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반대 않지만 현시점 실현 어려워”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1.11.12
“종전선언 반대 않지만 현시점 실현 어려워”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또다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하고 있다.
/AP

앵커: 임기 만료를 앞둔 문재인 한국 정부가 북한 문제와 관련해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주도적으로 나섰어야 한다고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분석실장이 회고했습니다. 미국 워싱턴의 대표적 대북 정보 분석가로 온건파인 메릴 전 실장은 종전선언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말 업적만들기에 급급해 추진중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메릴 전 실장이 바라본 현재 한반도 정세와 향후 전망,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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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분석실장

[존 메릴] 먼저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 크게 실망했어요. 저는 큰 기대를 가졌지만 그는 해내지 못했습니다.

[기자] 한국 문재인 정부에 왜 크게 실망했고, 또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지요?

[존 메릴] 제 생각엔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대통령이 (북한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동맹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단독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또 한국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나라였기 때문에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문 대통령은 미국 지도자들과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와 몇 차례 고위급 회담을 했는데 그 회담에서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마지막 순간에 업적(legacy)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전선언도 이 중 일부고요. 이를 미식축구에서는 ‘헤일메리 패스(Hail Mary Pass)’, 즉 최후의 시도라고 부릅니다. 헤일메리 패스는 경기가 끝나기 직전, (지고 있는 팀의 쿼터백이 역전을 꿈꾸며) 공을 낮고 길게 던져 공격수 누군가가 뛰어가 공을 잡을 수 있기를 막연히 희망하는 겁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이와같은 시도로 보여요. 만약 그가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대해 진중하게 접근할 의도였다면, 이미 다방면으로 생각해봤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게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잘못은 아닙니다. 지금 상황의 일부 책임은 어떤 것도 시도하고 싶어 하지 않는 미국에도 있습니다. 종전선언 자체는 좋은 생각이고 전혀 반대하지 않지만, 과연 실용적인 제안일까라는 의문이 있습니다. 미국(의 반대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그가 해야 했을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말로 ‘사대주의’라는 표현이 있죠. 문 대통령만이 아니라 많은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어떠한 행동을 취하기 전에 미국의 반응을 읽으려고 애씁니다. 그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이 처한 어려움은 이해합니다만, 문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거의 5년 동안 해왔고, 실제로 한 일도 별로 없는 와중에 지금 그는 곧 퇴임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업적을 남기고 싶어 해요. 저는 그것이 그가 종전 선언에 꽂힌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존 메릴] 우선, 전쟁을 끝낼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종전선언도 그 중 하나죠. 때때로, 전쟁은 자연스레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공식적인 선언 없이도 (두 나라 간에) 경제적인 협력을 다지고, 서로 교류하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말이죠. 저는 ‘종전선언’ 자체엔 반대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보수주의자 들이 하는 말이 있는데, 미군(의 한반도) 주둔 근거는 한국 전쟁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자주 제기되는 의견입니다. 또 반대로 북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들은 종전을 선언하는 쪽으로 기울어서 문 대통령의 명성을 드높이는 일을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양측이 그것에 동의하고 미국이 이에 서명할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미국과 북한 간 외교관계도 수립돼 있지 않아요. 종전 선언에는 반대하지는 않지만, 요점이 뭔지 모르겠어요. 문 대통령은 다는 이뤄내지 못했어도 인도적 지원, 경제적 협력과 같이 일부분은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왜 북한 주민들이 정권을 압박하는 데 대한 부담을 져야 합니까? 개인 대 개인 차원에서 남북 접촉이 될 순 없었을까요?

[기자] 문 대통령이 대북정책에 있어 놓치고 있던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또 이는 어떻게 바꿀 수 있었을까요?

[존 메릴] 문 대통령은 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선 미국의 동의가 필요했기 때문에 (단독으로 대북정책을 펼치기) 어려웠단 걸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가 좀 더 단호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끈질겼더라면 문 정부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성공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정치로부터 분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그는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차기 한국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선택할지, 그리고 누가 더 나은 대통령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남북 관계에 대해 낙관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자]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경제 협력에 집중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존 메릴] (한미관계에서) 한국은 상대적 약소국이고 미국은 강대국입니다. 문 대통령은 그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워싱턴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몇 년 동안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대담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은 큰 돌파구를 찾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만약 종전선언이 그의 목표였다면, 그 동안 종전선언을 위한 토대를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퇴임하는 시기에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기에는 좀 늦은 감이 있습니다. 종전선언에는 이의가 없지만, 저는 실용적인 차원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종전선언에 찬성합니다만, 아마 강하게 반대하는 세력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핵 문제와 북한 인권 상황, 그리고 북한이 해온 역사적 악행을 지적할 겁니다. 게다가 선언문은 미국 정부에 의해 비준돼야 합니다.

[기자] 대북 정책에 있어 한·미 간 협력 관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존 메릴] 미국은 한국에게 부담을 주는 일종의 걸림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워싱턴을 설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미 둘 다 대북 인도주의에 대한 협력은 물론 폐쇄된 개성공단의 재개에 대해 아무런 협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자] 차기 한국 정권에 기대하는 점은 무엇입니까?

[존 메릴] 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더 활발한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법조계 출신이고 검사였기 때문에 대북정책에 있어선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간에, 저는 한국이 북한과 경제적으로,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식량 문제든 보건 문제든 간에 (북한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을 때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미국에 일종의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이 두 가지를 세게 밀어붙이지는 않겠지만, 만약 한국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고 남북교역을 장려한다면 아주 기본적인 차원에서 돌파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미국은 남북관계에 있어 장애물이 아니라 지지자가 돼야 합니다.

[기자] 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재인 정권 5년 평가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시간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의 존 메릴 전 동북아분석실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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