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10월 중국에 억류돼 있던 탈북민 500여 명이 강제 북송된 이후에도 탈북민들이 비밀리에 계속 체포돼 국경 지역 변방대 감옥으로 보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를 두고 유엔이 중국 정부에 책임있는 설명을 요구했지만, 중국은 '인권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다며 발뺌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 인권단체들은 중국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입증함과 동시에 내년 3월 제네바 인권이사회에서 다룰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이 반드시 명시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용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 유엔에 보낸 답변에 " 대규모 인권침해 증거 없다 " 발뺌
지난 7월 18일,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매튜 길렛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 부위원장, 아우아 발데 ‘강제∙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 의장 조사관 등 6명은 중국 정부에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는 7장짜리 서한을 보냈습니다.
서한은 “2023년 7월 기준으로 2천 명 이상의 탈북민이 중국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탈북민들이 강제송환될 위험과 이들이 송환됐을시 구금, 고문, 강제 실종, 처형 등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지난 9월 13일에 답장했는데, 그 내용은 지난 10월 500여 명의 탈북민이 강제북송된 후 두 달이 지나 공개됐습니다.
중국 정부는 답변 서한에서 “중국은 법치국가이며 중국이 북한에서 불법입국자 2천 명을 임의로 구금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중국 정부는 “현재 북한에서 고문이나 이른바 ‘대규모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강제송환금지 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구성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북한정의연대’의 정베드로 대표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와 자국민에게 보여지는 이미지 때문에 이러한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러한 관행을 깨뜨려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정베드로 대표 ] " 북송된 탈북민은 고문당하지 않는다 " 라는 중국의 말을 저는 10 여 년 전부터 들어왔습니다 . 그러면 현재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COI 보고서에 기록된 내용은 다 거짓입니까 . 한국에 정착한 3 만 4~5 천 명의 탈북민들은 다 고문이 없는 곳으로 북송됐다 나온 사람들이 아닙니다 .
한국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의 사무총장을 겸임하고 있는 김태훈 사단법인 ‘북한인권’ 이사장도 같은 날 RFA에 탈북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중국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걸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김태훈 이사장 ] 북한의 전거리교화소 이런 데서는 특히 여자 수감자들만 보내는 감옥을 별도로 세운 게 불과 몇 년 전이거든요 . 북송된 여성들이 있는 감옥소까지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 한국에 있는 많은 탈북민들이 증언하고 있어요 . 그래서 저는 이 사람들과 함께 나서서 중국의 주장이 얼마나 사실과 다른지 국제사회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유엔 고문금지협약 제3조에 따르면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됩니다.
중국 정부도 이를 언급하면서 “협약은 ‘그런 근거가 존재하는지’와 ‘해당 국가에 총체적, 노골적 또는 집단적 인권침해의 일관된 패턴이 있는지’를 동시에 판단할 필요성을 규정한다”며 북한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아울러 중국은 “강제송환금지 원칙은 ‘난민’들에게 적용되지만, 경제적 이유로 중국에 불법 입국한 북한 사람은 난민이 아닌 ‘불법 이주자”라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을 탈북민 강제북송 책임 국가로 명시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와 의회, 유엔 본부 등을 찾았습니다.

또 비대위 소속 탈북민들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월 6일 유엔 본부에서 토머스 암브러스터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를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암브러스터 차석대사는 최근(11월 17일) RFA에 “한국 대사관에서 만난 탈북민들과 한국 국회의원은 상황의 중대성을 설명했고,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very compelling and laid out the gravity of the situation)”며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탈북민들은 중국에서 북송된 가족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그들의 처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은 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유엔의 장에서 북한의 인권 유린 문제를 정기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내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 중국 ' 책임 명시돼야 "
앞서 지난 11월 15일 유엔 제3위원회를 통과한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중국이 책임국으로 명시되는 대신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반영한 일부 내용이 추가됐습니다.

19년 연속 채택된 이 결의안의 내용은 지난 해와 유사하지만 “모든 회원국이 근본적인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특히 (북한과) 국경 간 이동이 재개된 점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며 최근 상황을 반영했습니다.
이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중 국경이 수년 간 닫혔다가 다시 개방되면서 탈북민 강제송환 사례가 증가하는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대해 김태훈 이사장은 “아쉽긴 하지만 ‘고문방지협약’, ‘강제송환금지 원칙’ 등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김 이사장은 “유엔 산하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이 최근 강제 북송된 500여 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달 4일 김 이사장이 ‘강제실종실무그룹’에 북송된 9명 탈북민에 대한 긴급청원서를 제출했는데, 이례적으로 18일 만에 “9 명의 피해자 중 지난 10월 9일에 북송된 3명에 대해 중국과 북한에 답변을 요구했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겁니다.
김 이사장은 “내년 3월 제네바 인권이사회에서 다룰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중국이 명시되도록 이러한 동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김태훈 이사장 ] 유엔에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드러났고 , 한국도 뒤늦게나마 국회에서 ( 탈북민 강제북송 ) 중단 촉구 결의안이 나왔기 때문에 저희는 이 동력을 계속해서 이어가야 합니다 . 그래서 내년 3 월 제네바 인권이사회에서는 반드시 북한인권결의안에 중국이 명시되도록 해서 중국으로 하여금 그 책임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
‘탈북민 강제북송 비대위’ 소속인 정베드로 대표도 “지난 10월 중국 내 탈북민들이 대규모 강제 북송된 이후에도 여전히 탈북민들이 중국 공안에 의해 체포되고 북중 국경지역과 중국 변방대 감옥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며 중국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정 베드로 목사 ] 저희 시민사회는 탈북자 강제 송환의 책임 당사국인 중국의 이름이 반드시 거명되는 길만이 중국이 국제법을 준수하고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책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하는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 북한 선교회’는 지난 달 15일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을 위해 ‘주빌리 통일고국기도회’, ‘디아스포라 통일선교기도회’와 함께 연합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노규호 워싱턴 북한선교회 사무총장은 최근(11월 30일) RFA에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과 북한에 억류된 사람들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라면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노규호 사무총장 ] 우리는 계속해서 매달 기도합니다 . 특히 이번에는 억류된 600 명이 북송됐잖아요 . 최근 워싱턴에서 한국 통일부 직원들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 이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 사람에 관한 문제입니다 .
또 지난달 14일에는 뉴욕한인회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재향군인회 미동북부지회가 뉴욕 맨하탄 유엔 함마슐드 광장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안전 유지에 행동할 책임을 가지며 안보리 의결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다섯 개의 유엔 상임이사국 중 하나인 중국.
내년 3월 제네바에서 열릴 제 55차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중국 내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됩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