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코로나 봉쇄 속 모내기 실적 오른 건 거짓 선전”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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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코로나 봉쇄 속 모내기 실적 오른 건 거짓 선전” 북한 남포시 강서구역 청산리에서 지난 9일부터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북한 경제,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언론인이자 학자로서 북한 문제, 특히 경제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뤄온 문성희 박사와 함께 짚어 봅니다. 일본에서 북한 전문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문 박사는 도쿄대에서 북한 경제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북한에 나타나고 있는 시장경제체제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짚어보고 개선돼야 할 점까지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문성희 박사
문성희 박사
<기자> 코로나 확산에 대응해 최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북한이 격리생활 유지에 필수인 의약품과 생필품 보급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입니다.   박사님, 북한 당국으로서도 봉쇄에 따른 주민 불편과 불만을 막기 위해 나름 신경쓰고 있다는 걸로 보이는군요.

문성희 네,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봉쇄에 따라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완전히 멈추게 되지요. 안 그래도 집안에 비축 식료품, 생필품이 모자란 상태라고 봅니다. 평양 주재 중국중앙TV기자도 1주일분의 식료품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외신기자가 이러니 일반시민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요. 1주일분의 비축조차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여유가 없겠지요.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바쁜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식료품, 그리고 화장지, 비누와 같은 생필품이 떨어지면 불편할 것이고 불만이 쌓인다는 것은 쉽게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화폐교환때의 실례도 있지만 북한 사람들도 참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불만도 표시하지요. 격리생활을 유지하면서 식료품, 생필품을 공급해 주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불만은 커질 것입니다.

다만 원래 북한에는 각 구역마다 인민반이 있고 인민반을 통해 모든 주민들의 생활을 통제도 하고 책임도 집니다. 인민반의 체계를 이용하면 주민들의 불만에 응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3만 명으로 봉사대 약 8천팀을 꾸렸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특별히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3-4명씩으로 이뤄진 소규모 팀이 전국적으로 8천개 만들어져 생필품 공급에 나선 건데, 과연 충분한 물품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앞서는데요.

문성희 그런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20201월부터 계속되는 국경봉쇄로 해외에서 물품이 안 들어오고 있는데 수많은 격리자들에게 직접 와닿는 정도의 물품이 확보될지 의심스럽습니다. 국가가 물품을 확보해주어야 하는데 과연 그게 가능한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최근에 의약품과 생필품을 수송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고려항공 소속 항공기가 중국의 비행장에서 평양을 향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중국 당국에 부탁을 해서 생필품 확보에 나섰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전국의 북한 사람들에게 나눠줄 충분한 생필품을 조달할 수 있는 정도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식료품 문제도 있고 해서 충분한 물품이 확보됐는지 저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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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된 북한 평양의 모습. / Reuters

 

<기자>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전국적으로 의약품 사재기와 불법유통이 속출하고 있다며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했는데요, 사실 북한에서 의약품의 만성적 부족과 공급 차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인데요, 실제 어떻던가요?

문성희 2003년에 평양특파원으로 북한에 체류할 때 병원에 간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한 번은 사스(SARS) 문제를 취재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평양시 만경대구역 인민병원을 취재했는데 입구에 환자들이 몰려 있었어요.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 수 있었고 주사기 같은 것은 환자들이 자체적으로 구해와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의약품 자체가 모자란 것이지요. 그리고 병원이 청결하지 않은 것이 가장 거슬렸습니다. 역시 병원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감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깨끗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었습니다. 병원 안에 들어가 보니 의자같은 것은 안 보이고 환자들은 계단에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많은 환자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과에 가는 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어요. 진찰실까지는 못 들어갔기 때문에 어떻게 돼있는지 잘 모릅니다. 다만 바깥은 좀 어지러운 감이 있었습니다. 열을 재는 것도 병원 밖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제가 입원을 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평양친선병원은 괜찮았습니다. 제가 입원한 입원실도 깨끗했습니다. 다만 일반 주민들이 이런 대우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사기 같은 것도 때마다 바꾸고 있는지…. 물자가 모자라기 때문에 그런 측면은 걱정이었습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무상치료입니다. 그러니까 북한 주민들이 병원을 찾으면 무료 봉사를 해준다고 보는데 문제는 약이나 주사기 뭐 그런 것이 모자란다는 측면이지요. 결국 그런 것을 시장에서 환자 스스로 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친선병원에 입원을 했을 때도 저를 담당한 의사가 시계를 요구했습니다. 원래 친선병원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무료가 아닙니다. 저도 원래 치료비를 내야 했는데 재일동포라며 무료가 되었지요. 그렇지만 의사 개인적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인지, 저의 시계를 보면서 같은 것을 자기도 가지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시계를 그 북한 의사한테 줘도 괜찮았을 텐데 저로서는 뭔가 이해가 잘 안됐어요. 그래서 일부러 제 시계를 안 줬습니다. 이제 20년 전 일이지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의료 관계자들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약품 등을 몰래 빼돌리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할까, 그런 추측이 가능하지요. 그렇게 해야 병원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북한 당국이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의료체계가 작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고 지금와서 병원만 나무라는 게 책임회피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기자> 식량부족 문제는 더 심각해질 거라는 전망입니다. 그런데 북한 관영매체는 여전히 모내기 실적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군요.

문성희 모내기 실적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그런 보도를 그대로 믿는 사람은 해외 뿐만이 아니라 북한 국내에도 없겠지요. 왜냐면 평양 시내를 비롯해서 전국적으로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농촌 지원이고 뭐고 지금 모두 중단 상태에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요? 그런데 모내기 실적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내기를 하려면 농촌 지원이 필수 인데 지금 농촌에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동원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모순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보도대로 믿을 수는 없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확산하고 있다고 해도 북한 당국으로서는 식량 문제 해결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과제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모내기 실적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호소할 수 밖에 없지요. 안 그러면 북한 주민들이 일할 마음이 안 나게 된다고 봅니다. 모내기 실적은 앞으로도 계속 선전할 것이라고 봅니다.

 

<기자> 북한 당국의 코로나 대응을 위한 봉쇄강화로 올 해 북한의 경제 전망도 더 어두워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성희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 우선 국제적인 봉쇄를 계속 강화하게 되면 밖에서 물품이 안 들어온다, 그리고 국내 봉쇄를 강화하게 되면 여러 경제적인 움직임이 멈춘다는 것이겠지요. 북한 경제 자체가 활동을 멈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경제 전망도 어두워질 수 밖에 없지요.

저의 생각은 이제 수십만 명의 감염자, 의심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코로나가 혹시 들어온다 한들 상관없다, 뭐 이렇게 생각을 해서 대담하게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지 않습니까. 물론 중국은 제로 코로나(고강도 봉쇄, 격리)’ 정책을 펼치고 있고 아마도 북한도 그것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로 코로나를 택했다가는 경제의 움직임은 반드시 멈춘다고 봅니다.

 

<기자> 문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정우,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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