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하면서 북러 간 군사∙경제 교류와 협력이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새해에도 북한 두만강역과 나진항에서 양국 간 물자 교류가 이뤄지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본 결과 북러 간 유일한 육상 통로인 두만강역에는 새해 들어 화물과 열차의 수량, 위치 등이 계속 바뀌는 것이 식별됐으며, 나진항에는 지난 1월 8일 러시아 국적의 ‘앙가라’호와 ‘마리아’호로 추정되는 선박이 입항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따라 양국 간에 열차와 선박을 이용한 군사∙경제 교류는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러 관계의 강화 속에 북한 두만강역과 나진항에서 양국 간 물류 거래로 의심되는 화물열차와 선박의 활동이 계속 포착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무기 거래의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어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두만강역에서 화물과 열차 움직임 활발
- 정성학 연구위원님.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16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했습니다. 이날 회담에서 '북러 협력이 긴밀히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새해 들어서도 북한 두만강역에서 양국 간 물자 교류가 활발한 정황이 포착됐네요?
[정성학] 네. 북한과 중국, 러시아 세 나라의 접경지역에 있는 북한 두만강역은 러시아 하산역에서 불과 5km 떨어져 있습니다. 두 역 사이의 철길은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유일한 육상 교통로인데요. 2024년 새해에도 두만강역 차량기지에서 화물의 위치와 수량이 매일 바뀌고, 열차의 움직임도 확인됐습니다. 북러 간 물자 교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 중에서 지난 1월 7일과 9일, 11일과 13일의 두만강역 차량 기지 모습을 비교∙분석해 봤습니다.
- 그럼 , 구체적으로 촬영한 날짜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볼까요?
[정성학] 네. 우선 두만강역 차량기지에 다수의 컨테이너와 화물이 적재돼 있고, 그 위치와 수량이 계속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지난 1월 7일 위성사진에는 대형 창고 주변에 흰색과 파란색 컨테이너 60여 개가 놓여 있습니다. 그런데 9일과 11일, 13일에는 흰색 화물의 수량이 줄고, 위치도 계속 바뀌었습니다. 또 열차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었는데, 1월 7일에는 열차 2대가 식별된 데 이어, 9일에는 3대, 11일에는 4대로 늘었고, 13일에는 다시 3대가 확인됐습니다. 화물을 적재한 열차가 두만강역 차량기지에 계속 드나드는 것으로 풀이되고요. 이처럼 화물과 열차의 수량, 위치가 계속 바뀌는 것을 볼 때 열차를 이용한 화물 운송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북한 나진항에는 러시아 국적 선박 입항도
- 또 북한 나진항에도 새해 들어 러시아 선박이 드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요 ?
[정성학] 북한 나진항에 대해서도 지난 1월 5일과 8일, 9일 13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봤습니다. 그중 1월 8일에 두 척의 배가 나진항에 입항한 것이 식별됐는데, 러시아 선박인 ‘앙가라’ (ANGARA)호와 ‘마리아’ (MARIA)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선박은 이미 미국 백악관과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 (RUSI) 등을 통해 북한 나진항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위성사진이 공개된 바 있는데요. 이번이 포착된 선박과 유사합니다. 2번 부두에 정박한 ‘앙가라’호는 화물을 싣고 출항 대기 중인 것으로 판단되고, ‘마리아’호는 1번 부두에 입항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두 선박은 다음날인 1월 9일에는 식별되지 않았습니다.
'앙가라'호는 지난해 10월 미국 백악관이 북러 간 무기 거래에 사용된 것으로 지목한 선박 중 하나인데요. 지난해 12월 25일에도 '앙가라'호가 나진항에서 화물을 내리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또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러시아 선박인 '마리아'호가 지난해 10월 나진항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뒤 러시아 두나이항에 내려놓았다며 탄약 등 무기를 실어 나른 것으로 의심한 바 있습니다. 그 후에도 북한 나진항에 '앙가라'호와 '마리아'호가 계속 드나드는 정황이 포착됐고, 이와 관련해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나진항에서의 무기 이전은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잇는 철도 교통을 보충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새해에도 북러 간에 육로뿐 아니라 해상에서도 무기를 비롯한 물자 교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이미 북한과 러시아 간에 물자뿐 아니라 관광객을 비롯한 인적 교류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습니까 . 앞으로 육로와 해상을 이용한 움직임도 활발해지지 않겠습니까?
[정성학] 앞서 말씀드린 대로 북한 두만강역과 나진항에서 불법 거래로 의심되는 화물열차와 선박의 활동이 새해에도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화물의 내용물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미 무기 거래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어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러 관계는 더 밀착하고 있고, 최근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따라 양국 간 군사∙경제 교류와 협력은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오는 2월에는 러시아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앞으로 인적교류도 확대될 가능성이 큰데요. 그만큼 비행기와 여객선의 운항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러 간에 무기를 비롯한 의심 물자의 교류 움직임도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네 . 오늘은 새해에도 북한 두만강역과 나진항에서 계속되고 있는 북러 간 불법 물자 교류 정황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