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무력 자신감 바탕 도발수위 한껏 끌어올려”

워싱턴-천소람 cheons@rfa.org
2022.10.13
“북, 핵무력 자신감 바탕 도발수위 한껏 끌어올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ㆍ장거리포병부대ㆍ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밝혔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차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간 내 전술핵을 이용해 실제 전쟁 연습을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전문가들은 다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내용에 있어 새로운 점은 없다고 평가합니다.

 

이미 최대치의 대북제재가 가해지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핵실험을 포함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을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연합뉴스 TV] 최근 보름 동안 7차례나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던 북한이 어제(12)는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지난달 25일부터 7차례 각종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가 하면 장거리 순항미사일까지 발사하는 등 전방위적 도발에 나선 북한 당국.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즉각 성명 발표하는가 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 통화,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이 다시 동해로 회항하는 등 기민하게 반응했습니다.

 

특히 한·미·일은 2주 연속 군사 합동 훈련을 진행하며 굳건한 3국 동맹을 과시했습니다.

 

이처럼 한·미·일이 북한 미사일 발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그 배경으로는 북한에 실전 배치된 전술핵과 핵무력법제화, 이 두 상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핵무력법제화에 나선 북한은 10,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는 모습을 관영매체에 보도하며 핵공격 능력 및 군사적 대응 태세에 관한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조한범 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술핵무기에 대한 실전 훈련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조한범] 핵무기를 실전으로 운용하는 단계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과거와 차이가 큽니다. , 과거에는 북한이 한미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됐을 때는 무력도발을 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실전 배치된 핵에 대한 자신감으로 미국의 전략자산이나 한미의 군사적 대응에 즉각즉각 팃포탯(Tit for tat), 즉 맞받아치기 전략 식의 맞대응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다르게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장소, 시간대에서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실전과 같이 쐈다는 게 기존과 큰 차이가 있다고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박원곤 교수는 평가합니다.

 

[박원곤] 결정적으로 북한이 화성-12형 개량형이라고 이야기했는데, 4500km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것은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고. 2017년에 이미 북한이 괌 사격을 이야기한 적 있기 때문에 이전과는 다르게 긴장 수위가 매우 높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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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8일, 알려지지 않은 장소에서 북한 당국이 진행한 미사일 시험 사진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Reuters

북한은 왜 이런 반응을 예상하면서도 도발에 나섰을까.

 

박원곤 교수는 북한 당국의 자신감을 꼽습니다.

 

[박원곤] 항공모함 전담을 동원한 한미, 한미일 훈련 상황에서는 북한이 도발하지 않죠. 이번에는 가장 강력한 미국의 전략무기(훈련)가 전개됐음에도 미사일을 쐈다는 거거든요. 그만큼 북한이 공격적이고 급진적인 핵전략을 갖고 있고, 그 바탕에는 자신들의 자신감이 있는 거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이미 핵을 실전 배치했기에 재래식 전력 열세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조한범] 극단적으로는 본인들이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밀리지 않는다고 판단을 한 거에요. 전술핵무기 실전배치, 공세적 핵교리법제화 이 두 개를 바탕으로 전례없이 한미의 대응에 대해서 공세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결국 내부결속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합니다.

 

[양욱] 이게 상당 부분 내부를 향한 메시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 통치의 원동력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경제적인 부분도 그렇고. 그래서 김정은 정권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점은 핵개발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발사가 북한의 미사일, 핵 능력에서 어떤 점을 과시했을까.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북한의 도발에 사용된 미사일은 KN-23, 24, 25, 그리고 개량된 화성-12, SLBM 등 과거 선보인 무기들입니다.

 

[양욱] 사실 이례적이라고 하는 건 굉장히 단기간 내에 여러 차례 실시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기간 내에 시간과 장소, 미사일 탄종을 바꿔가며 실시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실전적인 태세를 확인하기 위한 미사일 발사라고 볼 수 있고요.

 

훈련 실시 방법이 독특했지만, 미사일 발사 내용은 새로울 게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전술핵 실전 운용 훈련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평가합니다.

 

[장영근] 이들이 강조한 건 전술핵 운용을 했다. 그 얘기는 저위력 탄두의 핵을 가지고 공격할 수 있다는 거고. 이게 이제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공포스러운 거죠. 그런 훈련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어떤 군이나 어떤 나라도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려가 큰 것일 뿐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저수지에서 모의 전술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가졌다고 공개했지만 실용적이지 않다고 양욱 부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양욱] 그럴 듯해 보이긴 하는데요. 실제 보관과 관리 측면에서 굉장히 힘듭니다. 잠수함이면 움직이면서 꺼내도 보고 점검도 하고 하는데요. 미사일은 물속에 집어넣고 상시 설치를 해놔야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지 중간에 점검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고요. 점검하려고 할 때마다 꺼내고 하는 게 생각보다 비용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다는 거죠.

 

북한 당국이 발사 징후를 숨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크게 효용성이 없는 접근이라는 겁니다.

 

[장영근]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감시 정찰 체계를 보유하고 있거든요. 저수지 같은 경우는 결국 발사 징후만 육지에서 보여지지 않는 거지, 만일 저수지 어딘가 숨겨 놨다면 각 저수지를 인공위성으로 볼 거잖아요. 그럼 거기도 다 목표 대상이 되는 거고, 필요시에 선제적으로 공격할 때 타격 대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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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24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시험발사 중에 있다. /Reuters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 제재는?

 

이렇게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추가 대응 및 제재는 한계가 있다고 박 교수는 덧붙입니다.

 

[박원곤] 현실적인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한국, 미국, 일본이 현재 북한이 진행하고 있는 이런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실상 7차 핵실험까지도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 중국 간 경쟁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무력 시위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습니다.

 

[박원곤]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무력 시위 차원에서 항모전단을 동원했기 때문에 이 이상으로 할 수 있는 무력 시위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또, 대북제재가 최강의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더 이상의 추가 제재는 의미가 없다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말합니다.

 

[조한범] 현실적으로 미국 안보리가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에 추가 제재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는 최강의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이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은 외교적 해법밖에 없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활용하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박원곤] 미국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북한 핵 문제가 우선순위는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미중 관계 차원에서 그것이 대외정책의 핵심이죠. 북한은 그 틈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핵 능력을 짧은 시간 내에 극도화, 대량화, 다종화하고 있다고 판단이 되고요. 우크라이나 전쟁 경우는 푸틴이 계속 핵 사용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데요. 북한도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거든요.

 

결국 일련의 도발이 7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거라 양욱 부연구위원은 내다봅니다.

 

[양욱] 이야기의 서사는 북한이 전술핵을 개발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게 전반적인 흐름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북한의 다음 행보는 역시 7차 핵실험이 아니겠나.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더라도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지적 속에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긴장국면으로 치달을 전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기자 천소람,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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