균열이나 부식이 다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층 아파트는 정밀한 설계와 시공, 감리가 필수인데 정치적인 선전 목적을 위해 속도에 치중하며 날림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시간이 갈수록 위험 요인이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위치한 53층 고층 아파트.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위치한 53층 고층 아파트. 붕괴 우려가 제기되는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 위치한 53층 고층 아파트. (AP/RFA)

70층 여명거리 아파트, 80층 전위거리 타워는 문제없나?

진행자 : 핵 원자 구조를 본떠 건설한 53층 ‘은하타워’는 미래과학자 거리의 상징 같은 건물이지 않습니까? 분명 다른 건물보다 신경 써서 건설했을 텐데 이런 상태라면 다른 건물들은 어떨까 그런 생각이 먼저 듭니다. 또 꼭대기에 거대한 상징탑, 그게 건물에 부담이 되는 건 아닌가 그런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창규 기자 : 네, 2015년 완공된 미래과학자 거리에 53층 은하 아파트가 있다면 2017년 완공된 여명거리에는 70층 아파트, 2022년 완공된 송화거리에는 80층 아파트가 있습니다. 또 2023년 완공된 전위거리에도 80층 아파트가 세워졌는데 이 고층 건물 역시 시간이 지나면 균열과 부식 등의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은 초고층 건물 설계와 건설 경험이 부족합니다. 북한이 맨 처음으로 시도한 초고층 건물은 지하까지 105층, 높이 330m의 류경호텔입니다. 문제는 이 건물이 아직도 미완공 상태라는 점입니다.

1987년에 착공된 류경호텔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맞춰 완공될 계획이었습니다.

호텔에 방이 3,000여 개가 있어 방 하나에 하룻밤씩 잔다고 해도 10년이 걸린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등 당시 당국의 선전은 정말 요란했습니다. 그러나1989년 골조 공사가 완공된 후 건설이 중단됐습니다.

2008년경 북한에 휴대전화를 도입한 이집트 오라스콤의 투자를 받아 현재 흉물스러운 외관 해소를 위해 내부 공사가 아닌 외벽 공사만 진행된 상태로 북한은 이 건물 외벽에 LED를 설치해 체제 선전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무려 38년이 되도록 완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 건물은 각 분야의 세계 기록을 기록해 놓은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완성 건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CNN 방송사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추한 건물’ 1위에 꼽히는 불명예도 안았습니다.

105층짜리 피라미드형 류경호텔
105층짜리 피라미드형 류경호텔 105층짜리 피라미드형 류경호텔 (AP)

류경호텔의 외벽 공사가 완공된 것이 2011년이고 그 직후 처음으로 평양에 건설된 초고층 건물이 바로 53층 은하 아파트인데 바로 이 건물에서 균열과 부식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여명거리 70층 아파트나 송화거리, 전위거리에 있는 80층 아파트도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하자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만 10년쯤 지나면 은하 아파트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북한 고층 건물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안전 진단을 받아야 정확한 분석이 나오겠지만 53층 아파트 꼭대기에 설치된 상징탑의 하중은 상당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습니다. 높이가 24m, 무게가 40t인 상징탑이 주는 시각적 효과는 크겠지만 무거운 탑을 떠받쳐야 하는 구조적 부담도 존재합니다.

북한에서는 건물 건설을 위한 설계는 모든 것을 따져 제대로 했다 하더라도 공사 과정에 수시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도자의 말이 곧 법이다 보니 건설에 일가견이 없는 김정은이 이게 거슬린다, 저걸 없애라, 뭘 더 보충해라 등의 지시를 하면 즉각 변경해야 합니다. 이런 경우, 설계나 건물에 구조적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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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북한은 당시 53층짜리 이 건물을 9개월 만에 완공했다고 자랑하지 않았습니까. 보통 한국에서는 건물 한 층을 올리는데 골조 공사만 평균5~7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봅니다. 평균 6일로 잡아서 계산해도 53층이면 318일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빨리도 너무 빨리 지었습니다. 다른 국가들의 초고층 주거 건설과 비교할 때, 북한의 공사 기간, 공법, 품질관리는 얼마나 차이가 난다고 보십니까.

안창규 기자 : 다른 것은 제외하고 골조 과정만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북한은 여명 거리 건설이 끝난 후 군인 건설자들이 동원돼 270m 높이의 70층 아파트를 착공 10개월 만에 완공했으며 골조 공사는 단 74일만에 끝냈다고 자랑했습니다. 1.05일마다 한 층씩 올린 것으로 되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하루 사이에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 되려면 특수한 시멘트를 써야 하는데 이런 시멘트는 가격이 너무 비싸 북한이 충당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양호한 편입니다. 전위거리에 건설된 80층 아파트는 14시간마다 한 층씩 골조를 완성했다고 자랑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걸려야 하는 양생 시간을 전혀 지키지 않는 건데 이렇게 지은 건물에서 균열이나 부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입니다.

북한 평양의 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 중인 아파트와 이미 완공된 현대식 고층 건물이 나란히 보인다.
북한 고층 아파트 북한 평양의 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 중인 아파트와 이미 완공된 현대식 고층 건물이 나란히 보인다. (Reuters)

한 층 올라가는데 1.05일 걸린 70층 아파트, 14시간 걸린 80층 아파트

결국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70층, 80층 아파트를 1년 안에 말 그대로 뚝딱 세워놓는다는 건데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이 1년도 길어 보여 더 빨리 완공했으면 할 겁니다. 오래전부터 북한은 속도전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 건설은 물론 북한 경제를 망치는 장본인의 하나인 속도전은 현재도 북한에서 강력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향후 반드시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것입니다.

한편 저는 당국의 속도전 강요로 하루에 한층 씩 골조를 올리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건설에 내몰렸을 어린 군인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진행자 : 지금 안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북한의 건설하면 항상 함께 언급되는 것이 ‘속도전’입니다. 그렇게 많은 토목 공사를 망치고도 ‘속도전’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김정은 총비서도 일단 말로는, ‘공사의 질’을 강조하지 않습니까, 북한이 과연 ‘속도전’을 버릴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북한 당국, 더 정확하게는 김정은의 조급성, 과시욕을 볼 때 속도전은 그대로 존재할 겁니다.

북한은 속도전에 대한 정의와 개념을 김정일이 제시했다고 선전합니다. 1974년 2월 당중앙위원회 제5기 8차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 노력 경쟁의 공식 구호로 채택되면서 속도전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속도전은 건설 등의 작업에서 마차 전쟁에서 전격전을 하듯이 최단기간 내에 최상의 성과를 이룩하는 건설 방식으로 물론 속도와 함께 질을 보장하라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질보다는 속도에 치우쳐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언급한다면 속도전은 노동시간 연장과 노동강도를 강화해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동원 정책입니다. 북한은 속도전 방침이 제시된 후 문화예술 부문에서 많은 성과가 이룩되었고 건설부문에서도 ‘70일전투속도’, ‘80년대속도’가 창조되었다고 주장합니다.

2024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홍수 피해 지역의 복구 공사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2024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홍수 피해 지역의 복구 공사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2024년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북도 홍수 피해 지역의 복구 공사 현장을 시찰하는 모습. (Reuters)

수 없이 망해온 북한의 ‘속도전’ 아직도 계속되는 이유

후계자로 선출된 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던 김정일은 속도전을 주창해 문화예술 부문에서 김일성을 우상화한 여러 편의 가극, 영화, 가요 등을 제작해 충성을 보였습니다. 경제 부문에서도 6개년 계획(1971-76) 수행의 4년 차인 1974년 말,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자 연간 계획 수행을 위한 ‘70일 전투’를 조직해 김일성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이때부터 속도전은 주민들의 열의를 최대한 발동시키는 사상전과 함께 북한의 경제운용 방식, 정치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속도전이 필요한 건 김정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생전에 노동당 선전전동부 지도원, 과장, 부장을 거쳐 조직비서로 오랫동안 이인자 역할을 했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않습니다. 역할은커녕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김정일이 사망하기 3년 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내세울 만한 경력과 업적이 없다 보니 김정은은 집권 초기 권력 공고화에 몰두하는 동시에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 경제적 성과보다는 북한 자체로 수행 가능하고 자금과 시간도 적게 들며 업적 선전 효과가 큰 건설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경제와 생활고로 당국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추락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달랠 지도자로서의 위상 유지와 업적 마련이 급한 김정은이 속도전에 더욱 채찍질하는 모습입니다. 또 속도전에 대한 요구 수준도 과거보다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진행자 : 당국이 원하는 건 선전물로서의 건설이지만 주민들이 필요한 것은 달력에 나오는 삐까번쩍한 고층아파트가 아니라 편하게 살 수 있는 평범한 살림집인데요. 그 간격이 좁혀질 수 없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안창규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에디터 :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