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박사님. 7월 27일이 북한의 전승절 70주년입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전승절 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질 것 같은데요. 전승절에 대한 일본 내 조총련 사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문성희] 올해 전승절은 70주년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성대히 축하할 겁니다. 또 열병식에서 어떤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지에도 이목이 집중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전승절에 대해 큰 관심이 없고, 총련 동포사회에서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총련 간부들은 전승절 당일에 강연회나 대회를 열겠지요. 그러나 그것도 소규모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에서 그런 대회를 크게 개최할 분위기가 아니니까요. 과거에는 총련 일꾼들이나 동포들, 그리고 대학생, 또는 중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북한을 방문했고요. 특히 여름에는 많은 사람이 북한에 체류했기 때문에 북한이 전승절을 기념할 때 총련 사회도 더불어 축하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합니다. 지금은 북한의 분위기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이 이에 관심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이 오는 9월에 열리는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비를 요청하면서 오랜만에 조총련 사회에 손을 내밀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이후 조총련 사회에서 관련 모임이 잦아지고 있다거나 후원이 이뤄지는 등의 움직임이 있나요?
[문성희]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 하지만 "총련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선수들을 파견하라"라는 지시와 관련해 그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은 대규모 선수단을 보내고 싶어도 코로나 때문에 국내 사정을 생각하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총련 선수들을 북한 선수로 해서 선수단을 파견하면 되지요. 또 아시안게임이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개최되면 모르겠지만,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지 않습니까.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북한이 선수단을 보내야 하는데, 고민 끝에 총련 선수들을 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쉽지만, 저는 지금 시점에서 이와 관련한 아무런 정보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총련 사회에서 후원이 이뤄지고 있다거나 이를 위한 모임이 자주 열린다는 소식도 못 듣고 있습니다.

조총련의 주력 산업인 파칭코도 사양길
[기자] 요즘 조총련 사회의 경제 상황도 궁금한데요. 최근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일본 경제도 활기를 띠는 것 같은데, 조총련 사회의 상권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문성희]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것이 곧장 총련계 상공인들의 경제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 총련계 상공인들의 주요 사업이라고 하면 파칭코인데, 지금 일본에서는 파칭코가 옛날처럼 인기가 없어서 가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우리 집 인근에 있는 파칭코 가게들도 많이 파산했어요. 파칭코 가게를 하는 제 친구도 "이제 파칭코 산업은 끝났다"며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물론 작은 불고깃집 가게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가겠지요.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올 것을 예상하고 여러 호텔을 지었는데, 결국 사람이 안 와서 야단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본에 외국 관광객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고, 최근 제가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출발해 서울 출장을 다녀왔는데, 공항에 사람이 많아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젠 가게도 제법 붐비고 있어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경기가 조금씩 회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총련 사회의 경제력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처럼 큰 상공인들은 많이 없어지고, 지금은 소상공인, 즉 작은 가게를 하나둘씩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요. 또 동포 중에는 직장인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조총련 사회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이나 도움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대북 지원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또 이를 통해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것에 기대감을 갖는다고 들었습니다.
[문성희] 과거에는 북한에서 수해가 발생했다고 하면 총련에서 많은 지원을 했습니다 . 개인적인 것도 있고, 집단적인 것도 있었습니다. 제가 1993년에 '애국예방약공장' 완공식을 취재하기 위해 북한에 갔습니다. 이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총련의 '여성동맹'에 속한 분들이 각자 돈을 냈습니다. 모두 여성이었는데요. 간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공장을 북한에 짓도록 힘을 보탠 겁니다. 북한에서 간염은 풍토병적인 측면이 있어서 엄마가 걸리면 태아가 감염되고, 그러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간염 비루스(바이러스)를 보유하는 것이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들의 건강부터 챙겨야겠다고 생각해 총련 여성들이 앞장서서 공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돈을 모금한 겁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북한에 공장이나 기업소를 세울 만한 돈을 모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형편이 안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재일동포들이 북한에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는 것이고요 . 지금은 총련 계통 사람 중에서 북한이 아닌 한국에 가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습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사람들이 북한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것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본이 북한과의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돕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알기에는 북한과 무역을 하던 사람 중 여러 명이 체포된 사건도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위험을 감수하면서 지원하겠느냐란 생각도 듭니다.

[기자] 일본 정부가 북일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 물밑 접촉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총련의 역할이 모처럼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문성희] 최근 일본에서는 " 요즘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일본 외무상 (하야시 요시마사)과 만난다"거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옵니다. 과거에 일본 정부가 북한과 물밑 교섭을 할 때 그 통로 중 하나가 총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일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개되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과거에도 총련의 역할이 작지 않았고, 지금도 북한과 접촉하는 하나의 통로로서 여전히 유효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지금까지 일본의 언론인이자 학자인 문성희 박사와 함께했습니다.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