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국민의힘 당의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 때부터 힘에 의한 안보를 주장해 왔습니다. 강력한 한미동맹과 확장된 억지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인데요. 대북 관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상했던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전면 개편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로써 남북 관계는 당분간 돌파구를 찾기 어려워졌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 강화 노력은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 당선인 , 대북정책 전면 개편 예고
20대 한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다음 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국민의 안전과 재산, 영토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도발도 확실하게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습니다. 북한의 불법적이고 불합리한 행동에 대해서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하되, 남북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어둘 것입니다.
남북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윤 당선인이 그 동안 주장해 온 외교∙안보∙대북정책 등을 고려하면 냉랭한 남북 관계에 변화가 올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윤 당선인은 앞서 지난 2월 25일에 있었던 외교∙안보에 관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이를 명확히 했습니다.
[윤석열 후보] 평화는 힘에 의한 상대 도발 억지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1950년도에 북한의 침략에 대해서 우리의 군사력으로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면, 과연 6.25와 같은 참극을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화라고 하는 것은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은 ‘북 비핵화 진전시 협력관계 수립’, ‘선 비핵화, 후 남북 공동 경제 발전’ 등으로 남북 관계 개선의 조건을 강화했고, ‘북한인권재단 설립’, ‘유엔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등 북한 인권 문제도 겨냥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벌써 윤 후보의 당선으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이 재설정되고 동맹 관계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한국 담당 선임 국장은 (3월 9일) RFA에 문재인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이 교착 상태에 빠졌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전략을 재설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이성현 미 조지 H.W 부시 미중관계기금회 선임연구위원도 (3월 9일) RFA에 이미 미국 내에서 대북 관여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성현]안타까운 점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관여 정책에 있어 미국에서는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된 상황이고,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충분한 전략적 의사소통을 한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소통의 역할을 공평하게 하고 있는가란 의구심도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조야에서도 윤 후보자의 당선으로 한미동맹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인다며 그동안 한국 대선에 말을 아껴온 미 행정부가 윤 후보의 당선 직후 바이든 대통령의 축전을 보낸 것은 이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당분간 한반도 긴장 고조 불가피 … 북 도발 우려
반면 북한 입장에서는 앞으로 대남 강경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따른 한반도의 긴장 고조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수미 테리 미 우드로우윌슨센터 한국역사∙공공정책 국장은 (10일), 북한으로서는 윤석열 후보의 당선이 반가울 리 없다며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내다봤습니다.
[수미 테리] 저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몇 주 전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핵실험 등 더 많은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바이든 행정부와 윤 당선인이 북한과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의 요구를 먼저 들어줄 뜻이 없는 가운데 외교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프랭크 엄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월 9일) RFA에 과거 한국의 보수 정권과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공존했던 시기처럼 북한 문제의 정체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프랭크 엄] 과거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이명박, 박근혜 두 보수 정권 기간에 2008년 있었던 6자회담을 마지막으로 대북 관여나 외교가 없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전략적 인내'를 앞세워 북한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죠. 지금 바이든 행정부도 이 정책을 따르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대북 외교가 없는 또 다른 5년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한반도의 고조된 긴장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겁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른 외교 현안에 집중하는 가운데 북한이 과거 연평도, 천안함, 목함 지뢰, 사이버 해킹처럼 국지적 재래식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윤 당선인이 ‘선제 타격’, ‘사드 배치’ 등으로 외교∙안보 공약에서 과거 보수 정권과 차별화를 뒀지만, 실제 이를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입니다.

신냉전 국면 심화 … 북, 핵미사일 역량 강화해 나갈 듯
윤 당선인이 강력한 한미동맹의 복원을 예고한 터여서 한국의 차기 행정부는 한반도 밖에서도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과 보폭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포괄적인 동맹을 바탕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면서 한미일 3국의 동맹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쿼드’에도 동참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반면 전 세계적으로 신냉전 정세가 심화하는 가운데 윤 당선인이 대미, 대일 관계 개선을 선언함에 따라 미국, 한국, 일본 대 중국, 북한, 러시아 간 대립 구조가 뚜렷해질 전망입니다.
이성현 선임연구위원은 윤 후보의 당선으로 북한이 중국과 더 밀착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성현]북한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많이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미중 갈등, 신냉전 상황을 이용해 중국 쪽에 더 밀착해 북한의 이익을 도모하고, 중국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확실히 받아내고, 중국으로부터 안보적 보호를 더 받는 것이 신냉전 상황에서 훨씬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신냉전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핵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향상해 나갈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프랭크 엄] 저는 북한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가와 관계없이 군사력 향상을 위해 추가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늘 북한이 추구해왔고, 최근 위성 발사 등을 언급했기 때문에 아마도 몇 달 안에 위성 시험 발사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이성현] 중국의 보호 아래 북한이 하고자 하는 것은 핵 능력과 미사일 능력의 꾸준한 향상인데, 그런 차원에서 더 많은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겠지만, 이는 전반적인 국방 능력의 향상 차원에서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한 것이지, 특별히 남한을 겨냥하고 군사 도발 측면에서 한다는 것은 제가 볼 때는 이미 신냉전에 한 발 들어간 상황에서 정확한 분석의 프레임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3월 10일)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국가우주개발국을 시찰하고, 5년 내 정찰위성 배치 의지를 밝혔다고 보도해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5월 초 윤석열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이미 출렁이고 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