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정부가 23일 탈북자 정책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서울에 이현주 기자를 연결해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개선안의 주요 내용과 이에 대한 탈북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겠습니다.
남한 정부가 23일 개선안 발표했는데 주요 내용을 좀 소개해주시죠.
이현주 기자: 이번 개선안은 크게 탈북자 정착 지원금 축소, 취업 장려금 등 정착 교육 강화 , 탈북자 입국 심사 강화, 탈북자 중개인 감시 활동 강화 등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정착 지원금 지원액을 현행보다 3분의 1규모인 천만 원대로 낮추고 감소된 금액은 취업 장려금, 직업 훈련 수당 등으로 돌려, 탈북자들이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또 정착 도우미를 마련하고 개인에 맞는 맞춤 교육을 실시해 탈북자 정착에 효과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통일부 이봉조 차관의 말을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금전적 동기에 의한 브로커 피해 줄이기 위해 지원금을 줄이고 현물중심을 지급하며 브로커 실태 조사해 위법 시 강력 처벌할 것입니다.
또 현지 공관에서의 탈북자 입국 심사를 대폭 강화해서 위장 탈북하거나 범죄를 저지른 자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북한에서 저지른 범죄를 포함해 살인 등 중대범죄를 저지른 자, 조선족인 것처럼 위장한 자, 또 북한을 탈북한 뒤 10년 이상 중국이나 제 3국에서 거주하며 생활 근거지를 마련한 자 등이 입국 금지 대상에 포함됩니다. 또 남한 정부는 이를 위해 이미 중국 등 외교 공관에 이 같은 방침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남한 정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탈북자 중개인 감시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데요.
이: 네, 그렇습니다. 남한 정부는 탈북 중개인을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우선 남한 정부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입국 후 중개인 등이 금품을 갈취하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수수료는 불법이며 이 같은 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의식을 널리 알리고 중개인 감시를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 이번 개선안에서 정착 지원금, 현금 지급을 줄인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실태 조사 결과 입국한 1,866명의 탈북자 중에서 중개인을 통해 들어온 경우가 83% 에 달하고 1인당 평균 남한 돈으로 400만 원, 약 380달러를 중개인에게 지급했으며 이 것은 정착금 중 약 570만 달러, 60억 원이라는 돈이 중개인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또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가 이른바 기획 탈북에 개입하는 경우에는 해당자에게 출입국을 제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남한 정부도 이 같은 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어느 정도 심리적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습니다.
우선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와 닿는 것이 정착 지원금 축소일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이: 남한에 들어와서 살지 말라고 하는 정책이라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현재 남한 정부로부터 받는 정착 지원금이 탈북자 한 명이 들어왔을 경우, 현금으로 2만 6천 달러, 남한 돈으로 2,800백만 원, 그리고 주택 임대비용으로 약 7,000달러, 7백 50만 원입니다. 개선안에 따르면 이 금액이 9천 5백 달러, 천만 원으로 축소됩니다.
탈북자 동지회의 이해영 사무국장은 현재 남한에서 서울 근처에 임대 아파트를 얻는 비용만도 1,300만 원 정도라고 밝히면서, 개선안 대로하면 살 곳을 임대하고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갖춰놓지 못하고 그대로 살아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남한 정부는 줄어든 정착금은 취업 장려금이나 훈련 수당으로 지급한다는 방침이지 않습니까?
이: 남한 정부는 지금도 탈북자 직업 교육이나 취업 장려금 등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강화한다는 것인데, 탈북자들은 과연 이 정책이 얼마 정도의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일을 하고 싶어서 못하는 것이 아니고 일자리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라면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탈북자 동지회 이해영 사무국장의 말입니다.
“체제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시간이 흘러야 적응을 하죠. 그리고 대한민국에 일자리가 그렇게 많습니까?"
남한 정부는 정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이 부분에서 탈북자들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탈북자들은 사회에 정착하고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선안에 대한 탈북자 단체와 탈북자 지원 시민단체들은 입장은 어떻습니까?
이: 우선 탈북자 단체들은 남한 입국 탈북자의 80%가 기획 탈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획 탈북을 단속하는 것이 곧 탈북 통로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민주화 운동 본부 김윤태 정책실장은 기획 탈북 등의 부작용은 인정하지만 이번 정부의 개선안에서는 중국 내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인 배려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작 기획탈북이 문제고 브로커 개입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던지, 이런 대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으면서 탈북자 브로커 문제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것은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특히 김윤태 실장은 남한 정부가 중국 등지에서 10년 동안 체류하면서 기반을 닦은 탈북자들을 입국 금지 대상에 넣은 것만 보아도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에 대해 인도적인 배려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시민단체,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사무총장은 이번 남한 정부의 개선안을 기획탈북의 나쁜 면만을 너무 부각시켜 긍정적인 면을 지나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브로커 문제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정부가 시민단체처럼 탈북자 문제에 접근하면 됩니다. 결국 역기능만 부각시키면서 탈북자 지원이라든지 인권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가 방기하려고 하는 의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시민단체들은 남한 정부가 탈북자 문제 해결에 좀 더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준다면 탈북 중개인, 기획탈북은 사라질 것이라면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남한 정부의 숙고된 정책을 요구했습니다.
또 이밖에도 정부는 범죄를 저지른 탈북자들을 입국 금지시키겠다고 밝혔으나 탈북자의 범죄 사실 입증이 본인과 주위 사람들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그러나 이 같은 개선안이 기획탈북과 불법 국내 입국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뿐이라며 인도주의적 차원의 탈북자 수용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과다한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하되 인도적 차원의 행위는 구분해서 적용하고 탈북자들이 기획 탈북이 아닌 다른 루트로 입국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시민 단체의 반발을 남한 정부가 예상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남한 정부가 이 같은 개선안을 확정한 배경은 무엇입니까?
이: 남한 정부는 그 동안 외국공관 등으로 진입하는 탈북자 때문에 베이징 대사관, 영사부의 업무 차질이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외국 공관 진입이 계속됨에 따라 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 관계와 동남아 국자를 통한 탈북자 대량 입국 이후 경색된 남북 관계 등을 고려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남한 언론들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중국 방문에서 중국 정부와 일종의 물밑 접촉이 있지 않았나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