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차 개성 회동때 ‘일방 통보’ 가능성

남북이 11일 개성공단에서 2차 회동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측이 ‘접촉’을 갖자는 제의에 남측이 동의하는 형식으로 열리는 회동이지만, 북측은 임금 인상 같은 일방적 통보만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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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측이 오는 11일 개성공단에서 남북 당국 간에 실무 '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천해성: 6월 11일 10시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남북 당국 간에 실무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의해 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북측은 이날 통지문에서 남북 간 ‘접촉’을 하자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개성공단 2차 회동의 성격을 놓고 남북 간 해석이 다른데 덧붙여, 의제 문제를 둘러싼 이견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측의 2차 회동 제안에 대해 설명하면서, 두 달 이상 북측에 억류된 개성공단 근로자 유 모 씨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측이 유 씨 문제를 중시하는 입장을 북측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남측의 사정도 고려해 2차 접촉을 남측에 제의한 걸로 본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의 대화 당사자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억류자 문제가 자기네 소관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그간 강조해 왔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북측은 지난 4월 21일 1차 회동 때와 마찬가지로 유 씨 억류 문제에 관한 논의를 거부한 채 임금과 토지사용료 인상을 포함한 북측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전망했습니다.

양무진: 개성공단 특혜 조치에 대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정한 내용을 남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측은 지난 4월 1차 회동에서 개성공단에 적용해 온 기존 혜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임금과 토지 사용료 인상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자고 남측에 제의했습니다. 이후 유 씨 문제를 의제로 삼자는 남측의 요구로 남북 간 회동이 이루어지지 않자, 북측은 지난 5월 15일 대남 통지문을 통해 개성공단 관련 법규와 계약의 무효를 선포했습니다.

당시 통지문에서 북측은 “변화된 정세와 현실에 맞게 법과 규정, 기준을 개정한다”고 밝혔고, “남측이 이를 집행할 의사가 없다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북측은 이번 회동에서 유 씨 문제에 관한 언급은 회피하면서, 그간 일방적으로 마련한 개성공단 관련 법과 규정을 남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측이 한국 정부의 희망대로 개성공단 2차 회동에서 유 씨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북측이 유 씨 문제를 거론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석방 같은 긍정적 조치라기보다 유 씨의 이른바 ‘간첩 혐의’를 강조하는 내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내다봤습니다.

조봉현: 지금 일정 부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유 씨 건에 대해서 북한 나름의 법, 형사법에 따라서 재판에 회부하겠다는 내용을 통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개성공단 2차 회동의 성격과 의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이어 한반도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키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남북 회동의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