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김 총비서 , 딸은 불행했던 자신의 과거와 다르길 바랄 듯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달 30일 북한 공군 기념일인 '항공절'을 맞아 딸 김주애와 함께 공군 주요 시설을 방문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는데요. 이날 김주애는 시위 비행을 참관하고 주요 군 간부와 악수하면서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마키노 기자께서는 어떤 부분에 주목하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저는 일단 김주애가 이번에 가죽재킷을 입은 채 선글라스를 끼고 나온 모습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북한에서 외투는 비싼 옷으로 여겨집니다. 김정은 측근들도 겨울에 열리는 행사에서 같은 디자인의 외투를 반복해서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최고지도자가 준 선물에 감사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북한에서 외투가 귀중한 물건 중 하나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주애는 과거부터 등장할 때마다 다양한 외투를 갈아입고 있습니다. 또 김주애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디자인의 옷을 많이 입는 편입니다. 이는 김주애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인식시키려는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날 김정은 총비서는 공군사령부도 방문했지만, 김주애는 공군사령부에 동행하지 않았고 제1공군사단 비행연대를 축하 방문해 시위 비행을 참관하고, 경축 연회에만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주애는 2013년 1월에 태어났다고 하는데요. 10살 된 딸을 기밀사항이 많은 군사기관에 데려간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따라서, 현재 김 총비서가 김주애와 동행하는 모습을 비추는 것은, 일반 주민들이 김주애란 인물을 인지하게 하려는 목적이고요. 후계자로서 본격적인 학습을 시키는 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또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4일 평양에서 11년 만에 열린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해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연설했습니다. "출생률 감소를 막고 어린이 보육 교양을 잘하는 문제도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대회 관련 보고를 듣던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인 점이 관심을 끌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도 울고 있던 김 총비서의 모습을 흥미롭게 봤습니다. 조선중앙TV가 방송하는 동안 주민들에게 자신이 울고 있는 모습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은 어머니와 여성들을 배려하는 지도자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김 총비서가 운 이유는 그것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자신의 어머니인 고영희 씨를 생각해 울었다고 생각합니다. 고영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공식적인 부인이 아니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본처는 김영숙씨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영희는 김일성 주석의 인정을 받지 못했고 그와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고영희와 김정은 두 사람 모두 김일성 전 주석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공식적인 활동도 하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고영희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어렸을 때 김정은 총비서는 공식적인 자리에 나오지 못했고, 2010년 가을에 열렸던 (9월) 당대표자회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때였습니다. 결국, 당시 김 총비서의 후계 작업을 위한 기간은 2년 정도 밖에 없었고,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도 김정은을 지도자로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결과 장성택 국방부위원장을 처형하고, 김정남을 암살하는 등 여러 가지 비극이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 겪은 어려움과 자신의 어머니인 고영희가 겪은 불행한 과거가 떠오르면서 울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총비서에게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이른 시기에 김주애를 공식적인 자리에 등장시키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인지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즉, 자신이나 모친 고영희가 겪었던 고생을 딸 김주애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연합1]PYH2023120405260004200.jpg](https://www.rfa.org/resizer/v2/D6QNPTHFWKC3HJCUOR3A3KMW6A.jpg?auth=6a15f34f4f5df0756146e858a2e894eb690f9c242f26f7a30b117c56f0b31dd2&width=400&height=225)
“리설주가 버림받지 않는 한 김주애가 후계자”
<기자> 그래도 딸 김주애를 향한 김정은 총비서의 애정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 김 총비서의 딸 김주애를 유력한 후계자로 보는 것이 맞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는 현재까지 김주애가 후계자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김 총비서와 부인 리설주 사이에 자식이 두 명 있다는 얘기가 많이 돌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두 번째 자식도 아마 여자일 것 같습니다. 자식이 남자였다면, 김 총비서는 두 번째 아이가 성장한 후에 공개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있는 북한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 고위층 간부들에게 설명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첫째와 둘째 모두 딸이기 때문에, 일단 첫째인 김주애를 후계자로서 공개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김 총비서와 다른 여자 사이에 또 다른 자식이 한 명이 있다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도 현재 리설주가 공식적인 부인이고, 심지어 또 다른 자식이 한 명 더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곁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 한국 국정원은 김 총비서의 형인 김정철이 싱가폴과 런던에서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쓰는 장난감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김 총비서에게 남자 아이가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남자 아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만한 정보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 김주애의 이름에는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과 같은 수식어가 붙혀지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이름에 수식어가 붙는 것은 과거부터 최고 지도자와 후계자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마 리설주가 김 총비서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남도 1980년대까지는 후계자였지만, 그 후 어머니인 송혜림 씨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후계자 자리를 잃었다는 겁니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는 한 저는 김주애가 후계자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합2] PYH2023112701010004200.jpg](https://www.rfa.org/resizer/v2/PQF5FNG6546RPKSJLJEHMYCU24.jpg?auth=97e3742131d0084f44ef8e709c8d36be1415b20ce6b967760aef834109b37c19&width=800&height=533)
<기자>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후계자로 낙점됐을 거란 추측도 있지 않았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제 생각에 김여정 부부장은 김 총비서의 후계 작업이 순조롭게 되지 못할 경우에 대한 '스페어(예비용)'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2021년 1월에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제1비서의 직책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김정은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리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김여정을 위해 만들었던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항공절'에 열렸던 만찬회에서도 김 총비서, 김주애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여전히 권력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부각됐습니다. 물론, 북한 매체도 몇 번이나 김주애 사진은 크게 나오도록 촬영하고, 김여정은 작게 나오는 구도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역시 김주애가 '몸통'이고 김여정이 '곁가지'라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왔습니다. 김여정 부부장 역시 자기가 '곁가지'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김주애보다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아마 김 부부장의 입장에서는 자기 안전을 지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로열패밀리'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정은과 김여정, 이 두 명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김 부부장 밑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모시는 상사, 김여정을 지도자로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없진 않을 겁니다. 특히 김 총비서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김주애도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권력 구도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는 심각한 권력투쟁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현재까지의 상황과 최근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북한 내부의 권력구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적어도 현 시점에서 김정은 체제는 안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상태가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고요. 북한 사람들은 항상 최고 지도자와 측근들에 대해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최고지도자와 측근들은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의미입니다. 최고지도자는 측근들 없이 나라를 통치할 수 없고, 측근들도 백두산 혈통 가문에서 나온 사람을 계속 추대하는 것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유일한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관계는 최고지도자가 북한 고위층에게 충분히 좋은 생활을 보장할 수가 있는 경우에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측근들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하게 되면, 이들은 결국 다른 지도자를 찾아가야 할 겁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