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공장 현장 상황 파악 못하는 경우 많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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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당국, 공장 현장 상황 파악 못하는 경우 많아”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순천인비료공장 전경.
/연합뉴스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슈칸 킨요비(주간 금요일) 편집장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평안남도 순천린비료공장이 2년째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입니다. 현재로선 공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큰 듯한데요, 어떻습니까?

 

문성희 네, 저도 현지에 못 가본 상태에서 보도 이상의 사실은 알수 없지만 38노스가 위성으로 본 사실을 증거로 분석하고 있기에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다고 봅니다. 역시 눈이 녹지 않는다는 것과 화차가 움직인 사실이 없다는 것은 공장이 가동되지 않고 있는 설득력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언론에서 순천린비료공장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속단은 할 수 없지만요.

순천린비료공장이 인산과 요소수를 반응시켜 비료의 원료인 인산암모늄을 생산하는 공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특별히 어려운 공정은 아닌 것 같지만 북한 연구진이 비표준적이거나 새로운 공정을 시도하면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요소수를 비롯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도 공정에 문제가 생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로 원자재 수입이 어렵다는 것이겠지요. 북한이 연초부터 거름을 농장에 보내자고 도시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것도 그 배경에는 화학비료의 조달을 못하고 있다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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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화성남새온실농장 농업근로자들이 거름을 생산하고 있다. /연합

<기자> 그런데 순천린비료공장은 2020년 5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큰 관심을 보였고 경제분야 정면돌파전의 첫 성과로 내세웠던 곳인데요, 북한으로선 꽤 중요한 핵심 시설로 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주요 생산시설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배경은 뭘까요?

 

문성희 원래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준공식에 참석한 공장이나 기업소 등은 잘 가동할 수 있다는 담보가 있어서 대대적으로 준공식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훼손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가동을 시켜야 한다며 아득바득 애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잘 가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 기술진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뭔가가 공장 내부에서 일어났다거나, 아니면 원자재 수급 문제가 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원자재를 수입만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우선적으로 여기 공장에 돌리겠지요. 최고지도자도 국가예산 이외의 혁명자금 등을 이용해서 원자재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못한다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실례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이었다고 기억하는데 순천비날론연합기업소가 대대적으로 건설되었습니다. 저도 1989년에 북한에 갔을 때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공장 관계자들에게서 설명을 들어도 구체적으로 너무 전문적이어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기업소 규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기억은 있습니다. 결국 비날론이라는 화학섬유를 생산하기 위한 기업소였던 것 같습니다. 하여튼 대대적으로 준공식이 진행되고 당시 김일성 주석, 김정일 비서도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지만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결국 기업소 자체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실례를 든다면 희천발전소도 그렇지요, 그렇게 돈과 노력을 기울이고 건설했는데 요즘 전혀 보도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보도가 안 되더라도 잘 가동하고 있으면 좋지만 당시에도 이미 배송 도중에 손실없이 전기를 희천에서 평양까지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런 실례를 보면 북한 최고지도부에 보고를 올릴 때 ‘잘 된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나머지 부족점, , 잘 안됐을 경우의 대처 등 그런 것을 엄밀히 검토를 하고 있는지 그런 측면이 걱정이 됩니다. 최고지도부가 사실을 냉정하게 분석할 수 있게 모든 가능성을 보고하는 그런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되풀이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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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0일 방문한, 건설이 한창이던 자강도 희천수력발전소 2호발전소 전경. 평양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이 희천2호발전소는 2012년 4월5일 완공됐다. / 문성희 제공

<기자> 그러니까 상부의 추궁이 두려운 나머지 현장의 상황을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거군요.

 

문성희 네, 북한에서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는 적지 않게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주택건설이 잘 추진되지 않고 있거나 공장이 잘 가동되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을 그대로 보고하면 비판 대상이 되는 것은 명백하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최고지도자가 현지지도를 하거나 주목하고 있는 장소가 건설이 순조롭지 않다면 야단이지요. 그러니까 잘 되고 있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상부에서는 일일이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보고를 믿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희천발전소의 경우도 저는 건설 현장을 두 번 방문했습니다. 여기는 그러니까 해외에서 온 동포들이나 외국인들에게 건설현장을 보일 수 있는 그런 장소였다고 보는데, 그 땐 정말 건설 자체도 잘 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김정일 위원장도 여러 번 방문했고 자금도 많이 투자되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더더욱 현장에서는 잘 안 되고 있다고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기자> 그런데 결국 이런 현상은 현장의 목소리, 어려움에 세심하게 신경쓰지 않고 지시만 내리는 북한 당국의 관행이 만든 병패가 아닐까요?

 

문성희 그런 측면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과업이 떨어지면 무조건 관철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기 때문에 상부에서 지시가 떨어지면 그것을 관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렇지만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아무리 버티자고 해도 한도가 있는 것이겠지요. 결국 상부에서 지시만 내려서 나머지는 현장에 맡긴다면 직접 현장에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당황하는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북한 사람들은 열심히 하려고 하겠지만 상부에서 자금이나 건설에 필요한 비품 같은 것들은 최소한 준비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부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나 어려움을 듣고 있다고 하겠지요. 그러나 결국 직접 일하는 사람들의 노력에만 기댄다고 할까요, 그렇게 해서 문제를 해결해 온 측면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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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창고에 쌓여 있는 요소비료. (2010년 9월)             /문성희 제공

 

<기자>비료 생산은 식량난 해결에도 중요한 부분일 듯합니다. 북한을 오가실 때 비료공장을 자주 둘러보셨을 텐데요, 북한의 자체 비료생산시설은 어떻던가요?

 

문성희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를 비롯해서 크고 작은 공장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이 남아있는 것은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입니다. 여기는 북한에서 아마도 가장 규모가 큰 비료공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 생산된 비료는 북한에서 5대협동농장이라고 불리는, 가장 곡물이 잘 생산되는 농장들에 제공한다고 안내를 맡은 기업소 간부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비축 창고에는 5분의1 정도 비료가 쌓여 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게 2010년의 일이니까 이제 12년 전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창고에 비료가 가득 차 있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비료 생산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아서 창고에 비료가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흥남비료공장 등 지방에 공장들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거기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시설은 그 당시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CNC, 즉 컴퓨터 수치제어 설비로 컴퓨터로 제어한다는 것이었고 실지로 비료를 생산하는 현장도 자동화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대규모 기업소나 공장의 시설은 괜찮았다고 봅니다. 다만 다른 중소규모 공장에서 가동률이 얼마만큼 되는가 하는 문제가 있겠지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가동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전기 문제 등이 걸려서 만족스럽게 가동되지 않을 경우도 예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시설이 괜찮다는 것과 생산이 제대로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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