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평양으로, 공장은 멈춰”…북 지방발전의 한계

앵커 : 북한이 ‘지방발전 정책’에 따라 새로 건설한 지방 식료공장들이 원료와 자금 부족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품의 맛과 포장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져 주민들에게 외면받으면서, 지방 시장에서는 여전히 평양산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 성천군의 지역 특산물은 ‘밤’입니다. 2024년 1월 ‘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지방에 공장을 세우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식료품을 생산하라는 당국의 의도에 따라 성천군의 경우 식료공장에 밤 가공 공정을 추가했습니다.

밤정과, 밤단졸임 등 여러 시제품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은 생산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원료로 써야 할 밤 대부분이 평양 시내의 구운밤 매대로 보내져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2000년대부터 평양 시내 곳곳에 군밤·군고구마 매대를 운영하며 이를 수도의 대표적인 가을·겨울 풍경으로 선전해 왔습니다.

운산군의 식료공장 역시 비슷합니다. 산머루, 다래, 잣 등을 이용해 여러 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지만 원료 부족으로 정상 가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군 내의 주민들을 모두 동원해 산열매를 따면 몰라도 공장 자체로 필요한 양을 확보하는 건 어림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과류나 빵에 사탕가루(설탕), 빠다(버터), 치즈 같은 재료가 들어가야 맛이 좋아지는데 그럴 형편이 안 되니 맛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방발전 정책’이 추진된 이 후 40개 시×군에 새로운 식료공장이 번듯하게 건설됐다고 선전했지만 실상은 성천군, 또 운산군의 공장과 비슷합니다.

소식통은 “공장의 첫 생산에 필요한 물자를 마련하는 자금은 지역 당국이 겨우 해결해 주었지만 다음 해 생산에 필요한 자금은 제품을 팔아 해결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보니 한두 차례 시제품 생산으로 그친 공장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방 식료공장 제품은 원재료뿐 아니라 맛과 포장에서도 자체 외화벌이 회사나 무역기관을 둔 대형 식료공장 제품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시장에서는 평양에서 생산된 제품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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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연결된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당국이 새로 건설된 각지의 식료공장에서 질 좋은 다양한 제품이 생산된다고 선전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거의 다 평양 제품”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종합식품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종합식품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에 있는 종합식품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AFP)

눈에 보이는 건 거의 다 평양 제품

“시장과 길거리 매점에서 파는 사탕, 과자, 빵, 각종 청량음료가 대부분 평양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며 “포장지에 적힌 룡성, 선흥, 대하, 금컵 등의 글자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룡성’은 북한 최대 식료공장인 룡성식료공장, ‘선흥’과 ‘대하’는 노동당 39호실 소속 경흥무역국과 대성무역총국이 운영하는 식료공장이며, ‘금컵’은 자체 무역회사를 가지고 있는 국가체육위원회가 운영하는 식료공장입니다.

소식통은 “전국 시장과 음식매대에서 시·군 식료공장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고, 도에서 직접 관리하는 종합식료공장 제품만 일부 보인다”며 “결국 상당수 시·군 식료공장은 새 제품 생산을 이어가지 못하고 원래 만들던 간장과 된장 정도만 겨우 생산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