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교황청을 방문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18일, 교황을 단독 면담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만약 교황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인권 등 여러 부문에서 적지 않은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교황 방북 초청의 의미는 무엇인지, 교황의 방북이 한반도 정세와 북한 주민의 인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관해 유종만 신부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유종만 신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출석한 성당의 주임 신부이기도 한데요, 진민재 기자가 대화를 나눠봤습니다.
- 교황 방북 전 비타칸 ∙ 북한 수교 기대
- 신부님 안녕하세요. 우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전달했는데요.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유종만 신부] 지금 현재 관계자들은 방북 가능성이 크다고 예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황 자신이 늘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를 바라고 계시기 때문에 평양 방문을 전향적으로 검토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14년에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반도 분단과 치유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셨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방북 가능성은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교황 방북이 실현되면 좋겠지만, 현실화하려면북한의 사전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아시다시피 북한은 카톨릭 성직자도 없고 종교의 자유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교황님이 방북에 어떤 조건을 내걸지 않을 것 같지만, 이런 사전작업이 이뤄지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고요. 방북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전에 바티칸 시국과 북한의 수교가 먼저 이뤄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북한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는 나라이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교황이 방북하면 신변안전을 이유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거든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유종만 신부] 그 점은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 대통령도 세 분이나 평양에 다녀오셨고, 경호 문제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잖아요. 오히려 세계의 지도자인 교황이 가시는 데 경호문제는 전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확신합니다.
- 북한이 교황을 초청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알려진 바로는 적어도 세 차례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이 계속 교황 방북을 추진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교황 방북, 미북 관계 개선 기여할 것
[유종만 신부] 제 생각도 그렇지만 전문가들도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이 현재 160개 국가와 외교 관계를 맺고 있고, 40개 이상 재외공관을 유지해왔는데,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고요. 교황 방문 못지않게 어떤 조건에서 방북하느냐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북한이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크신 교황님을 평양에 초청함으로써 북한에도 천주교와 개신교 등 종교자유가 있다, 종교자유를 인정하는 정상국가라는 점을 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심어주고, 김정은 위원장 자신도 정상국가의 정상적인 지도자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이를 통해 미국과 북한의 관계도 개선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해봅니다.
- 신부님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저로 거처를 옮길 당시 축복식을 해주실 만큼 문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도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교황 방북 요청을 이끌어낸 점이나 교황청 방문 등이 갑작스러운 외교 행보는 아닐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유종만 신부]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시기 전부터 매우 착실한 카톨릭 신앙을 갖고 계셨고, 이념적으로 평화를 매우 중요시하는 대통령인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 현실에서 중요한 것이 비핵화와 평화인데, 여기에 가장 큰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 교황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 북한, 고립 탈피해 국제사회 나오는 계기
-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에 같이 가셨던 유흥식 주교님은 현재 로마 교황청 방문에 동행하셨죠? 이렇게 모두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앞으로 교황의 방북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할 일이 많으시겠어요.
[유종만 신부] 북한이 종교의 자유 보장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있지만, 교황의 방북이 북한의 정치적∙종교적 고립에서 탈피하는 것과 국제사회에 나오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북한과 미국 간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합니다. 교황이 평양에 가시면 주민 앞에서 연설도 하시고, 강론, 기도 등도 하실 테고, 종교의 자유와 인권 문제의 해결을 언급하실 것 같은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에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북한의 종교자유를 더욱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부모님 모두 고향이 이북이셔서 통일이 되면 아버님의 고향인 평양에 가서 신부를 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 네 신부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유종만 신부] 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