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국제전략문제 연구소(CSIS)에서는 22일 북한 핵문제 관련 토론회가 개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라면서 6자회담 진전을 위해 미국이 보다 유연한 대북 협상안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한 한미일의 시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토론회에서 국제전략문제 연구소의 조엘 위트(Joel Wit) 연구원은 미국이 보다 유연한 대북제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6자회담에 어떠한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현시점에서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를 맺으라는 어떤 압박도 받고 있지 않다면서 6자회담의 교착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북한 측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습니다.
"Dragging on, well, as I said, I think that really is in North Korea's interest."
위트 연구원은 콘돌리자 라이스(Condoleezza Rice) 미 국무장관의 최근 아시아 순방에서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에 진전을 가져올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면을 굳이 찾으라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점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라이스 장관의 순방을 통해 미국의 대북정책이 내실이 없고 비효율적이라는 근본 문제를 노출시켰을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I think the trip illustrated once again fundamental problem with U.S. policy which is that it's largely hollow and ineffective."
그는 현재 미국은 진정한 대북 강경책(stick)이나 유화책(carrot)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중국 등에 대해 문제해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또 라이스 장관이 만약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계속 거부한다면 ‘다른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에 나선다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 남한의 협조 없이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Can the U.S. mount an effective campaign for UN sanctions without Chinese, Russian and South Korean support? I would say no."
이 날 함께 토론회에 참석한 일본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히데시 교수는 일본도 4차 6자회담이 열리기 전까지는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After the 4th round of 6-party talks, Japan is ready to take economic sanction against North Korea but before then, Japan can not take economic sanction against North Korea."
또 다케사다 교수는 중국은 북한 핵문제가 유엔에서 논의되는 것 자체를 반대할 것이며 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대북경제제제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북한에 대한 단호한 제재를 원한다면 그 제재에는 반드시 남한과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에 객원 연구원으로 있는 박건영 남한 가톨릭대 교수는 이 날 토론회에서 남한도 현 시점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것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아직 모든 외교적 수단을 충분히 다 쓰지 않았다고 남한 정부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South Korean government does not think, currently, that the U.S. has exhausted its (all) diplomatic means."
하지만 이와 관련해 위트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북한과의 협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남한 정부가 미국의 대북제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It's not possible if South Korea will not at least contemplate the possibility of sanctions."
한편, 박건영 교수는 앞서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이 진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북한을 지칭하는 ‘악의 축’, ‘폭정의 전초기지’ 등 북한을 자극할 말한 발언을 미국 측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제2차 핵 위기의 원인이 된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미국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박 교수는 미국은 핵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북한의 인권문제, 미사일 문제와 또 다른 대량살상무기 문제, 재래식 병력 문제 등이 해결되어야만 북한과의 수교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미국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북한과 수교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하게 되면 안보에 대한 걱정이 사라져 마음 놓고 북한은 국제 사회에 문호를 개방할 것이고 이러한 개방을 통한 새로운 정보와 사상의 유통은 북한 내부의 정체성을 바꿀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또 북한 주재 미국 대사관은 북한 내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증진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성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