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지원한 북 포탄 수 적어 큰 도움 안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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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수영 기자입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러시아 vs 우크라의 '드론 전쟁'…북한도 연구하고 있을 듯

<기자> 러시아 본토에 위치한 공군기지 2곳에서 최근 (5일)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드론 (무인기) 공격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상대로 한 공격에 드론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를 두고 '드론 전쟁'이라 부르기도 하죠. 한창 무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도 군사용 드론 개발에 관심이 클 것 같은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 2010년 전후 미국 오바마 정권 때까지는 미국이 군사용 드론을 독점했습니다. 그 당시 미국의 'MQ-9 리퍼'나 '프레데터(MQ-1)' 같은 드론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예멘에서 '미국에 위협이 된다' 고 판단되는 테러리스트들의 암살 작전을 수행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2019년 리비아 내전 때 튀르키예가 만들었던 '바이락타르 TB2'라는 드론도 큰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바이락타르 TB2는 2020년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둘러싼 분쟁에서 아제르바이잔에 큰 성과를 안겨줬습니다. 드론에 쓰는 엔진이나 자동제어센서나 카메라 같은 부품 중 민생품이 많아서 세계 어디에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도 이미 드론 독자 개발에 착수했었습니다. 2013년부터 2014년쯤에 한국에서 자주 발견됐던 북한제 드론에는 여러 나라의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2015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드론에는 적어도 여섯 나라에서 제조된 부품이 쓰였다고 합니다. 배터리나 카메라는 일본, GPS(위치정보시스템)나 연료펌프는 미국, 엔진은 중국과 체코, GPS 수신기는 스위스, 그리고 비행제어컴퓨터는 캐나다 제품이 각각 쓰였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드론은 일반 항공기보다 값이 싸고 격추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중요한 비대칭 전력의 하나로 드론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도 다른 나라와 똑같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군사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현재 드론 공격 상황도 열심히 연구하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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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서울 파주에서 발견된 드론. 북한이 해상 경계선 넘어 남북한이 포격을 주고받은 날 미확인 드론이 추락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회수했다. 이는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모양과 크기가 비슷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Reuters

<기자> 지난달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천 300번 이상의 러시아발 사이버 공격을 막아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제는 과거의 전쟁 방식에서 벗어나 사이버와 첨단 산업을 융합한 공격도 동원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간 해킹과 같은 사이버 범죄를 저지른 북한이 이처럼 군사적인 목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경우 그 위협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RFA도 보도했지만, 북한 사이버 공격은 큰 위협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암호 화폐 같은 자금의 확보나 군사기술 탈취, 그 두 가지가 가장 큰 목적인 거 같습니다. 그러나 유사시에는 북한이 여러 가지 다른 사이버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한국의 경우에 다른 나라와 똑같이 군사시설 같은 정부 주요시설의 컴퓨터에는 외부로부터 차단된 시스템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주로 민간 등 '소프트 타깃' (군사 또는 테러 공격에 상대적으로 보호되지 않거나 취약한 대상)을 공격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금융기관 내 온라인이나 전화 회사의 통신을 마비시키고 시민 생활에 큰 혼란을 일으키려 할 것 같습니다. 항공회사의 감지 레이더도 혼란하게 할 수도 있고요. 가짜 뉴스나 SNS를 풀어 한국 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수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인터넷상에서 얼굴과 목소리를 변형시키는) '딥페이크' 기술을 써서 가짜 볼로디미르 젤랜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을 선언하는 사건도 일어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 생활이 마비되면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이 아무리 괜찮다고 하더라도 전투를 계속하는 능력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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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딥페이크 영상과 실제 영상 비교. 딥페이크로 제작된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사들에게 항복하라고 명령했다. /인사이드 에디션 유튜브 캡쳐.

신원식 의원 일본 방문 중 협력 촉구…“일본 없는 한미동맹 유지하기 어려워”

<기자>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죠. 북한이 공격에 나설 시 한미일 안보협력이 얼마나, 어떻게 체계적으로 북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이달 5일과 6일에 한국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9명이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요코다와 요코스카, 양 기지를 시찰했습니다. 요코다에는 유엔군 후방사령부가 있고요. 유엔군은 요코다, 요코스카 등 일본에 있는 7개 주일미군 기지 시설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일미군 기지를 시찰한 한국 여당 국민의 힘 신원식 의원은 "한미 주둔군지위에 관한 협정(SOFA)이 있더라도 일본이 거부하면 유엔군이 일본 기지를 쓰기 어려워진다"고 말했습니다. 한반도 유사시의 경우에는 미군이 주로 일본을 후방 기지로 쓰면서 병사나 무기, 연료를 우선 일본에 배치한 다음에 한반도에 전달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저는 들은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원식 의원도 "일본 없이 한미동맹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이미 많은 무기와 포탄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 지원할만한 양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도 들은 바 있고요. 미군에 전투용 무기나 포탄이 충분히 있기는 있지만, 만약 당장 한반도 유사시가 되면 한국에 공급할 수 있는 무기나 포탄은 거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군수품을) 지원받기 어렵고 일본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도 체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지원받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만에 하나의 사태에 대비해서 한국은 일본과 사이에 지소미아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를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하고 상호군수지원협정도 체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의 북한 무기 입수 거의 확실”…북한 무기 큰 도움은 안 돼

<기자> 한편,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 거래 의혹에 북한은 강하게 부인했지만, 미국은 거래가 이뤄졌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 동향은 어떻게 파악하고 계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 제가 최근 일본 정부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러시아군이 북한 포탄을 입수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이 너무 적고 러시아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러시아에 직접 수출하는 게 아니고 아프리카 같은 제3국을 거쳐 러시아가 입수했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진짜 러시아를 지원하는 목적이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른 것 같습니다. 저는 북한이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지금 중국이 북한의 운명을 결정할 정도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아직 제7차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은 배경에는 중국의 강한 경고가 있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경제 교류는 유지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지 않고 있고 무기 지원도 안 하고 있습니다. 아마 북한은 그러한 중국의 전략에 호흡을 맞추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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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구치현 소재 미군 이와쿠니 기지에 일장기와 성조기가 게양돼 있다. /연합

<기자> 마지막으로 10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간략히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 우크라이나 사태는 북한의 전략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과 대립한 결과,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기능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와 대만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습니다. 북한이 올해 6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이러한 전략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고요.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드론이나 사이버 공격의 중요성이 부각됐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사실을 중요한 교훈으로 배우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럽이 구할 수 없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받을 수 있다고 추정되지만, 세계적인 경제 혼란의 영향은 북한에도 미칠 거라고 예상합니다. 따라서 자연재해나 신종 코로나비루스,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이미 악화하고 있는 북한 경제는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자>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기자 박수영,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