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주애 업적 위해 단독 활동 공개 가능성”
2025.01.08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높은 기술력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미국 의식한 조치
[기자] 마키노 기자님. 북한이 지난 6일 올해 첫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했습니다. 지난해 11월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약 두 달 만에 다시 미사일 발사를 재개한 의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이 지난 6일 극초음속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극초음속미사일에는 활공체(HGV, Hypersonic Glide Vehicle)와 순항미사일형(HCM, Hypersonic Cruise Missile)이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북한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으로 더 어렵다고 평가되는 HGV(활공체) 형태인 것 같습니다.
이 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10에서 15 정도로 추정되며, 이러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목표를 정밀하게 타격하기 위해서는 고열을 견디는 특수 소재와 고도화된 유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는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무기입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는 미국을 강하게 의식한 조치로 보입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발사 현장에서 “세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고, 어떤 방어 장벽도 돌파할 수 있는 무기”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발언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김 총비서는 2018년 미북 정상회담에 임하면서 “내 책상 위에는 핵 단추가 있다”고 대미 협박성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회담이 결렬되면서 김 총비서는 ‘더 큰 단추’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HGV는 북한이 주장한 ‘더 큰 단추’를 상징하는 무기체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김 총비서가 미국에 대한 초강경 조치를 입증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북한의 국방 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인데요. 북한은 이 기간 미국의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무기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주애 업적 위해 단독 활동∙발언 가능성 주목”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새해 첫날 선대 지도자들이 안치돼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고, 새해 경축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해당 행사에 부인 리설주가 아닌 딸 김주애를 동반한 점을 이례적으로 평가했는데요. 이를 통해 김 총비서가 의도하는 메시지와 상징적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동안 김 총비서의 행보를 종합해 보면 ‘김정은 주의’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연말과 연초에 진행되는 행사들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왜 김 총비서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고, 부인 리설주 대신 딸 김주애를 동반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정보가 부족해 모든 행동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권력을 승계한 후 13번째 연말과 연초를 맞이했지만,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시대에 비해 행사 일정에 일관성이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31일 밤에는 5월 1일 경기장에서 새해 경축 행사가 열렸는데, 2020년에는 김경희가 참석한 가운데 국방 관련 경축 공연이 열렸던 적도 있습니다. 이처럼 김 총비서는 행사 참여 여부나 방식에서 특정한 전통을 고수하지 않고,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공개된 북한 달력에서는 기존의 ‘주체 연호’ 표기가 사라지고 2025년 양력 표기만 사용됐습니다. 북한 매체 보도에서도 ‘유훈 통치’라는 표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일본 조총련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매년 1월 조총련에 보내던 신년 축하 메시지를 올해는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김여정 부부장이 설맞이 공연에 참석했던 일본 조선학교 학생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김 총비서가 재일교포 동포 조직에 대해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대와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인물들로 조직을 재편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 총비서와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명예로운 일일 수 있지만, 동시에 이 학생들은 앞으로 조총련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김 총비서의 새로운 우상화 작업은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그와 측근들이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김 총비서는 이러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연말, 연초 행사와 해외 동포 조직 관리에서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대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권력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북한 매체는 김 총비서가 지난 12월 29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시찰할 당시 딸 김주애가 동행한 모습을 지난달 31일 공개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이후 약 두 달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김주애는 김 총비서와 함께 해변을 걷고 호텔 객실, 식당, 수영장 등 시설을 둘러봤는데요. 특히 사진 속 김주애의 키가 훌쩍 큰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올해 김주애의 입지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주애가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의 입지나 역할을 단정 짓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주애가 현재 후계자로 준비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당 선전선동부를 중심으로 김주애의 업적을 부각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앞으로 김주애가 ‘우수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단독 활동이나 발언하는 모습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김주애의 공식 활동이 김 총비서와 동행하는 것에 국한돼 있습니다. 김주애의 동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은 김정은 총비서와 리설주 여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김 총비서의 과거 행보를 보면, 후계자로 등장할 당시에도 여러 특징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최고 지도자를 ‘미국과의 대결을 이끄는 인물’로 강조해 왔습니다. 김주애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현장에 등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김 총비서가 딸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강조된 사례도 있습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시찰이나 신년 경축 공연에 김주애가 동행한 것이 그 예입니다. 저는 김 총비서가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을 느낄 때 김주애와 동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특히 자신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대외 압박이 심할 때 후계자의 존재를 과시하려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올해도 미국과 대결 구도를 부각하거나, 김주애가 상징적인 인물로 주목받을 만한 무대라고 판단될 때 그녀의 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수록 김주애의 공식 석상 등장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체제 불안할수록 김주애 등장 반복”
[기자] 한편, 신년 경축 행사에서 김여정 부부장과 함께 등장한 아이들이 그의 자녀일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지난 3일 이와 관련해 “이전에 파악된 자녀의 연령대를 고려하면 자녀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정밀 분석하고 있다”라고 밝혔는데요. 김여정 부부장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정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지만, 이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한국 국가정보원은 김여정 부부장이 2015년과 2018년에 출산했다는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백두산 혈통’과 관련된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경우, 영상이나 사진을 철저히 검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행사 영상이 공개된 것은 서방 국가들이 김여정의 자녀일 가능성을 추측할 것을 충분히 예상한 후에 내린 결정이라고 봅니다.
저 역시 해당 영상에 등장한 아이들이 김여정의 아들과 딸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김여정의 남편 모습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남편은 ‘백두산 혈통’이 아닌 곁가지에 불과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씨의 남편 장성택을 제외하고는 최고지도자 가족의 배우자가 공개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장성택의 경우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서 강력한 정치적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김경희와 장성택 부부 사이의 자녀들이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남동생인 김평일 전 체코 대사의 아들들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인물들은 곁가지로 분류되며, 최고지도자가 그들의 공개가 권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번에 김여정의 자녀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공식 행사에 등장한 것은 김 총비서가 여동생 김여정을 깊이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김주애와 대비되는 위치를 강조하기 위해 김여정과 자녀들이 김주애와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우려하는 인물은 김주애의 모친 리설주 여사일 가능성이 큽니다. 김주애가 아직 어린 상황에서 만약 김 총비서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권력이 김여정 일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신년 행사에 리설주 여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이, 김여정 자녀들의 등장과 관계가 있는지는 여전히 정보가 부족해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북, 중국에 다시 협조적인 태도 보일 것
[기자] 최근 북한 관영 매체 웹사이트에서 북한과 중국의 수교 75주년 기념 코너가 조용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중 친선' 코너는 사라졌지만, '북러 친선'은 여전히 남아 있어 새해에도 소원한 북중 관계를 시사한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편, 작년 10월 주중 한국대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올해 북중 또는 한중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중국은 한반도를 5천여 년 역사 동안 항상 자신들의 영향권에 속한 ‘마당’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지는 모습은 중국으로서는 묵인하기 어려운 사안입니다. 특히, 북한에서 유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러시아가 한반도에 파병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은 중국에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북중 수교 75주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중국이 불만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주민들에게 쌀 대신 밀가루 생산을 독려하는 것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20조 달러에 달하며, 이는 러시아의 1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한다고 해도 경제적으로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또한, 북한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식량 가격이 급등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북한 노동자 수용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국제 대북 제재로 북한의 외화 수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식량 가격 상승은 중국과의 무역이 위축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북한은 어느 시점에서 다시 중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중국은 한국 정세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의 계엄령 사태에 대해 ‘내정 문제’라며 공식 언급을 피했지만, 한미 동맹과 한미일 방위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중국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과의 긴장 관계를 의식하면서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산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중국은 아직 자국민의 북한 관광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작년 11월에는 한국인의 무비자 중국 관광을 허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과 한국이 더 가까워질 가능성도 있으며, 이에 따라 북중 간에 긴장과 기싸움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