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종식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공언하더니 취임 이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을 추진해왔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해서는 전쟁물자 지원을 더 이상 할 수 없으니 전쟁을 끝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에 반발하고 있고 대부분의 유럽 나라들이 푸틴의 일방적인 종전협상안 수용에 반대하고 있지만 미국의 지원이 없는 한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으며 종전 협상의 단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일방적인 종전에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강압적이고 침략적인 공격에 의해 촉발된 전쟁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다른 나라들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인 종식을 바라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북한의 입장은 전혀 다른 것 같습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러시아 파병을 강행한 북한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얻는 것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작년(2024년) 10월 초 김정은은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대규모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러시아로 이동시켰습니다. 1차 파병은 1500명 규모였으며 2차, 3차 파병으로 1만여 명의 북한 군인이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하고 전투 참여 사실을 감추기 위해 북한인과 용모가 유사한 시베리아 야쿠티야, 부라티야 지역 주민으로 위장한 가짜 신분증도 발급받았습니다. 북한의 파병에 대해 세계 언론들은 “러시아가 더 크고 긴 전쟁을 원하면서 동맹국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거듭 입증됐다”면서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전 세계 안보 구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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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료시 러시아의 북 필요 사라질 것”
코로나 전염병 사태 이후 경제난에 시달려온 북한은 러시아 파병 대가로 절실하게 필요한 식량과 원유 등 경제지원 그리고 김정은의 핵심사업인 핵무장 완성을 위한 기술과 정보 지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은 파병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상당히 진전된 미사일 추진 기술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북한에 핵관련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공조체제에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 군사분야에서 오랜 세월 획득하려 애써온 드론 등 현대전 무기 관련 기술과 군인들의 현대전에 대한 실전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군은 생포될 위기에 처하면 자폭과 자결을 강요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는 동료 병사가 생포될 상황이면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같은 비인도적인 명령은 사살되었거나 생포된 병사의 소지품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생포로 인한 비밀 유출을 막기 위해 북한은 동료병사끼리 총질을 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북한 병사들은 러시아로부터 상당한 급여와 수당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도된 바로는 병사 1인당 2,000~2,700 달러의 급여가 지급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북한병사들은 자신의 급여와 전투 수당이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군 당국이 파병군인에게는 영웅칭호를 수여한다는 약속을 해준 것이 전부입니다. 1만 2천 명을 파병한 북한은 병사들의 급여만으로 연간 4억 8천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돈은 고스란히 김정은의 개인 금고로 들어가게 됩니다. 젊은 병사들의 목숨 값으로 김정은은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병사들에게 매달 얼마나 지급하는지 알려진 바는 없으나 정해진 급여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이처럼 막대한 현금과 식량, 원유와 가스, 첨단 무기 기술을 젊은이들의 피 값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김정은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이대로 끝나는 것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전쟁을 오래 끌면 끌수록 핵무장 완성을 기할 수 있고 개인 금고가 두둑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 12월 24일 우크라이나 군당국이 공개한 북한군 사망자의 손편지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전우 송지명 동무의 생일을 축하하며’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이 편지는 북한군 병사들이 어떤 심정으로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어떤 형태로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어 북한군 병사들이 그리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