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코로나∙여름 수해 겹친 북, 올 작황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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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봄 가뭄에 이어 여름 폭우까지 이어지면서 북한의 농업작황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코로나 발생까지 겹쳐 부진했던 모내기가 끝나기 무섭게 쏟아진 비는 볏모가 뿌리를 내리는 데 방해가 되는 등 작물 생육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북한 현재 농업 상황과 향후 작황 전망에 대해 박수영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일찍 온 올 여름 장마에 벼 등 생육 타격 불가피

50년 만에 닥친 최악의 봄 가뭄으로 초여름 비 소식이 환영받은 것도 잠시, 일찍 찾아온 여름 장마에 올 해 북한의 농업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입니다.

탈북민 출신 북한 농업 전문가인, ‘굿파머스’ 조충희 연구소장은 올 해 예년보다 이른 장마가 닥쳤다며, 모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논에 물이 가득 차 벼 생육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충희]보통 북한에는 7월 초부터 8월 15일까지가 장마 기간인데 올해는 거의 한 15일 정도 먼저 장마가 왔거든요. 이렇게 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전체적인 작물 재배에 엄청나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된 거예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력 동원이 어려워지면서 늦어진 모내기와 일찍 온 장마가 겹쳐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조충희]모든 농작물이나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똑같지만, (벼도) 초기 생육이 굉장히 중요해요. 초기에 건강하고 튼튼하게 정상적으로 자란다고 해도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불면 수확량이 감소하는데, 초기 생육이 안 된 상태에서 지금 또 장마가 일찍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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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6일에서 30일 사이 도별 평균강수량 그래프 북한 조선중앙TV는 26일 0시부터 30일 21시 사이 이번 장마기간 도별 평균강수량 그래프자료를 30일 발표했다. 평안남도가 355 mm로서 최고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연합 (김준영/YNA)

늦은 모내기에 닥친 이른 장마는 자양분 아닌 '위협'

이처럼 겨울부터 봄까지 이어진 가뭄과 코로나 대유행으로 5월 10일께 완료됐어야 할 모내기가 늦어져 작황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북한 농업 전문가들은 우려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은 폭우가 오기 전 (6월 12일 기준) 위성 사진을 통해 북한 모내기 상황을 작년과 비교한 결과, 평균 6~8 퍼센트 부진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학]모내기가 6월 10일까지 한 80% 정도 됐고 나머지 20%가 안 된 걸로 분석했는데요. 모내기 상황은 지역에 따라서 좀 차이가 나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모내기가 빨리 진척이 되는 데는 좀 빠르고 늦은 데는 60%도 안 된 것 같고요.

조충희 소장은 인력 동원이 부족한 탓에 올해 모내기가 늦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충희]전체 인구가 다 달라붙어서 모내기하면 그런대로 괜찮아지는데 5월 20일인가 25일까지 필요한 모내기 노력에 50%도 동원되지 못했거든요.

이어 때를 놓쳐 늦은 시기에 심어진 볏모들은 미처 뿌리를 내리지 못해 폭우를 견디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조충희]논에 모가 나서 모를 심고 이게 뿌리를 내리는 기간이 있거든요. 땅에 뿌리를 박아야 제대로 자랄 수 있는데 땅에 뿌리를 박는 기간에 지금 장마가 온 거예요. 그러니까 땅에 뿌리 내리기 전에 비가 많이 와서 논판에 물이 차게 되면 벼들이 둥둥 떠다녀요 헤엄치는 것처럼.

그는 볏모가 심어진 후 일정 크기 이상 자라야 비가 내려도 광합성 및 호흡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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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 협동농장에 침수된 논벼들의 모습 북한 조선중앙TV는 30일 평양시 역포구역 소신남새전문협동농장에서 이번 장마로 침수된 논벼들에 대한 물빼기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소신남새전문협동농장의 물에 잠긴 논벼들의 모습. /연합 (김준영/YNA)

또 그는 북한 내 산림 황폐화로 산에서 비를 타고 내려온 흙탕물과 토사에 논이 뒤덮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생육에 큰 피해를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충희]물이 잠겨 있는 상태에서 빨리 빼주지 않으면 거기 물속에 있는 흙탕물들이 벼나 옥수수 이런 데 숨구멍을 다 막아버리거든요. 그렇게 되면 더 큰 피해를 보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 이제 제가 있을 때도 장마가 한 번 지나면 맑은 물 뿌려줘서 벼를 다 씻어주고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제 그런 것도 할 형편이 못 되니까 작황에 더 심각한 영향을 줄 수가 있는 거죠.

미국의 민간 기상정보업체인 ‘아큐웨더’의 제이슨 니콜스 선임 기상학자는 (6월 28일) 북한의 올 6월 강우량은 2018년 이래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6월 북한 평양의 강우량은 누적 61cm였는데, 지난 달 26일 46cm를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제이슨 니콜스] 6월은 확실히 예년 수준을 훨씬 웃돌고 있습니다. 사실 6월 강수량은 현재까지 평양에서는 평소의 약 5배 정도입니다.

그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 정체돼 앞으로도 한동안 폭우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이슨 니콜스]일본 도쿄의 남서쪽에 강한 고기압이 있는데, 이는 전방 경계 기류를 정체시키고 북한 전역에 걸쳐 머무르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장기간 폭우가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일본 남부에 극심한 더위를 몰고 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형성되는 장마전선이 곧 북한으로 북상해 장마가 계속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제이슨 니콜스] 가장 최근의 위성 사진을 보면 북일본에서 북동해를 가로질러 북한을 거쳐 서해로 들어가는 일종의 경계선이 선명하게 있습니다. 이 경계에는 두 개의 저기압 지역이 있는데 하나는 서해 상공이고 하나는 일본 북부의 알타이도 부근에 있습니다. 따라서 폭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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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를 내리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한을 뒤덮고 있다. 각 27일 오후 1시 (왼쪽), 28일 오전 9시 (오른쪽) 촬영./제이슨 니콜스 제공. (Kyung Rhee)

계속될 듯한 폭우에 우려 증가

문제는 모가 다시 자리를 잡을 틈도 없이 장마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니콜스 선임 기상학자는 7월 태풍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7월 말 지금과 같은 폭우가 한차례 더 반복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제이슨 니콜스] 7월이 되면서, 서태평양에 태풍 시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태풍 흐름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아마도 7월이 6월보다 전반적으로 건조하겠다고 생각합니다만, 강우량에 있어서는 여전히 평년보다 약간 높을 겁니다. 그래서 적어도 7월 초에 엄청난 비가 내릴 것 같진 않지만, 여전히 폭우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마도 7월 후반에 지금과 같이 또 한차례 폭우가 내릴 수 있습니다.

조 소장은 이처럼 폭우가 반복되면 초기에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볏모들에 특히 위협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충희]그렇지 않아도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비실비실한데 이제 마지막 시기에 또 폭우와 바람이 같이 불게 되면 벼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넘어지게 됩니다.

그는 또 계속된 폭우는 잡초를 제거하는 김매기 작업에도 방해가 돼 작물 생육이 더욱 더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 소장도 올 해 곡창지대인 황해북도와 남도 그리고 평양 인근 지역의 모내기가 부진했다며 계속된 폭우와 태풍으로 북한 내 전반적인 식량 사정이 더 악화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정성학]그러니까 6월에 비 왔다고 이제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고 7월에도 계속 이어지거든요. 8월 초까지도 비가 오기도 해요. 그러니까 계속 태풍까지도 겹치게 되면 또 이제 더 심해지니까 기상 예보를 살펴봐야죠. 하여튼 비 영향은 8월 초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가뭄에 이어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찾아온 올 여름 장마로 북한 농민들은 시름이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