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개장이 임박한 가운데 당국은 실제 거주자를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지은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기자 : 안녕하세요.
진행자 : 거주자 확인을 위해서 주민등록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건 왜 하는 겁니까?
김지은 기자 : 네, 북한 당국이 원산-갈마 국제 관광지 개장을 앞두고 주민등록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 얼마 전에 전해 드렸는데,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등록 실태조사를 끝으로 원산은 특별 지역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또 이 같은 주민등록 실태조사가 ‘안전성에서 국제관광지로 지정된 원산시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벌이는 조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우선 인민반장이 일차적으로 회의를 열어 주민들에게 주민등록 조사가 실시될 것이라는 내용을 전달하고 해당 지역의 거주 정형을 서류로 작성해 제출했다고 합니다. 거주 등록이 안 된 사람들은 6월 중 무조건 퇴거하라는 지시도 내려졌습니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은 원산에 살 수 없다는 의미로 이 지역에 대한 주민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바로 이런 거주지 실태조사에 문제가 있습니다.
현지 소식통이 전한 것처럼 타 지역에 사는 나이 든 부모가 자식의 집에 와서 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원산의 자식 집에 몇 달 살고 또 다른 자식의 집에 가서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거주 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몇 달, 반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고 안될 수도 있습니다.
‘아들 집 살러 온 부모들도 나가라?’ 국제관광지 개방되면 등록된 사람 외에 거주 불가
진행자 : 거주 이전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네요.
김지은 기자 : 우선 거주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거주하려는 사람이 당원이면 당원으로서의 당 이동을 먼저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쌍방 지역의 확인 절차가 있어야 합니다. 확인 절차는 해당 당 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수표(사인)를 받은 상태에서 진행이 되는데 이 확인이 쉽지 않습니다. 합당한 이유가 있어도 수표를 잘 해주지 않아서 뇌물이 들어가야 합니다. 뇌물이 아니면 거주든, 퇴거든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거주 등록은 큰 거사를 치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늙어서 운신이 어려운 나이가 되고 타 도에 사는 자녀의 집에 가서 살 경우, 특히 자녀가 여럿인 사람은 여기에서 몇 달, 저기서 몇 달씩 살 수 있는 게 아닙니까. 그럴 때는 굳이 어려운 거주 절차를 밟지 않고 인민반장이 알고 동네에서 한 가족이라고 인정하면 얼마간 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법적으로는 가족 형제, 친척이라도 하룻밤 머문다면 그 날로 숙박 등록을 해야 하고 동거할 경우 임시 거주 (등록)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절차가 복잡하고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 외에도 많은 사정이 있습니다. 형제가 살다가 부모가 사망해 홀로 살고 있는 동생이 누나나 형의 집으로 이주하는 경우, 또 병이 든 동생을 형제가 돌보기 위해 이주해야 하는 경우, 이 모든 경우가 쉽게 허용되지 않는 곳이 북한입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국가적 조치일 때에는 퇴거는 빨리 진행됩니다. 국가적 조치이기 때문에 뇌물 행위가 벌어질 수 없습니다. 단, 퇴거 대상은 지정된 기한 안에 거주지에서 나가야 합니다. 나가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일차적으로 ‘노동단련대’에 끌려가 무보수 강제노동을 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단련대를 두려워하는 것은 거의 굶기다시피 하면서 강도 높은 노동에 내몰아 단련대에서 나와 사망하는 비율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단계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퇴거를 지시받은 사람은 부모 형제를 떠나 원래의 거주지로 가야 합니다.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경제특구, 라선… 원산의 미래는?
진행자 : 소식통은 이 같은 조치가 “라선 특구와 동일한 특별 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현재 라선 특구의 주민 통제, 출입 상황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지금 라선 특구는 다른 나라처럼 구별돼 있습니다. 당국은 라진, 선봉을 전기 철조망으로 둘러싸고 출입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안전성과 보위성의 검문이 엄격하게 이루어집니다.
같은 함경북도의 사람들은 그나마 지형을 잘 아는 사람을 내세워 몰래 드나들 수 있지만 다른 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이는 마음대로 왕래하지 못하는 곳입니다. 북한이 라선에 주민들의 출입을 삼엄하게 통제하는 이유는 외국인들, 특히 중국 사람들이 들어와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과 북한 사람들의 접촉은 절대적으로 막는 겁니다.
이번 원산 갈마 지구도 국제 관광지로서 외국인들을 대상할(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차단하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북한은 관광객이 와도 한국처럼 개인들이 자유롭게 다니며 서울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정된 안내원이 완벽하게 통제하는 조건에서 지정 코스를 돌아보는 것이 고작입니다. 그래도 혹시 있을 외국인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진행자 : 뭘 그렇게 막고 싶은 걸까요?
김지은 기자 : 당국으로서는 일반 주민이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감추어야 하는 것들이 드러나게 되는 그러한 두려움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라선 특구의 주민들과 달리 원산 갈마가 국제 관광특구로 지정돼도 주민들에게 특별한 이점은 없어 보입니다. 일반 주민들이 관광 분야에서 돈벌이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관광지나 호텔을 이용하기도 어려울 겁니다. 생활 환경이 개선될 수 있으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지역과 일반 주민 거주 지역은 완전히 분리돼 있어 크게 기대할 순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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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출입 통제는 북한에서 특구로 지정되면 항상 따라오는 조치이지 않습니까? 외국인과 접촉을 막는 게 아니라 외국인과 만나 그 경험을 전해줄 내국인의 입을 막는 조치인데요. 이런 조치가 먼저 시행된 곳이 라선과 개성이죠? 개성의 경우는 많은 통제 조치가 있었지만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원산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면 앞으로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김지은 기자 : 맞습니다. 사실상 특구 지정의 목적은 일정 구역을 구분해,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지금까지 진행했던 외국인 관광을 통해 어떤 인식이 얻었겠습니까. 내 나라, 내 땅이지만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곳을 마음대로 관광할 수도 없으며 누릴 수 없게 통제받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진행되던 때에 강원도 당 위원회의 책임 간부가 남조선 사람들이 금강산을 구경하는데 왜 지역 주민이 자기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지역의 명승지를 볼 수 없냐며, 지역 주민들에게 금강산을 구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중앙에 청원했다가 당의 의도를 거역한 죄로 처형된 사건이 있습니다. 도당위원회의 책임 간부가 처형되고 그 가족들이 정치범관리소에 수감되는 현실을 목격한 주민들은 관광지 접근을 포기했습니다. 그러나 처형된 도당위원회 간부의 말이 맞지 않습니까? 자기가 태어난 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 없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규정입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한 마디 반항도 못 하고 머리를 숙인 채 살아가야 하는 곳이 북한입니다.
특구 지정의 목적은 주민의 눈, 입, 귀를 막기 위한 것
진행자 : 원산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투숙하는 호텔 주변을 주민들을 동원해 잔디밭을 조성하고 꽃밭을 만들면서도 정작 주민들은 외국인을 쳐다보면 안 됩니다. 당국에서 주민들에게 외국인 관광객을 쳐다보지도 말라고 합니다. 쳐다보는 것 자체가 자유가 없는 북한 실태를 보여주는 행위이고 외국인 관광을 부러워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그것마저 통제합니다.
이번에 개장을 앞둔 원산-갈마 국제관광지도 라선 특구와 같이 철저하게 구별된 주민통제구역이 될 겁니다. 하지만 관광지 안내원도, 관리원도 대부분 해당 지역의 주민일 가능성이 높기에 외국인과의 접촉을 완벽하게 차단해 내부 실태를 감추려는 당국의 의도가 완전하게 실현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기 때문에 어떤 계기를 통해서도 관광객과 북한 주민들과의 심적, 물질적, 문화적 교류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또 주민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보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알게 될 것이고 겉으로 드러내진 못해도 초보적인 자유도 허락하지 않는 당국의 행태에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진행자 :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사업은 2014년 시작돼, 완공 날짜가 계속 밀리며 이제야 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중국, 러시아 관광객들을 유치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가능할 것인지, 쏠쏠한 외화벌이 창구가 될 수 있을까요?
김지은 기자 : 일단 외화벌이 창구는 될 겁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도 반대급부가 고민이겠죠.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사업은 11년 전에 시작됐습니다.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에는 30여 동의 건물이 들어섰다고 하는데 이 건물은 전문 건설업체가 지은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건설사업이 다 그러하듯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도 도별로 자금에서 인력에 이르기까지 분담해 건설한 겁니다. 1동에서 3동까지는 함경북도, 4동에서 6동까지는 함경남도, 7동에서 9동까지는 또 양강도…. 이런 식으로 건설했습니다. 해당 건물에 대한 건축설계와 시공 지도는 국가적으로 단일화 했지만, 그 자금과 인력을 동원하는 것은 각 도별로 건설하였습니다. 그것을 마치 김정은이 자신이 한 것처럼 나와서 현지 시찰을 하면서 자신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는데 사실 따져보면 김정은의 외화벌이를 위해 전체 북한 주민들이 지원금을 내고 동원되어 건설한 것입니다. 특히 인구 왕국인 중국 사람들을 겨냥한 사업이었습니다만 현재는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로 하여 북중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중국인 관광이 아직까지는 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인 관광도 시작되더라도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또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조선족들이 밀려들 가능성이 높아 북한으로서는 위험부담도 있습니다. 억압된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북한 지도부를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습니다. 국제 관광을 통해 얻는 외화 수익보다 북한 내부의 불합리한 제도적 단점이 드러나게 되는 악수가 될 가능성이 내재돼 있습니다.
북한은 외화가 절실히 필요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불편한 입장, 이것이 북한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서 제기되는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러시아 관광객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자유세계에서 살고 있는 러시아관광객의 과감한 표현 방식은 향후 러시아와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모를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철저한 봉쇄정책을 유지하면서 국제 관광을 시작한 것은 이율배반적인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 남조선 사람들은 금강산을 구경하는데 왜 그곳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는 자신들은 가볼 수 없냐던 도당위원회 간부의 말이 정곡을 찔렀던 것 같습니다. 원산의 주민들은 잘 지어놨다는 리조트를 가볼 수 있을까요. <지금 북한은>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김지은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기자 : 감사합니다.
진행자 :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