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간부 숙청은 현 상황 어려움 인정한 셈”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1.06.30
“북 간부 숙청은 현 상황 어려움 인정한 셈” 29일 열린 북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김정은 당 총비서는 회의에서 책임 간부들이 국가비상방역전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을 태업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과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각각 소환·선거했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파란 원)이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가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김정은, 곧 중국 방문해 긴급 지원 요청할 수도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해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코로나 19 방역과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인데요, 마키노 기자님, 김 총비서는 간부혁명을 강조하기도 했군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 취재원 중 한 명에 따르면 김 총비서가 요즘 체중 감소를 위해 치료를 받았는데 김 총비서의 체중이 늘어난 이유 중 하나가 과도한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도록 여러 민감한 문제들을 (김 총비서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그런 소문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 북중 사이에 밀무역도 진행되고 있고 양강도 혜산시나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스런 환자도 나온 듯합니다. 이런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데 김 총비서가 치료중이어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 총비서가 나중에 자신이 이런 내용을 몰랐다며 너무 화가 나 이번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요즘 식량문제도 생기고 있고 김 총비서를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시각이 많은 듯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관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이번에 스스로 인정했다는 건 김 총비서가 가까운 시기에 중국을 방문하면서 시진핑 주석에게 지원을 요청할 징후가 아닌가 하는 예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북, 김정은 체중감소 둘러싼 설왕설래 속 정치적 이용 속셈

<기자>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총비서의 체중 감소를 인정했습니다. 이례적인데요 김 총비서가 스스로 살을 뺀 거라는 주장이네요.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4월 고난의 행군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얘기도 하고 6월 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식량사정이 긴장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일단 자신도 체중을 줄이면서 고생하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하는 분석이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김 총비서의 체중감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합니다. 다만 왜 체중을 줄여야 했을까 하는 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놀랐던 건 북한 당국이 김 총비서의 체중 감소가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의심을 살 수 있는 상황인데도 안이하게 인정한 점입니다. 북한은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도 밤새 일했다거나 간단히 주먹밥만 먹었다거나 그렇게 얘기한 바 있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쓰러졌을 때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 뒤 체중이 조금 감소했지만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0년 당시에는 체중이 80킬로그램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국 국정원 분석에 따르면 140킬로그램까지 늘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 탓에 자신의 체중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 했다는 그런 분석도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건강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스스로 체중을 줄이겠다고 결심했다고 하지만 납득하기 어려움 부분도 있는 듯합니다.

‘유제품 공급’ 두고 북한 내부서 ‘현실성 없다’는 지적 나와

<기자> 김 총비서는 최근 전국에 유제품 공급을 지시했는데요, 북한 내부에서는 현실성 없는 지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탈북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북한에서 젖소 사육 목장이 20-30곳 정도밖에 없고 젖소 수도 한국의 10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평양 근교에 김 총비서가 현지지도한 운곡지구 종합목장도 있지만 사육되는 젖소 (에서 생산된 유제품)은 모두 고급 간부를 위한 배급용이라고 합니다. 제가 최근에 토마스 쉐퍼 전 북한 주재 독일대사에게 물어보니까 평양에 있을 때 요구르트는 항상 먹을 수 있었지만 생우유는 항상 먹을 수는 없었다고 대답했습니다. 탈북자들에게 물어봐도 북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장에서는 분유나 요구르트는 있지만 생우유는 없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최근에는 북중 국경이 폐쇄돼 중국에서 수입도 어렵고 해서 분유는 거의 사라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유도 만족스럽게 먹을 수 없는 데 유제품을 어떻게 공급할 거냐며 일반 주민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 하는 이상한 정책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북, 올해 하지감자 수확량 급감

<기자> 그런데 올 봄 북한의 감자 수확도 그리 좋지 않다는 소식이라면서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에서 6월 중순부터 양강도 등지에서 감자 수확작업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시장 가격도 내려갔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항상 춘궁기가 심해지면서 감자수확이 시작돼 한숨 돌릴 수 있었는데 올 해는 수확량이 예년의 절반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고 합니다. 올 해는 예년에 비해 강수량이 너무 많아 감자의 발육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8월께 식량위기가 시작되지 않겠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 일본인 납치문제 토론회 개최

<기자> 마지막으로 이번 주 (29일) 일본 납치문제대책본부가 주관한 토론회 행사 취재하셨다면서요? 행사 내용 간략히 소개해 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정부는 해마다 봄철에 미국 뉴욕에서 납치문제에 관한 토론회를 주최해왔습니다. 올 해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탓에 온라인 상에서 화상으로 개최했습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과 납치 피해자인 요코타 메구미 가족, 프랭크 자누지 미국 맨스필드재단 대표 등이 참가했는데요, 가토 장관은 납치문제가 일본의 주권과 일본인의 생명에 관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하면서 납치문제 해결을 강력히 호소했습니다. 회의는 일본과 미국, 호주, 유럽연합이 공동 개최했는데 북한으로 건너간 뒤 일본으로 돌아오지 못 하고 있는 재일교포나 일본인 가족들의 문제,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번 화상회의가 전세계에 (북한 인권 문제를) 호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전세계인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 있어서 조금 안타까운 점도 있었습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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