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기자 > 북한 당국이 올해 전력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철 북한 전력공업성 부상이 조선신보와 회견에서 말한 내용인데요. 문 박사님, 먼저 북한의 전력난, 얼마나 심각한지 짚어볼까요?

문성희 북한의 전력난은 최근에 시작된 현상이 아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봅니다. 제가 북한을 자주 방문하고 있을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손전등이었습니다. 손전등은 북한에 가져가야 할 필수품이었지요. 평양에서나 지방에서나 정전이 일어나는 것은 예사였기 때문이에요. 물론 평양은 지방에 비하면 정전 발생률이 낮았지만 그래도 정전에서100%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었어요. 다만 해외동포나 해외손님들이 숙박하는 호텔에서는 되도록 정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북한 당국이 배려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평양시에서 호텔에 전력을 우선적으로 공급하거나 그런 대처를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평양호텔에는 자가발전기가 있었습니다. 혹 시내에서 정전이 있으면 그것에 대처할 수 있게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호텔에서는 물이 안 나올 때도 사전에 알려줍니다. 종업원이 미리 와서 욕조에 물을 담아 두라고 하는 거에요. 이제 물이 안 나오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호텔에서는 이렇게 정전이나 단수에 미리 대처를 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북한의 전력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아보려고 통계를 찾아보았어요. 미국에너지정보국(EIA) 통계에 따르면 전력소비량은 13.93TWh입니다. 2019년 통계인데요. 같은 해 한국을 보니까 539.98TWh이기 때문에 한국이 북한의 약 38.8배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는 셈이지요. 한 명 당 소비량을 보면 북한이 543KWh, 한국이 1만542KWh이니까 북한의 한 명 당 소비량은 한국의 20분의 1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것을 보면 북한에서 얼마나 전력 사정이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정이 있기 때문에, 물론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지만, 북한도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압력이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더욱 불가능하겠지요. 현재 북한의 원자력발전 의존도는 0이지만 한국은 23.83%가 원자력입니다.
< 기자 > 북한이 지난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를 사용하는 인구 비율이 35%가 채 되지 않는데요, 아무래도 지방이 더 상황이 나쁠 듯한데 어떻던가요?
문성희 물론 평양보다 지방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평양은 그래도 교외 이외 지역은 전기가 공급되지만, 지방은 전기가 가정에 공급되는 시간이 얼마 안 될 정도입니다. 낮에는 전기가 아예 안 올 때가 있고 밤에도 자주 정전이 일어납니다. 텔레비전를 보다가 갑자기 정전이 되어서 방송이 끊긴 적이 있어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당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정전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양강도 삼지연군에 갔을 때 저와 함께 평양에서 온 간부가 현지 사람한테 물었어요. “지금 텔레비전에서 중요한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데, 왜 보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 사람이 말하기를 “여기는 전기가 안 오니까 텔레비전 못 봅니다.”라는 것이었어요. 삼지연군이라면 혁명사적지가 있는 중요한 장소이지만 일반 주민들의 집에는 전기가 안 간다는 말을 듣고 많이 놀란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는 북중국경지역 최북단인데 겨울이면 영하 몇십도까지 기온이 내려가지요. 그럴때 전기가 안 오면 난방 같은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런게 정말 걱정됐어요. 북한 주민들은 그런 상황도 견디고 있구나 생각을 하니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 기자 > 말씀하신 대로 전기가 부족하면 주민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닐 듯한데요. 주민들은 어떤 반응이던가요?
문성희 기본적으로 북한 주민들은 전기가 안 들어오는 생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갑자기 정전이 됐다고 해서 당황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어떤 지방에서 한 가정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갑자기 정전으로 텔레비전이 끊기고 방이 캄캄해졌어요. 그랬더니 어린 아이들이 손전등을 켜고 자가발전기를 가동시키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전등도 켜지고 텔리비전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어린 아이들이 놀라지도 않고 묵묵히 자가발전기를 가동시키는 것을 보고 놀랐지요. 북한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행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는 여전히 농촌은 전기가 아니라 숯 같은 것으로 불을 피워 밥을 짓거나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평양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전기화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전기 부족에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평양 광복거리에 사는 친구의 이야기인데, 구역마다 전기가 안 들어오는 시간이 정해져있다고 합니다. 해서 전기가 안 들어오는 시간에는 여름에 무더울 때도 냉방도 없고 선풍기도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정말 죽을 뻔했다는 것이에요.
그리고 전기 부족으로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출 때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은 최근에도 고층아파트가 많이 들어섰다고 자랑을 하는데 모두 고층에 가고 싶어하지 않아요. 아래층이면 계단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혹 20층, 30층에 자기 집이 있다면 엘리베이터가 멈췄을 때 거기까지 어떻게 올라가란 말입니까?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아래층일수록 경쟁률이 높다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과는 반대지요.
< 기자 > 김 부상은 전력 생산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수력, 화력 발전의 효율을 높이겠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낙후된 송전, 변전 시설 탓에 유실되는 전기도 많지 않았나요?
문성희 북한에서는 수력발전 비율이 84.91%, 화력발전 비율이 14.99%입니다. 거의 수력에 기대고 있다는 것을 알수가 있지요.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화력발전소를 가동시키려면 연료, 즉 석탄이나 석유가 필요한데 그게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는지 불투명한 거죠. 평양에는 2곳의 화력발전소가 있는데 거기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으면 "아, 화력발전소가 가동하고 있구나"라고 평양 시민들은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을 보니까 화력발전비율이 69.9%, 수력발전비율이 0.49%입니다. 세계적으로도 기후조건에 좌우되는 수력발전의 비율은 줄어드는 그런 추세라고 봅니다.
그리고 유실되는 전기문제도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송전 유실률을 보니까 13.35%, 2.15TWh입니다. 13%의 유실률은 결코 작은 숫자는 아니기에 송전, 변전 시설부터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여기에 북한의 전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발전소를 건설하고 발전량을 올린다고 해도 결국 유실률이 13%나 된다면 아깝지 않습니까? 반대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북한 전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도를 하나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 기자 > 희천발전소는 부실공사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요?
문성희 네, 그렇습니다. 바로 송전, 변전 문제가 걸린다는 말을 건설 당시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희천발전소는 자강도에 있는데 거기서 평양에 전기를 보낼때까지 많은 전기가 유실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했는데도 송전 문제 등이 걸려서 전기 문제를 해경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는 희천발전소를 건설하던 당시 2번 방문했는데 건설현장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는 노동자, 군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발전소가 정말 잘 가동되길 바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북한에서 희천발전소를 보도하는 기사는 못 봅니다. 북한에서는 건설 당시는 대대적으로 선전하는데 잘 가동이 안 되기 시작하면 건설 대상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오게 되는 그런 현상이 있습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