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외교통상부와 주한 미국 대사관이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남한 외교통상부는 위폐문제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회의결과에 대해 주한 미국 대사관측이 과장해서 발표했다며 정식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재무부 금융단속반은 지난 23일 남한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의 화폐 위조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그 다음날 보도 자료를 통해 회의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미국이 남한 측에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주범과 그 지원망을 재정적으로 고립시키는데 더욱 힘써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 외교통상부는 25일 주한 미국 대사관측이 한미 양국 간에 논의된 내용을 일부 과장해서 발표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재무부 인사들이 불법 금융과 테러자금의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협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하기는 했으나, 주한 미국 대사관측이 밝힌 대로 남한 정부에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한 바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통상부는 미국 재무부측이 남한정부와의 협의결과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은 보도 자료를 발표한 것은 두 나라간의 사전 양해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남한 언론과의 회견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의 발표는 남한 정부가 뭔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외교부의 고위 당국자도 외교 당국사이에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은 부적절하다는 시각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남한 언론에 밝혔습니다. 이 당국자는 미국 측이 남한 정부가 기대한 수준의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 대사는 25일 남한의 집권당인 열린 우리당의 유재건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회의 내용을 각자의 입장에서 표현해 오해의 소지가 있었으나, 본질에 대한 양측의 입장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