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보 유입 차단에 집중… 인적교류 확대 아직 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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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북한이 코로나 유행을 막기 위해 닫았던 국경을 공식 개방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방역등급 조정을 통해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귀국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는데요. 북한 당국이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러시아와 중국에서 지내던 북한 재외 공민들의 귀국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이번 조치는 북한 정부가 코로나 방역 조치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결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나라가 일 년 전부터 자유로운 출입을 인정했기에, 북한의 조치는 상대적으로 늦었다고 판단됩니다. 주된 이유로는 첫째로 북한의 열악한 의료 체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한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어 강력한 방역 조치밖에 대응책이 없었고, 이로 인해 코로나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둘째로 , 북한의 이웃나라인 러시아와 중국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라는 백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나, 러시아 내에서도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충분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올해 1월까지 지속하다가 이로 인한 역효과로 일시적으로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 결과 사태가 안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셋째로 ,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원을 거부하던 북한의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자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는 여러 번 서방 기업들이 개발한 백신 공급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계속 거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아프리카와 유사하게 백신 접종률이 가장 늦은 나라가 됐습니다. 이 시기까지 인적교류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던 이러한 상황은 북한이 일반 주민들의 삶보다 체제 유지를 더 우선시하는 나라라는 점을 부각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북한의 이런 결정에 따라 조만간 전면적인 인적 교류가다시시작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민간 차원에서는 북·중 간 인적교류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지금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귀국만 허가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해외로 출국하거나, 재외교포를 포함한 일반 외국인들의 북한 방문은 아직 허용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북한이 국경을 폐쇄한 이유는 단순한 방역조치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최근 ‘반동문화사상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하고 해외에서 유입되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해외 정보의 유입으로 인해 주민들이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거나 해외에 대한 동경 등을 갖기 시작하는 등 김정은 체제의 지도력이 약화될 거란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감염 확대를 방지해야 한다는 구실로 철저히 정보통제를 강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는 외화벌이도 중요하지만 , 정보 유입 차단이 더욱 우선적인 정책입니다. 외화벌이는 사이버 공격에서부터 무기 수출 등 여러 다른 수단이 있겠지만, 정보 유입을 막지 못한다면 국가가 무너진다는 위기감을 당국은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북한 주민을 해외에 파견하는 사업은 자격심사가 더 엄격한 기준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경우에 따라 해외 파견 규모도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한의 주장을 해외에 전달하기 위한 외교관이나 운동선수들, 또는 사이버 범죄를 실행하는 요원들의 해외 파견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이나 재외국민의 북한 방문이 올해 안에 재개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9월 9일이나 10월 10일과 같은 기념일을 맞아 이러한 방문이 이뤄지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소한 내년 설날 등 2024년의 주요 기념행사까지는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북한도 원래 코로나 이전에는 인적 교류를 추진해 왔습니다. 북한 당국은 어떤 목적과 의도를 갖고 인적 교류를 해 온 것으로 분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자유롭게 개방된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국내 여행조차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이동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행은 개인적인 취미나 휴가를 위한 것이 아닌, 학습을 위한 백두산 답사나 노동을 위한 돌격대 파견 등 국가가 허가하는 공식적인 목적으로만 인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외 여행은 출신성분도 좋고 심사에 합격한 사람만 인정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국이나 한국처럼 개인이 신청해 여권을 발급받는 방식이 아닙니다. 앞서 외국인들을 북한에 입국시키는 것에는 주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객들로부터 외화를 얻기 위한 목적이나, 북한의 좋은 면만을 선보이며 나라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 등이 그러한 이유에 해당합니다. 저 역시 2010년경부터 북한에 입국을 못 하게 됐습니다. 북한 소식통에게서 들은 얘기에 따르면 북한 체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문제가 있는 기자로 판단됐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 특정 해외 인물들에 대한 명단을 가지고 있고, 제 이름도 그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김정은 총비서가 해외 방문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김 총비서의 해외 방문 가능성을 논하자면, 러시아나 중국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와는 무기나 탄약 공급에 대해 협의를 했을거란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북러 관계가 더욱 밀착하는 모습입니다. 경우에 따라 푸틴 대통령과 회담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반면, 북한과 중국 사이에는 현재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7일의 기념행사에서 중국 대표단은 김 총비서에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당시 그 자리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도 있었습니다. 외교적으로 그런 친서를 복도에서, 심지어 다른 나라의 대표단이 자리한 장소에서 전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합니다. 아마 당시엔 김 총비서가 중국 대표단과 따로 공식적으로 만날 예정이 없었고, (친서를) 전달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중국대표단이 그런 식으로 무리하게 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국 대표단과 김정은 총비서 사이에는 7월 28일에 만찬이 있었지만, 이는 중국이 압력을 가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월 26일에 "김정은 총비서가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대표단이 이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중국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롯해 핵과 미사일 개발로 계속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과 같은 나라와 같은 결의 나라로 인식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조선중앙통신의 최근 보도에서도 중국보다 러시아에 관한 내용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9월 9일이나 10월 10일 등 가까운 미래의 행사에 중국 대표단의 참석 여부와 김 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는지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만약 김 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북한이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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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딸 주애와 해군사령부 방문…"불의의 충돌서도 적 제압"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딸 주애와 함께 지난 27일 북한의 해군절(8.28일)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나경근/YNA)

<기자>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9일 김정은 총비서가 그의 딸 주애와 함께 전날인 28일 북한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김주애의 동행이 북한 매체에 보도된 것이 꽤 오랜만인데요. 이런 공개적인 동행은 지난 5월 16일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현지 지도 이후 100여일만이라고 합니다. 한편, 김 총비서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달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해 많은 이목이 쏠리기도 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대로 김 총비서가 “대한민국”이라고 말했지만, 그 표현에는 따옴표를 쓰고 있었습니다. 과거 노동당 간부를 지낸 사람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과거에도 내부 문서에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항상 따옴표가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즉, 이것은 북한이 윤석열 정권만을 적대시한다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민들을 거론하는 경우에는 ‘남조선’이라는 표현을 쓰고, 보수정권만 적대시한다는 의미를 전하고자 할 때는 “대한민국”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고요.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협력 추진과 통일부 교류 사업의 축소, 그리고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딸 김주애는 지난 5월 17일 조선중앙통신이 김 총비서가 정찰위성을 시찰했을 때 같이 나온 사진을 공개한 이후 처음입니다. 이후 석 달 동안의 공개가 없었던 것은 북한 당국이 김주애 씨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부정적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김주애의 모습을 계속 숨기는 것은 앞서 당국이 딸을 공개하기로 했던 방침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로 간주된다는 점을 고려해 다시 나오게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