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산모 사망률 증가에 ‘심각성’ 인식”
2023.03.24
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셨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3월 15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과 보건 현황, 여성 인권 실태 등을 다뤘습니다. 북한 인구 약 42%가 (2019~2021년)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안경수] 임신기 때부터 약 1천 일 기간 동안 영양이 부족하면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신체와 두뇌 발달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요. 대체로 발육 부진, 저체중, 체력 저하, 소아 비만 등으로 나타납니다. 결국 영양실조는 우리가 무엇을 섭취하는지, 건강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부모로부터 어떤 교육과 보살핌을 받는지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사실 아이의 건강문제 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건강, 신체 상황, 집안의 환경 등이 아이의 영양실조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무렵에 태어나거나, 그 시기에 태어나 자란 여자아이들이 2015년 이후부터 엄마가 돼 현재 아이를 키우는 시점이란 겁니다. 그러니까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시작된 엄마의 영양 결핍이 지금까지 이어져 자식에게) 발육 부진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 지금 북한의 0~3세 아이들에게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기자] 유엔인구기금이 최근 북한 의과대학을 위한 지원물자를 운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내 조산 교육 강화 및 조산 기술 개선을 위한 교육 자료를 운송했다며 “모성 질환 및 사망 방지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북한 의과 대학의 최근 현황과 이 교육자료 지원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경수] 이 교육 자료는 구체적으로 전공 및 실습 임상 교육 관련 기자재 자료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북한의 의과 대학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의과 대학 안에서 교육이 이뤄지는데, 크게 보면 컴퓨터에 기반한 교육 수단과 각종 실습 모형이나 기자재 등의 교육 수단이 있습니다. 컴퓨터 기반 교육 수단이나 교보재의 경우 결국 실질적인 임상실습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보조적인 수단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의학 교육과 실습 환경, 실습 교육을 개선해 학생들의 임상 실천을 높이기 위해 각종 실습 기구와 모형, 장비 등을 사용합니다. 국제 기구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게 바로 이 분야입니다. 각종 실습 기구와 모형, 장비인데 각 전문과에 맞게 의학대학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니 이번에는 산부인과 쪽에 집중해서 들어갔다고 나와 있습니다.
[기자] 이 교육 자료는 2개월간의 검역과 소독 과정을 마치고 지난 2월 셋째 주 북한교육위원회를 통해 모든 중앙 및 지방 의과대학에 전달됐다고 합니다. 검역 및 소독 과정이 긴 북한인데, 평소보다 빠르게 처리하고 분포한 듯 보이는데요.
[안경수] 코로나 관련 상황으로 보면 조금 빠르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이유가 예를 들어 식량 같은 물품이 들어오면 전국적으로 분배하거나 필요한 곳에 나눠주는 과정 자체가 복잡한데요. 북한의 의학 대학은 전국에 12개입니다. 그래서 전달, 분배 과정이 어렵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보다 빠르게 신속, 속결로 처리하고 분포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기자] 그렇군요. 하지만 보통 검역 및 소독 과정이 3개월이 넘게 걸리는 북한 당국이지 않습니까.
[안경수] 북한 당국이 (이 교육자료 반입에) 신경을 썼다는 말입니다. 그 이유가 국제기구가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의 관심과 북한 당국의 관심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 분야로 우선순위로 책정돼 도입되고, 지원됐다고 보는 게 맞거든요. 아무리 외부에서 지원이 많이 들어온다고 해도 북한 당국이 원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모자 보건 쪽으로 의대 학생들에게 실습 지원 물품이 들어온 거잖아요. 북한 당국 입장에서도 어린아이, 산모를 잘 보살피고 산모가 출산을 잘 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에 더 신경을 쓴다는 사실을 우리가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겁니다.
[기자]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북한의 산모 사망률이 2017년 10만명 당 89명에서 2020년 107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보다 약 20% 증가한 건데요. 하지만 유엔인구기금에서 특히 모성 질환 및 사망 방지 관련한 교육 자료를 들여왔지 않았습니까. 북한 당국도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일까요?
[안경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 당국이 원하는 분야와 국제기구에서 지원하고 싶은) 분야가 접점이 맞은 겁니다. 결국, 북한 당국의 우선순위가 국제기구의 우선순위를 따라가게 돼있다고 봐야 합니다. 많은 요인 중에 산모 사망률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산모 사망률을 포함한 모자 보건입니다. 어머니의 건강, 출산에 관한 의학, 사회, 문화적인 관점,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 등이죠. 90년대 중반에 태어나거나 자란 여자아이들이 2010년대 중반부터 엄마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게 합쳐져서 북한 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초미의 관심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출산에 관한 변수가 엮이면서 북한 당국의 우선순위는 더욱더 모자 보건에 있다고 볼 수 있죠.
[기자] 하지만 당국은 3월 8일 국제부녀절을 맞아 ‘출산’을 강조했습니다. 그 의미를 짚어주시죠.
[안경수] 북한의 부녀절은 매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입니다. 여성의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업적을 기리는 날인데 현대 사회에서는 ‘성평등’, ‘여성의 인권 향상’, ‘여성 권리 확보’에 관한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제부녀절도 사실 의미가 비슷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배경을 가진 국제부녀절 당일에 출산을 강조했다는 걸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 지난 3월 8일 노동신문 사설에서 “자식들을 많이 낳아 훌륭히 키워 조국에 이바지하자”고 했는데요. 최근 북한 당국은 이렇게 국제부녀절에 출산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국제부녀절이나 여성의 날은 여성의 권리와 역할, 경제 활동을 강조하고 존중, 존경하는 의미가 있는데 여성에게 출산을 언급하고 강조하는 건 사실 모순적인 요소가 있죠. 마치 채식주의자의 날에 고기도 많이 먹자고 선언하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부녀절의 전통적인 의미에 맞는 기존의 선전에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출산율, 고령화 문제로 출산을 강조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대로 부쩍 출산을 강조하고 있는 듯한 북한입니다.
[안경수] 북한의 저출산 상황은 최근의 문제가 아닌 2010년대 김정은 정권 이후부터는 계속 문제가 심각해지다가 최근 북한 당국이 그 위기감을 느낄 만큼 심각한 상황이 왔다는 게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딸 김주애와 현장을 다니고 있잖아요. 작년 말부터 계속 현장에 같이 다니고 손도 잡으며 함께 있는 모습을 선전하고 있잖아요. 저는 이것을 웃음과 화목이 넘치는 사회주의 가정의 모범적인 모습을 계속 노출하고 보여줌으로써 가족의 화목과 출산율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는 국가 유지에 대한 정권 차원의 고민이 매우 짙어지고 있다고도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