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중국 , 북러관계에 신중한 입장 유지
<기자>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외교 전략이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를 방문한 데는 두 가지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북러 간 군사협력입니다.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이나 ICBM 등 최첨단 기술을 원하고 있고, 북한에서 많이 낙후된 '미그-23'이나 '미그-29'의 부품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 김 총비서는 러시아 전투기 공장도 시찰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러시아로부터 구입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중국에 대한 견제입니다. 현재 북중 관계는 서로 냉정해 보이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을 “북러 간의 사안”이라고 일축하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중국이 북한에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압력 가한 이후 양국관계가 잘 진행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김 총비서의 입장에서 ‘최대지원국’인 중국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북한의 최고 순위”라고 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이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펼쳤던 양다리 외교와 똑같은 구도입니다. 다만 중국이 이같은 북한의 모습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진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와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한 협의를 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어민들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서 많이 나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어민들을 해방하고 북러 간에 두 나라가 같이 할 수 있는 공동 어업에 대해 의논을 했어야 했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김 총비서는 이러한 어민들에 대해서 위로의 메시지도 남겨야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 의논했던 북러 간 철도 연결 및 근대화 의논도 추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의 보도에서는 민생 부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김정은 총비서가 미사일이나 위성은 매우 좋아하지만, 일반 주민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김 총비서의 러시아 순방에서 북한 주민들의 민생보다는 핵과 미사일 등 대외적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것을 더 우선시했다는 지적이 인상 깊습니다. 북러 간의 연대가 한층 더 강해진 모습인데요.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중국은 북한에 너무 냉정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으로 중국이 자신을 지원할 것을 기대하겠지만,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얼마 전 북한은 북중 국경을 개방했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돌아왔지만, 아직도 북한이 원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방북 징후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중국이 북중 관계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은 북러 간 협력 관계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과 러시아 모두 경제 관계 강화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바로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제공하는 등의 강경한 조치는 취하고 싶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른 시일 내에 러시아 외무성이 고위당국자를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문제가 국제적으로 동아시아에 확대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라 북한은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는 해외 파견 노동자 규모를 확대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이들을 파견할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면서 발생했던 전쟁의 영향이 서서히 아시아에도 확산하는 너무나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순방 중 최고지도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평양시의 경비체제가 심해졌다는 내부 증언이 전해지기도 했는데요. 어떤 의도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말씀하신 특별 경비 체제는 과거부터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해외에 나갈 때마다 나온 현상입니다.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최고지도자가 해외에 나가면 평양시 출입이 금지된다고 합니다. 보통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생활총화도 날마다 하려 한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 체제에 반감을 품은 사람이 최고지도자가 없는 기회를 틈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비록 확실치 않지만,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인정했다는 정보도 돌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김주애가 유일한 후계자라고 하기엔 좀 이르지만, 후계자 후보 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특별경비)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치기 때문에 불만이 적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이 지난주 탄도미사일의 두 발을 발사했는데, 그것도 마찬가지로 평양시 경비체제의 목적과 동일한 이유입니다. 최고지도자가 국내에 없더라도 북한의 행정이나 군사 체계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피력하기 위한 의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 , 당분간 대북 협상 추진 어려울 듯
<기자>이러한 북한 상황을 일본 정부나 재일 교포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일본 정부는 북러 간의 군사협력을 우려하면서 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발표했습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북한과 협상을 진행하고자 하는 입장입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북일 간에 의미 있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지만, 현재까지 어떤 의미 있는 합의가 있었다는 정보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이고요. 지난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회담에서 3국 간 협력 강화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일본은 당분간 북한과 협상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한편, 재일교포들은 최근 북한 당국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직은 평양 방문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북한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돈도 필요하고, 평양 사람들도 재일동포가 헌금을 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런 돈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는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마지막으로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 연설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이어가는 것을 규탄한다"면서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를 약속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재천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북한에 관한 여러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디에 주목해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제가 주목하는 것은 중국의 상황입니다. 중국이 요즘 너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외무장관에 이어 국방장관이 해임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최근 인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요. 이런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단 유엔에서 대북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이 미사일 부문 등에서 실제로 협력하는 상황은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선은 신중한 태도를 취할 거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유엔총회에서 중국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북한의 입장을 피력하면서 미국을 포위하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다만 북한은 이전부터 “큰 나라는 작은 나라의 자주독립을 존중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 왔습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를 무조건 지지했다는 것은 이런 북한 측 주장과는 맞지 않는 모순된 주장입니다. 이같은 북한의 모순이 국제사회에서 큰 지지를 얻어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국도 신중한 태도를 취할 것 같기 때문에 북중러 3국이 단결하는 모습을 피력할 기회가 이번 총회에서는 많지 않을 거로 생각합니다. 한편, 앞으로 북중러 간의 공동군사훈련 추진 이야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3국 간의 협력이 어떤 부문에서 이뤄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