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한일 갈등 양자 해결이 우선”
2019.07.19
앵커: 역사문제에서 비롯된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등 경제 보복으로 현저히 고조된 가운데, 미국의 중재 가능성과 그 효력이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일단 한국과 일본이 직접 양자적으로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은 오히려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덕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치러진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이어 남북미 3자 회동이 끝난 시점부터 한국과 일본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됐습니다.
지난달 13일 미 의회조사국은 보고서를 내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영토적 갈등으로 인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삼각 공조가 방해받고 있다며, 한일 간 존재하는 불신 때문에 국방 분야 협력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의 중요한 외교 국면에 있는 이 시점에 한국 일본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의 고위 관리가 직접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서재정 일본 국제 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최근(16일) 워싱턴의 국제정책센터(CIP)가 주최한 한반도 평화체제 관련 토론회에서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한일 갈등은 양자 간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재정 교수: 글쎄요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다 중요한 동맹국이니까 그 두 동맹국이 협력을 하도록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고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의 성격으로 봐서 한국과 일본이 직접 양자적으로 해결해야 될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인 것 같고요…
미국의 관점에서 한일 간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운 사안들이 많기 때문에 직접적인 중재는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서재정 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좀 대화를 통해 해결을 촉구하면 그런 역할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이 돼요.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미국이 구체적인 어떤 해결책을 제시를 한다던가, 아니면 이런 해결책을 택하라고 양국을 종용하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인 것 같고, 지금 미국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라면 한일 양국이 대화와 외교로써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이 공개적인 석상에서 직접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물 밑에서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하는 게 더 현명할 거라는 겁니다.
서 교수는 또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임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일본은 아직까지도 북한과 식민지 시절의 유산에서 비롯한 갈등을 해소할 조약을 체결한 적이 없으며, 양국 간 대사관의 설립 혹은 정치적 교류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헨리 페론 국제정책센터(CIP) 선임연구원도 이 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미국이 한일 갈등의 중재에 나서려 한다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론 선임연구원: 미국이 한일 갈등에 개입하려 한다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앞서 미국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을 화해시키기 위해 중간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합의는 잘 유지되지 못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재를 통해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사안은 한일 양국 간 해결돼야 할 사안입니다.
그는 또 한일 갈등이 북한 문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범주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한일 갈등과 북한 문제의 연관성을 규정짖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론 연구원은 이어 한일 갈등이 미국과의 양자 간 동맹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한일 갈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궁극적으로 삼각동맹 구축을 추구하는 미국의 계획은 보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페론 선임연구원: 미국은 국익 관점에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앞으로 계속해 발전시키는 수 있는 위치에 서있길 원할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이 한미 혹은 미일 동맹의 퇴보로 이어지진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동맹 구조는 한미 그리고 미일로 따로 쌍방 관계에 있기 때문에 미국이 각각 한국,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이상 양자관계에서 손상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만약 이 문제가 지속된다면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에 대한 계획을 보류해야 하는 상황에 닿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크 내퍼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도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중재 가능성과 관련해 “한일 정부 당국자들의 지혜가 필요한 문제”라며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습니다.
한편 마이클 푸크스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미일 관계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지만 문제를 초래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푸크스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미국이 일본 혹은 한국과 어떠한 사안에 대해 항시 일치된 의견을 지녀야 한다고 보진 않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특히 동맹 관계에서도 정책에 대한 본질적인 의견 충돌(substantive policy disagreement)이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미국이 북한과 관련한 다른 동맹국들의 관심사항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국익을 뒤로하면서까지 목표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앞서 이미 지난 2월 미 의회는 한일 간 불신을 우려하며 상하원에서 동시에 초당적인 ‘한미일 삼각 공조 촉구 결의안’을 발의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일 3국 간 공조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밥 메넨데즈(뉴저지) 상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가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동아태소위원장, 에드 마키(민주·마사추세츠) 상원의원과 함께 공동 발의한 상원 결의안(S.Res.67)은 지난 4월 10일 상원을 이미 통과했습니다.
또 같은 내용을 담아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하원 결의안(H.Res.127)의 경우 지난 17일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하원 결의안의 경우 공동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수가 한일 간 갈등이 본격화된 7월을 기점으로 7명이나 더 늘어 한미일 삼각 공조에 대한 미 의회의 깊은 관심을 반영했습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한일 간 갈등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미국의 중재 노력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