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열병식 탓, 북 주민 ‘전승절’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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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에서 7월 27일 전승절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은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과거 김일성 시대를 살펴보면, 북한은 한국 전쟁이 끝난 7월 27일보다는 전쟁을 시작한 6월 25일의 중요성을 더 강조해 왔습니다. 북한은 한국 전쟁의 목표가 한국에 대한 개방과 민족통일이었기 때문에, 7월 27일에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시민사회에서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한국전쟁을 미국과 한국이 북한을 침략한 것으로 선전하면서 6월 25일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이 침략했다는 증거가 확보되면서 한국전쟁이 북한이 시작한 침략전쟁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북한은 7월 27일에 대해, 비록 남쪽을 개방하지는 못했지만 미국에 대해 승리했다는 의미로 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북한을 '보통의 나라'로 강조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할아버지나 아버지 생일의 중요성을 과하게 강조하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한 예로, 원래 북한에서 김정일 시대에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자동차 번호판에 김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을 새겼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가 2011년 말에 권력을 잡은 이후 번호판에 새기는 숫자를 7월 27일로 변경한 사실도 있습니다. 북한은 통상 매년 6월 25일('미제반대투쟁의 날')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한 달 동안을 '국제 반미 월간'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실제 과거에는 국제적인 반미 주의자나 공산주의자들이 이러한 시기를 미국과 대결의 상징으로 사용한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북한만 그런 '국제 반미 월간'을 주장하는 상황으로, 사실 '국제'란 단어를 뺀 '북한'의 반미 월간으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고, 이제는 역으로 북한이 고립되는 모습들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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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visits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 Army Martyrs' cemetery 조선중앙통신은 전승절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5일 중국 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찾았다고 26일 보도했다. / Reuters (KCNA/via REUTERS)

<기자> 오늘날 북한 사람들은 7월 27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7.27 전승절이 큰 부담으로 느껴질 겁니다. 특히 반미월간과 같은 기간에 북한 당국은 학생들에게 군대에 입대할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조선중앙통신은 미제의 침략적인 행동에 분노한 학생들이 잇따라 입대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국민들의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7.27에 진행하는 군사 열병식도 주민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2011년 12월 이후, 북한은 이번을 제외하고 13번의 열병식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 중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 동안에 8번의 열병식을 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총 다섯 번의 열병식을 한 것으로 집계됩니다. 또 이번 연도에는 이미 2월 8일에 실시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올해 전승절 70주년과 북한정권수립 기념일 9·9절(구구절)을 대대적으로 축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열병식을 세 번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4년 동안 총 7번을 진행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군사 분야에서만 국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김 총비서의 어려운 상황과, 현재 국내 통제 강화를 주장하는 군부 중심의 강경파가 정권을 주도하는 형편이 있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2017년 쯤에 앞으로는 일 년에 최소 한 번은 열병식을 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열병식이 진행될 때마다 참가하는 부대들은 세 달 이상 훈련에 집중해야 하고, 이러한 훈련은 시민들에게도 강요되고 있습니다. 또한, 2020년 10월 열병식을 시작으로 북한은 다섯 번 연속으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열병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조건이 나쁘지 않지만, 겨울에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평양에서 새벽에 열병식 참여를 강요받는 시민들의 부담은 적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최근 7월 27일을 앞두고 이어진 북한의 군사 도발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이는 북한이 군사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지난 7월 12일에 발사한 화성-18형 미사일은, 위성발사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열병식을 앞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성과로서 발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열병식이 진행되면 연설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들이 '화성-18형' 관련 언급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이 지난 19일에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은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SSBN 737)이 부산에 입항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로 보입니다. 또 지난 24일에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은 미국의 공격형 핵추진잠수함(SSN)인 '아나폴리스'(SSN-760)가 제주에 입항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로 보입니다. 한미일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러한 단거리 미사일은 핵 탑재가 가능한 순항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북한의 강순남 국방상이 (7월 20일)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가 핵무기 사용 조건에 해당된다면서, '우리가 핵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라는 경고를 했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행동들 속에서는 미국에 대해 북한의 긴장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활동에 대한 보도가 여러 차례 나오고 있지만, 사진만 최소한으로 공개하고 있고 영상은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아마도 열병식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영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 상태가 일시적으로 악화되고 있거나,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인한 긴장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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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ssian Defence Minister Sergei Shoigu visits North Korea 북한에서 열리는 전승절(6·25전쟁 정전 협정) 7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25일 평양 국제공항에 도착해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악수하고 있다. / Reuters (KCNA/via REUTERS)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이 러시아의 ICBM과 동일하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저도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 관련 내용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과학·기술·국가안보정책 명예교수인 씨어도어 포스톨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최근 RFA가 보도했듯이, 포스톨 교수는 북한의 '화성-18형'이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러시아명으로는 Topol-M인 'SS-27 Mod 2'과 동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포스톨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자국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라에게 핵 공격 능력의 기술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구체적인 협정을 맺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러시아의 ICBM 기술이 실제로 북한 미사일에 적용된 것이라면, 이는 그 협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포스톨 교수는 이와 같은 일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결정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일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만약 러시아의 지원이 사실이라면,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의 ICBM은 워싱턴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벨라루스에 배치된 전술핵은 러시아의 통제 아래 있지만, 북한의 ICBM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핵확산방지조약 체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러시아의 타스통신은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이 지난 25일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저는 평양에서 진행되는 열병식에 그가 참가하거나 북한과 국방장관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김정은 총비서와의 회담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러시아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무기 및 용병 제공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고,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한 협력 방침을 확인할 수도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7월 27일 한국전 휴전협정 70주년을 맞이하며,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어떤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아시다시피, 과거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 휴전협정에 서명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남북 통일을 실현시킬 기회를 놓치고 북한 위협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휴전협정에 서명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대통령이 휴전협정의 효과가 없다거나 그런 것을 주장한 적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미국이 한국을 설득하기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더 나아가 미 육군의 한국 주둔을 인정한 점이 그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당시 소련은 휴전협정에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소비되면 유럽에서 소련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1953년 4월에 스탈린이 사망하자, 소련도 기존 협정에 찬성했습니다. 휴전 협상은 2년 정도 진행됐고, 그 사이에 한국이 전쟁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수준의 영토를 회복한 상황이 그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만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본다면, 우크라이나의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저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했을 때의 영토 수준까지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반발이 생겨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입장은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우크라이나가 휴전 협정에 납득할 수 있게 하려면, 군사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라들은 우크라이나가 기구에 가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G7(주요 7개 국가)이 대신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합의를 더 구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