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젊은이들 통일 열정 보여준 ‘2025년 통하나봄’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이승재입니다. 지난 5월 9~10일, 정말 세차게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요. 서울에서도 젊은이들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홍익대학교 인근 ‘홍대 레드로드’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한국의 통일부에서 주관한 통일문화행사 ‘2025 통하나봄’이었는데요.

이 행사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한류문화 다시 하나되는 우리-광복에서 통일로’라는 주제로 통일에 관심이 줄어든 한국의 젊은이들을 위해 열렸습니다.

여러분도 여기 세찬 빗소리가 들리시나요?

통일을 기대하며 벽화를 그리고 있는 시민들
통일을 기대하며 벽화를 그리고 있는 시민들 통일을 기대하며 벽화를 그리고 있는 시민들 (RFA)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꿈꾸던 청년들의 열정은 가라앉지 않았는데요. 2025년 통일문화행사 ‘통하나봄’ 여러분도 함께 만나보시죠.

(INS-참여자) 개성주악이 북한음식이지? 한국의 약과 비슷한 거 같은데? 뭔가 츄러스 맛이 나. 시나몬 가루 넣었나?

금강산도 식후경! 행사엔 먹는 게 빠질 수 없죠. 사람들의 발걸음도 여기서부터 멈추기 시작합니다.

김순실: 김순실입니다. 여긴 반반도시락, 절반은 북한음식 절반은 남한음식 만들어 주는 곳이에요. 북한음식으로는 개성주악, 평안도 음식인 닭껍질 삼색쌈이 있고요. 대한민국 음식으로는 꿀떡과 빵이 있습니다. 이게 행사가 아니고 현실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준비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북한 음식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 통일 되면 이 음식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기를 바라면서…

남한과 북한의 음식을 조화롭게 먹어도 보고, 놀이로도 즐길 수 있었는데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홍익대학교 근처라 그런 지 외국인들 너댓명이 행사장을 방문했습니다.

자원봉사자: Why don’t you coming?

커다란 책상 위에 한반도 지도가 펼쳐져 있고 책상 아래엔 간장, 고추장, 초콜렛 소스, 겨자 소스 등 각종 향신료가 담긴 컵들이 놓여 있습니다. 여기선 무슨 놀이를 할까요?

자원봉사자: 여기 책상 위에서 과자 굴리기를 하다가 저기 소스에 빠지면 그 과자를 먹는 건데요. 이게 사실 통일을 의미하는 놀이거든요. 우리 모두가 한반도에 자유롭게 굴러 다니자는 뜻으로, 통일을 너무 어렵게 접근하기 보다는 재미있게 해 보려고 기획했어요.

신나게 과자를 굴리던 외국인 유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 소스에 과자가 빠지니 너무 즐거워합니다.

Nichol: I’m Nicole from the Philippines. I learned a lot about North Korea. It’s a very educational time for me who is interested in Korea and North Korea. (저는 필리핀에서 온 니콜입니다. 북한에 대해서 많이 배웠고요. 한국과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제겐 교육적인 시간입니다.)

Stephanie: 전 스테파니고요. 미국에서 한국에 온 지 11년 됐어요. ‘김정일리아’라는 북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한반도에 대해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터넷으로 연구하다 한국에 왔습니다. 한국에서 새터민(탈북민) 친구들과 영어 수업이나 멘토링도 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씨 너무 안 좋지만, 사람들이 관심 갖고 나오니까 너무 좋은 것 같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북한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행사 같아요.

참여자보다 더 신나게 게임을 진행하던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도 들어봤는데요.

자원봉사자: 저는 20대 대학생인데요. 한국은 정권에 따라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정책이 많이 바뀌는 편이잖아요? 저는 여기 한국 국민들에게 통일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나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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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나봄에 참여한 시민들은 여행사 콘셉트를 주제로 한 부스에 참여해서 북한의 주요도시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통하나봄에 참여한 시민들은 여행사 콘셉트를 주제로 한 부스에 참여해서 북한의 주요도시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통하나봄에 참여한 시민들은 여행사 콘셉트를 주제로 한 부스에 참여해서 북한의 주요도시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RFA)

이번엔 또 다른 부스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은 여행을 주제로 한 체험 같네요.

자원봉사자: 네. 저희는 여행사로 북측 지역을 간접체험하는 곳인데요. 여기선 평양, 금강산, 원산 등을 여행할 수 있습니다. 평양에선 속도전떡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고요. 금강산은 한국의 향을 담은 향수를 만들어볼 수 있어요.

기자: 저도 참여해봐도 될까요?

잠시 기다리니 바로 안내원이 나오는데요.

안내원: 표 보시겠습니다. 서울에서 오셨습니까? 우리 이북을 간략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평양에선 퐁퐁이떡을 드실 수 있습니다.

북한 말을 너무 잘해서 탈북민 청년인 줄 알았는데요.

안내원: 아니에요. 남한 사람이에요.

기자: 너무 잘 하시는데요?

안내원: 제가 옛날부터 북한 영화를 많이 봤어요. 학부도 그에 맞춰서 전에는 북한학과라고 불리던 통일외교안보를 전공했고요. 북한 공부하고 영화도 많이 보고 탈북민들도 만나고 하니까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기자인 저는 이 체험에서 평양을 여행하면서 속도전떡을 만들어봤는데요.

안내원2: 옥수수가루 두 스푼, 설탕 한 스푼… 속도전떡이란 게 북한의 대표적 간식이거든요. 속도전이란 말은 북한에서 모든 인민에게 최고의 성과를 내라는 의미이기도 하죠. 반죽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장마당이나 일터에서 빠르게 먹을 수 있어 속도전떡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어떤가요?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맞나요?

참여자1: 우린 엄청 복잡한 과정으로 떡을 만드는 데 진짜 빨리 만들었잖아요. 저희는 또 옥수수로 떡을 만들지는 않는데 그거 만드는 것 보고 새롭고 즐거웠어요.

2025년 통하나봄 행사에선 이 외에도 많은 체험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는 거리 한복판에서 북청사자놀음, 황해도 봉산탈춤 등 국립국악단의 길놀이 공연이 열렸고, 노래 한 소절씩 부르고 그것을 모아 통일 노래 한 곡을 완성하기도 하고, 통일 벽화를 함께 그리기도 했는데요. 20대 여대생 오세화 씨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통일관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황해도 봉산탈춤 등을 보여준 국립악극단 단원들
황해도 봉산탈춤 등을 보여준 국립악극단 단원들 황해도 봉산탈춤 등을 보여준 국립악극단 단원들 (RFA)

오세화: 저희 세대는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의식이 사라졌거든요. 이런 행사를 보면서 우린 한민족이고, 북한인권이 어떤 처지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행사엔 어르신들도 많이 오시는데요. 어르신들은 북한에 가족이 있거나, 저희보다는 커넥션이 좀 있잖아요. 그분들로부터 “빨리 통일되어야 할 텐데…” 이런 말씀도 종종 들었어요. 2030과 장년세대가 함께 통일에 대한 소중함도 공감할 수 있어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이상 같은 민족도 아니고, 통일을 꿈꾸는 일도 없을 거라고 말하는 북한 당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북한을 제대로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청년들이 이렇게 하나,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청년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여기는 서울>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