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전승절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전승절이 북·중 국경 개방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주년을 중요시하는 북한 당국이기에 성대한 열병식을 개최하고, 중국과 러시아 등을 초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반면, 아직 외국 대표단을 초대하거나 국경 개방을 준비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오는 9월에 국경을 전면 개방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북 전승절 "국경개방 신호탄 가능성" vs "아직은 너무 일러"
영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만약 북한이 오는 7월 27일 전승절 기념일에 중국과 러시아를 초청한다면 국경을 개방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도 급하다’는 상황 인식 때문이라는 겁니다.
또 만약 국경이 열리면 유럽 국가들이 가장 먼저 북한에 들어갈 것이라며 앞으로 국경 개방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전승절이 국경 개방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립니다.
일본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평양 특파원 출신인 문성희 박사는 RFA에 북한이 전승절을 계기로 국경을 개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면서 전승절 전후로 북한의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성희] 올해 전승절 기념일 행사에 중국과 러시아를 초청할 수도 있고, 그것을 신호로 전면 개방으로 갈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한국 원광대학교의 이신욱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도 (11일) RFA에 “현재 북한에서 코로나 사태가 끝났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손님을 받고 싶어 하는 입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3년간 대외교역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중국, 러시아를 초청하면서 북한이 정상 국가화되고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싶어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신욱]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인 꺾어지는 해입니다. 이미 코로나 사태로 3년간 국경이 거의 닫혀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정상 국가화를 대내외로 천명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승절까지는 2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외국 대표단을 초청하거나 국경 개방을 준비하기에는 너무 촉박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RFA에 아직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없다는 점, 공식 매체에서 간헐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점 등을 볼 때 아직 국경 개방의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마스크(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아직 경계 중인 것 같습니다. 중국도 마스크 착용을 해제한 이후 한 2~3주간 방역 체계 붕괴로 홍역을 앓았기 때문에 북한이 (여전히) 긴장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승절에 국경을 개방하기는 쉬운 상황이 아닙니다. 단기적으로 마스크는 해제했지만, 완전 국경 개방의 징후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정성장 한국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실장도 (11일) RFA에 중국과 러시아에서 북한의 초청을 받았다는 말이 없는 점, 최근 김정은 총비서가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경 개방에 관해 일절 발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직 외국 대표단을 맞이할 준비는 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정성장] 정전협정 체결기념일이 앞으로 한두 주밖에 남지 않았는데요. 지난 7월 8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면서도 사진이 공개되지 않은 모습들을 봤을 때, 과연 김 총비서가 외국 대표단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정전협정 기념일을 계기로 북한이 대외적으로 문을 연다고 볼 수 있는 신호들이 미약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전협정 체결 기념일까지 남은 기간에 비해 지금 북한과 중국 간 어떤 민항기도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대표단의 경우 특별 전용기로 방문할 수 있습니다만….

‘정권 수립 75주년’과 ‘아시안게임’ 열리는 9월이 더 유력할 수도
그렇다면 북한이 국경을 개방할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언제일까.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는 9월 23일에 개최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한이 국경을 개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원은 코로나 방역의 장기화와 국경 봉쇄에 따른 북한 주민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기에 북한 당국이 국경 개방을 하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한범] 늦어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국경을 개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불참의 명분이 없습니다. 또 내부 피로감이 축적된 상태이기 때문에 데드라인(한계 시점)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로 잡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 전에 (국경 개방을 하는 것은) 북한 내 방역 상황,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성장 센터장도 정치적 기념일과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오는 9월에 북한이 국경을 개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합니다.
[정성장] 북한이 올해 9월 9일 정권 수립 기념일 이후에 문을 개방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을 성대하게 치르고 나서, 9월에 있는 아시안게임 참가를 계기로 국경을 본격적으로 개방하기 시작하지 않을까 추정됩니다.
그는 이어 북한 선수단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북한 이외의 지역으로 나간다면 북한이 ‘위드코로나(코로나와 공존)’로 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신욱 교수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북한에 국경 개방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신욱] 스포츠 외교라는 게 닫혔던 문도 열리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중에 개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김정은 총비서에 달려 있고, 그 개방에 대한 북한 내부의 소요는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14일 북한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측에 선수단과 응원단 준비를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최선희 북 외무상 , ARF 참석할까?
오는 7월 13일과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회동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참석할지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와 관련해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최선희 외무상의 ARF 참석은 정치적 결단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합니다.
[조한범] 북한으로 입국하는 인원은 왕야진 주북 중국 대사 외에는 없었지만, 밖으로는 이미 간헐적으로 인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경 완전 개방과 관계없이 최선희 (외무상의) 참석은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가능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고려항공, 북·중 여객열차, 그리고 북·중 간 트럭 운송의 재개 여부가 가장 중요한 상황입니다.
반면, 정 센터장은 “아직 최선희 외무상이 베이징을 통해 입국했다는 보도가 없다”며 북한에서 외무상 급의 고위급 인사가 ARF에 참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관측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북한이 오는 9월,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장] 정권 수립 75주년 기념일이고, 북한이 올해 3월에 전술핵탄두를 공개한 점에 비춰봤을 때 9월 초에 제7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요한 정치적 기념일과 (시기만) 맞으면 핵실험을 할 것이다’고 예고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상업용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평양 일대에서 대규모 차량과 수천 명의 병력이 운집해 전승절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정주년인 70주년이고, 이미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전승절을 큰 행사로 치를 것을 예고했기 때문에 대규모 열병식과 함께 성대한 축제로 기념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과연 이번 전승절이 북중 국경 개방의 신호탄이 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참가와 북한의 전면 국경개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