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에 곡물 판매를 중단하고 배급


2005.10.02

북한은 지난 2천 2년 7월 이후 실시돼왔던 곡물 시장판매를 중단하고 다시 배급제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유엔 산하 세계식량기구는 지난 금요일 긴급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10월 1일부로 모든 곡물은 공공식량 공급소에서 배급하게 된다고 북한 자료를 인용해 전했습니다. 전수일기자와 알아봅니다.

북한이 배급제로 다시 바꾸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만, 무엇보다도 이번에 배급제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은 2천 2년 7월 취한 경제관리개선조치로 물가가 폭등한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3년전 개선조치 이후 물가는 계속적으로 큰 폭으로 올랐고 그 가운데서도 쌀같은 주요 식량값이 엄청나게 치솟았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이나 남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쌀값은 경제관리개선조치 후 책정된 국정가격은 kg 당 44원이었는데 현재는 천원 가량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무려 20배 이상으로 치솟은 것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한달 봉급이 2천원에서 3천원 정도라고 하니까 월급으로 쌀 2kg 정도를 살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 사람이 하루에 먹어야 하는 최소 곡물량은 300g입니다. 한 가족이 세 네명으로 구성돼 있다고 할때 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가 한 사람이라고 한다면 한달치 봉급을 몽땅 쌀 구입에 쓴다고 해도 이틀치 먹을거리 밖에는 안된다는 것이죠. 그만큼 쌀값은 서민들이 구입할 수 없을 만큼 높이 올랐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돈 있는 사람들이야 시장에서 얼마든지 쌀을 살수 있겠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시장에 나와 있는 쌀이 그림의 떡이라, 굶주림은 경제관리개선조치 이전보다 나아진게 없다는 것이죠. 결국 곡물값을 잡아야 하겠다는 시급한 필요성을 북한 당국이 인식하게 됐고, 그러기 위해서 배급제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 이렇게 풀이되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 관계자도 북한이 ‘식량가격 안정을 통해 인플레, 그러니까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고 남한 언론에 밝혔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시장에 나와 있는 쌀들의 적지 않은 부분이 남한과 외국에서 지원한 쌀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만, 원래 지원 받은 쌀들은 굶주린 취약 계층의 주민들에게 배급되도록 돼있는데 북한 관리들이 이 쌀을 빼돌려 시장에 팔아 넘기고 자기 배를 불리는데 유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여러차례 비정부기구나 인권단체들을 통해 나왔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도 그 같은 지원쌀 배분에 대한 비리 보도로 당국에 대한 이미지, 즉 영상이 부정적인 것은 물론 앞으로 외부 지원을 받는데에도 더 많은 까다로운 조건과 감시가 증대 될 것이 신경 쓰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럴 바에야 아예 당국 배급소에서 배급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곡물 분배와 관련한 관리들의 비행과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도 될 것같다는 분석입니다.

공급량 자체도 부족한 것이 물가가 오르는 이유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은 외부 식량 지원하고 자체 생산량을 합쳐도 통상 한해에 백만톤 정도가 모자랍니다. 근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만한 량의 곡물이 늘 부족하다는 얘기죠. 먹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그 수요를 충족할 식량이 부족하다 보니 식량 값은 오르지 않을수 없습니다. 남한 당국자도 ‘북한이 올해 식량증산에 전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이라는 산업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기는 어려운 것’이라면서 북한이 곡물가격을 잡기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식량 공급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알수 없는 것은 북한이 지난달 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모든 외부 식량 지원단체들에 대해 ‘식량지원은 이제 그만하고 개발계획에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북한은 올해 안으로 긴급식량지원 같은 것은 모두 끝내라고 요구했습니다. 주민들 먹일 식량이 이제는 충분하다는 근거로 말입니다. 식량이 충분하다는 얘기는 외부 지원 기구들의 식량 공급이 없더라도 남한과 중국에서 보내주는 식량으로 주민들 식량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것이라고 풀이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남한과 중국의 대북 식량지원 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됩니다.

쌀값 말고도 북한에서는 비료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남한에서 대표적인 대북지원 민간단체인 ‘좋은 벗들’ 이 1일 ‘오늘의 북한 소식’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 비료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그 값도 세배 이상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질안 비료의 경우 1kg 가격이 작년에는 50원 가량이었는데 올해 4월에는 180원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지원되고 있는 요소비료의 경우는 그 질안 비료 값의 열배라고 합니다. 천8백원이라고 하는데요. 남한의 요소비료가 북한의 질안비료보다 열배나 값이 비싼 이유는 효과때문이라고 합니다. 남한 요소비료 한 번 쓰는게 북한산 질안비료 열 번 쓰는것 보다 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질안비료를 연간 8만톤 생산하고 있다는데요, 남한에서는 질안비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면 질안비료는 산성 성분이라서 토양에도 좋지않고 곡물생산성도 낮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쌀농사 비용으로 비료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비료 값이 쌀 가격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여하튼 비료값이 엄청 비싼 것도 북한 쌀값을 폭등하게 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수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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