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비용 6배 껑충... “탈북도, 탈북민 구출도 어려워”

워싱턴-서혜준 seoh@rfa.org
2024.05.16
브로커 비용 6배 껑충... “탈북도, 탈북민 구출도 어려워” 태국과 라오스, 미얀마 등 3국이 메콩강을 국경으로 맞닿은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미 워싱턴 북한선교회 노규호 사무총장은 강을 타고 태국으로 가는 탈북민들이 강변 인근에 위치한 가정집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 노규호 사무총장 제공

앵커: 최근 탈북민들의 탈북 경로인 동남아시아의 라오스, 태국 등을 방문한 노규호 미국 워싱턴 북한선교회 사무총장은 북∙중 국경 경비 강화와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 등으로 탈북 시도와 구출 활동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제는 북한 주민이 바로 탈북하는 사례도 극히 드물뿐 아니라, 브로커 비용도 터무니없이 오른 탓에 동남아시아에서 탈북민 구출을 돕는 선교 단체들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동남아시아의 라오스, 태국, 베트남(윁남)을 비롯해 북∙중 국경도시인 단둥까지 방문한 미국 워싱턴 북한선교회의 노규호 사무총장은 1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탈북민 구출 활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북중 국경 경비가 더욱 강화하면서 이제는 북한에서 바로 탈북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지난해 중국이 시행한 반간첩법의 영향으로 탈북민의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노 사무총장이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 안전가옥에서 만난 탈북민 6명도 모두 중국에 체류하고 있었으며, 최근 북한에서 바로 나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또 탈북민 구출에 필요한 브로커 비용도 이전에는 한국 돈으로 약 300만원에서 지금은 약 1천700만원으로 6배 가까이 껑충 뛴 탓에 선교 단체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확인했다고 노 사무총장은 전했습니다.  

 

이 밖에도 노 사무총장은 중국 단둥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인근 시장에서 물건값을 흥정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본국에 돌아가기 전 선물을 사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은 노규호 사무총장과 인터뷰 내용입니다.

 

2.jpg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보이는 한 교회 건물. / 노규호 사무총장 제공

 

북한에서 바로 탈북 사실상 불가능

 

[기자] 노규호 사무총장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2월부터 4월 말까지 직접 동남아시아의 탈북 경로를 돌아보셨는데, 현재 탈북민 구출 활동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노규호] 북한 당국이 굉장히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고, 중국이 지난해 7월부터 반간첩법을 강화하면서 이동이 수월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에서 바로 탈북하는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또 (현 상황에서는) 실제로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이나 러시아 쪽으로 외화벌이를 위해 일하러 나온 북한 주민이 몰래 탈출하는 경우가 좀 있죠. 그런 경우에 현지 선교 단체나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북한 노동자들이 혼자 다니는 일은 절대 없고, 적어도 세 사람 이상 같이 다니도록 하고 항상 주변에서 공안이나 보안 요원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탈출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중 국경의 경비 강화로 탈북이 어렵고, 중국 내 탈북민 구출도 한층 어려워진 상황인 것 같은데, 탈북 경로의 마지막 관문인 메콩강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점점 말라가고 있다고 하던데요.

 

[노규호] 네, 메콩강 인근 메샤이 국경 검문소 부근에 다녀왔는데요. 거기서 제가 직접 배를 타고 메콩강을 거슬러 삼각주까지 올라가봤습니다. 그곳은 상류 지역이라 그런지 그렇게 물이 마르거나 가물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그 후에 캄보디아를 갔었거든요. 캄보디아도 메콩강이 계속 이어져 내려오는 하류 지역인데, 캄보디아에서는 메콩강 물이 줄고 많이 가물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변두리에 있는 마을에서는 메콩강에서 고기도 잡고 생업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배가 그냥 숲에 놓여져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쪽에는 물이 좀 없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 이번에 방문하신 동남아시아 국가 중 한 곳에서 탈북민이 거주하는 안전 가옥도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노규호] 네, 특별히 제가 ‘탈북민 신앙 캠프’에 다녀왔습니다. (탈북민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구체적인 위치 등을 언급할 수 없지만,) 신앙 캠프는 선교 단체에서 탈북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하루 종일 공동체 생활을 하며 훈련을 하는 곳입니다. 한국에 가기 전 과정으로, 그곳에서 한국에 정착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죠. 그곳에 30대에서 한 50대 중반까지, 여섯 명의 탈북민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들도 북한에서 직접 온 게 아니고, 이미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한 뒤 그곳에서 살다가 탈출해 오신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자신의 탈북 과정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고, 왜 탈북했는지에 관한 사연도 말해줬는데, 그곳에서 훈련이 끝나면 한국으로 가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태국에 가서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을 경찰서에 자진 신고하고, 한국 대사관에 인계돼 한국에 갈 수 있는 과정에 있는 분들이죠.

 

3.png
중국과 북한의 경비 강화로 탈북이 더욱 어려워졌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전보다 천정부지로 오른 브로커 비용 때문에 탈북민 구출을 돕는 동남아시아 선교 단체들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노 사무총장이 전했다. / 노규호 사무총장 제공

 

[기자] 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겪었기에 중국에서 탈출을 결심했는지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노규호]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팔려가 한족이나 조선족 남자들과 결혼해 살게 되거나 혼자서 숨어 지냅니다. 아무래도 탈북민이기 때문에 이들이 중국에서 신분을 얻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코로나 기간 중에 몸이 굉장히 아픈데도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병원에 가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기 때문에 북송될 거라는 불안감이 있으니까 병원을 못 갔습니다. 또 주변에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또 가정에서는 남편이 못된 사람 같으면 자꾸 폭력을 쓰고, 위협하고, 그렇게 인권 유린을 당하는 거죠. 그런 고통 속에 있으니까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 아무리 내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살고 있지만, 이제는 내 자신을 돌봐야 되지 않나’라고 결단하면서 자기 인생을 찾다 보니까 결국은 탈북이라는 과정을 밟게 되는 겁니다.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쇼핑하며 가격 흥정하기도

 

[기자] 지난 3월에는 북중 국경인 중국 단둥도 다녀오셨는데, 현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노규호] 제가 단둥의 한 쇼핑몰에 다녀왔는데요. 주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남대문시장 같은 그런 시장이 있는데, 간혹 젊은 여성들 3~4명 씩 쇼핑을 하러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그분들이 북한 여성인 거예요. 중국에 일하러 왔다가 (북한에) 돌아가야 될 시기가 되니까 부모님에게 선물을 사다 주고 싶어서 일을 마치고 거기 나와서 선물을 사려고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눈치도 보면서 조용조용히 북한 말을 쓰는 사람들을 우연히 보게 된 거죠. 그런데 그 주변에서 (중국) 공안이 항상 저희를 주시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기자] 중국과 북한의 경계선에서 여전히 양쪽의 차이점이 느껴지던가요?

 

[노규호] 당연하죠. 제가 압록강 수풍댐 앞까지 배를 타고 가면서 봤는데, 중국 쪽과 북한 쪽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북한은 야산에 나무가 너무 없다는 거예요. 산을 개간해서 계단식으로 해뒀는데, 아마 식량이 부족해서 거기서 식량을 만들어내기 위해 개간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개간한 밭을 보면, 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니고 종종 한두 사람씩 일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나무들은 땔감으로 쓰기 위해서 베어두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었고요. 주택들도 허름한 함석 지붕 집을 지어놓고, 군데군데 군인들이 국경을 지키는 초소가 있었어요. 반대로 중국 쪽 단둥은 굉장히 도시가 화려하게 개발됐는데요. 관광객도 많이 오고 저녁에는 야경도 아주 아름다운데, 북한 쪽은 칠흑같이 어두운 거예요. 불이 없어요.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런 차이점을 확연히 볼 수 있었습니다.

 

[기자] 그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탈북민 사역과 북한 선교 활동을 하시다가 이번에 직접 동남아시아와 북중 국경을 돌아보고 오셨는데,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내다보십니까?

 

[노규호] 태국 방콕에서 현장 사역을 하는 선교사님을 만나 말씀을 좀 나눠봤습니다. 지금으로서는 탈북 경로가 너무 막혀 있기 때문에 기대하기가 어렵고, 선교사들도 사역이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브로커들이 더욱 성행을 하는데, 브로커 비용이 너무 비싸고 터무니없이 올라서 선교 단체에서도 브로커 비용을 다 지원하기가 어려울 만큼 힘들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기획 탈출’이라는 것도 생각하게 되는데, 결국은 사회적으로 화제가 되고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돈을 좀 들여서라도 탈출을 돕고, 그 사람을 언론이나 인터넷 사회연결망을 통해 홍보하는 방식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선교 단체로서 기대하는 탈북민 구출 사역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요즘같이 탈북민 구출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교 단체들이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재고해봐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자] , 노규호 사무총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