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유엔 와도 미북 접촉 가능성 낮아”
2024.09.04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달 27일 한국 국방부 차관이 국회에서 유사시 한일 간에 탄약 등 군수 물자를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즉 ‘악사’ 체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가, 이후 "검토한 적이 없다"면서 발언을 정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오늘날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악사’(ACSA)체결을 통한 한일군사협력이 갖는 의미와 필요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원래 일본과 한국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즉 지소미아(GSOMIA)와 ‘악사’를 동시에 체결하려고 노력한 바 있습니다. 지소미아는 2012년 6월에 체결하려다 한국 측 사정으로 취소됐고, 동시에 ‘악사’ 체결을 위한 협상도 중단됐습니다. 그 후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는 체결했지만, ‘악사’ 체결 협상은 중단된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원래 두 나라가 안전보장 협력을 추진할 때는 먼저 신뢰구축을 위해 지소미아 같은 협정을 먼저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후 ‘악사’를 체결하면서 군수 물자의 상호 지원을 추진하고, 마지막에는 ‘자유왕래협정’(RAA)을 체결해 군대 간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그 과정에서 각국의 외교와 국방을 담당하는 장관들이 회의를 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일제강점기의 기억이 남아 있어 일본 자위대가 한국을 자유롭게 방문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일 간 ‘자유왕래협정’의 체결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그래도 ‘악사’는 한일 양국에 필수적인 협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을 봐도 그 필요성은 명백합니다. 한국은 면적이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이 한국을 공격할 경우 탄약 생산 기지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 관계이지만, 미국이 지리적으로 멀리 있기 때문에 군수 물자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항공기를 피신시킬 장소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원이 가능한 나라는 가치관이 비슷하고 미국과 동맹 관계인 일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일본과 ‘악사’ 체결을 거부하면 전쟁 대비 능력이 크게 저하될 것이며, 이를 기뻐할 곳은 북한, 중국, 러시아뿐입니다. 이번 주 한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비상 시 협력할 협정을 맺을 가능성이 높고, ‘악사’ 체결도 추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에서 ‘악사’ 체결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공개 석상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일 군사 협력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은 민감한데요. 일본은 이미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프랑스, 인도와 ‘악사’를 체결한 바 있고, 올해 초에는 독일과도 협정을 맺었습니다. 한일 간 ‘악사’ 체결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과 일본 내 여론은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일본은 유럽, 호주, 인도 등 여러 나라와 ‘악사’ 체결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처럼 탄약과 무기를 상호 지원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악사’를 체결했다고 해서 바로 무기나 탄약 지원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일본이 탄약이나 무기를 요청해도 여유가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일본은 방위 장비의 수출 원칙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분쟁 지역에는 무기를 수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에도 방탄복이나 헬멧 등만 제공했지, 무기나 탄약은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여러 유럽 국가들과 ‘악사’를 체결하더라도 실제로 무기와 장비를 제공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협정의 의미는 억지력 강화와 안보 협력에 더 중점을 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현재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안보 문제에 크게 신경을 쓰고 있으며, 일본은 중국을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본보다 경제와 방위 사업의 생산능력이 크기 때문에, 일본은 동맹국들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한일 간 ‘악사’ 협정 체결은 일본의 안보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기자] 한편, 한일 간 ‘악사’ 체결에 반대하는 의견 중에는 오히려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평화적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심화시켜 역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러한 주장이 있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먼저 억지력과 신뢰구축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력은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여 분쟁을 억제하는 개념입니다. 상대방이 분쟁을 일으킬 경우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 분쟁을 막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과 북한은 동북아시아에서 군사력을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북한은 이미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35년까지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일이 협력하지 않으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이 무너질 것이며, 그로 인해 분쟁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또한, 여기서 억지력 강화에 따른 전쟁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군비관리가 필요합니다. 군사력을 확대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군사 정보를 공유해 신뢰를 구축하고 불필요한 긴장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러시아, 중국, 북한이 그러한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남북 군사합의, 1991년의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1994년의 미북 제네바 합의, 2005년의 6자회담 공동선언 등 여러 약속을 파기해 왔습니다. 따라서 한미일 협력이 동북아시아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다는 주장은 북한, 중국, 러시아의 전투적인 선전을 그대로 믿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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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대화 가능성, 2026년이 가장 커”“북, 최선희 외무상 유엔총회 파견 조율 중”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유엔 총회 참석이 6년 만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 외무상이 실제로 유엔 총회 일반토의에 참석하게 된다면, 미국과 비공식 접촉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또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이 달성하고자 하는 외교적 목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최선희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습니다. 현 시점에서 북한은 대사급 인물이 출석할 것이라고 통보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과거 유엔 총회에 외무상을 파견할 때, 대미 협상에 관심을 가졌던 시기였습니다. 예를 들어, 리용호 전 외무상은 2017년과 2018년에 유엔 총회에 참석했는데, 이는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서두르던 시기였고, 같은 해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미북 정상회담도 있었고, 미국과 협상이 계속되던 시점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미국과 협상에 대한 관심을 잃었습니다. 그래서 2019년 이후로는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북한은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미국과의 협상 의지는 없고, 내년 말까지 국방 개혁 5개년 계획을 추진할 예정으로 보입니다.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이 집중할 것은 러시아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과 비공식 접촉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북한이 새로운 외교 전략을 세웠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북한이 직면한 상황에서는 최선희 외무상을 유엔 총회에 파견할 마땅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이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김정은 혁명사상’에 대한 학습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김정은 혁명사상’은 권력 유지에 초조함을 느낀 김정은과 그의 측근들이 만들어낸 충성 경쟁의 산물로 보인다고 하셨는데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이를 전파하려는 의도와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김정은 혁명사상은 수년 전부터 북한 매체에서 언급되기 시작했고, 올해 4월에는 주체사상 국제토론회에서도 다뤄졌습니다. 당시 조선사회과학자협회측 실장이 ‘김정은 혁명사상에 대해서’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했습니다. 제가 그 강의록을 입수했는데요. 그 기록에 따르면 김정은 혁명사상은 '위민헌신'을 핵심으로 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라고 강조합니다.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통제하기 위한 사상과 이론, 방법을 체계화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실질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의 제일주의라고 할 수 있는 사상입니다. 예를 들어 강의록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는 당과 나라의 활동에서 반제국 자주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에 대결 자세를 취하지 않으면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강의록에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는 사회주의 정권의 당과 나라가 정치 활동 우선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강의록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평양에 새로운 주택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과 팔레스타인이나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태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는 강력한 핵무력이 있기 때문에 조선인민은 수십 년간 전쟁도 모르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현실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혁명사상이 밝힌 지도 방법은 당중앙의 유일적 지도체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확립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정은의 우상화를 추진하면서 독재를 강화하려는 의미입니다. 최근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 혁명사상 강습회를 열고 이를 전파하려는 것은, 북한이 김정은 독재 체제 유지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으로 북한 주민을 납득시키거나 감동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