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김정은이 자랑한 ‘물놀이장’, 주민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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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많이 건축한 시설 중 하나가 물놀이장입니다. 이중 평양에 있는 문수물놀이장이 대표적인데요. 유난히 더운 올여름, 7~8월 성수기임에도 물놀이장 이용객이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예 이용객이 없거나 문을 닫은 물놀이장도 있는데요.

3년 넘게 외국인 관광객이 찾지 않은 가운데 북한 주민 중에도 물놀이장을 이용할 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휴양지 운영을 재개하거나 휴양을 권하고 있지만,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하는데요.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을 들여 물놀이장을 건설했지만, 이마저도 돈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됐다는 지적입니다.

이 밖에도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전용 별장 앞에는 다수의 호화 유람선과 요트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8천 명 수용 규모 문수 물놀이장에 불과 수십 명

  • 정성학 연구위원님 . 김정은 정권의 주요 건설사업 중 하나가 바로 물놀이장이었는데요. 애민정신을 내세워 평양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물놀이장을 지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평양의 문수 물놀이장인데요. 최근의 동향을 분석해 보셨죠?

[정성학] 네. 문수 물놀이장은 미림승마구락부, 마식령 스키장과 함께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주요 성과로 내세우는 시설물 중 하나입니다. 특히 올해 한반도의 7~8월은 연일 폭염으로 시달렸는데요. 북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주요 물놀이장의 현황은 어떤지, 이용객은 많은지 등 운영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또 문수 물놀이장 외에 평양 만경대구역과 능라도에 있는 물놀이장도 위성사진으로 분석해 봤는데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용객이 많지 않고, 아예 물이 없는 곳도 식별됐습니다.

  • 여름철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물놀이장 아니겠습니까 . 그렇다면 북한의 대표적인 문수 물놀이장의 현황은 어떤지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정성학] 문수 물놀이장은 평양시 대동강구역 청류 3동에 위치하고, 6월부터 9월 말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놀이장 안에 실물 크기의 김정일 동상이 있다고 하는데,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 말에 따르면 동상에 절을 하고 입장하게 돼 있으며,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합니다. 물놀이장의 주요 시설로는 워터슬라이드(미끄럼틀), 인공폭포, 파도식 수영장 등이 있는데, 지난 6월 23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수십 명 정도의 사람이 식별됐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밝힌 하루 수용인원 8천 명에 비하면 이용객이 턱없이 적은 편이죠.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 7월 27일에는 더 많은 인원이 물놀이장에서 식별됐는데, 마침 이날은 북한의 전승절 기념일이지 않았습니까. 이날을 맞아 평양을 방문한 대표단이 많았는데요. 이와도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여름철 폭염을 피해 물놀이를 즐기는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의 여름철 물놀이장 풍경과 비교하면, 문수 물놀이장의 이용객은 매우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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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만경대 물놀이장에는 7월 성수기임에도 이용객은 식별되지 않고, 물이 담겨 있는지조차 불분명해 보인다. / Planet Labs (해상도 50cm), 이미지 제작 - 정성학

문 닫거나 소수만 이용하는 물놀이장

  • 평양에는 만수 물놀이장 외에 다른 물놀이장도 있지 않습니까 . 다른 곳의 이용 실태는 어떻습니까?

[정성학] 평양시 만경대구역의 놀이동산 안에 만경대 물놀이장이 있습니다. 이곳은 경제난과 전력 부족에 따른 관리 부실로 오랫동안 방치됐는데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에 들어갔고, 2012년 10월 9일에 새로 준공했습니다. 지난 7월 21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여름 성수기임에도 물놀이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잘 식별되지 않습니다. 또 대동강 능라도에 있는 물놀이장도 살펴봤는데요. 개장 전인 지난 4월에는 물도 채워지지 않은 모습이지만, 7월 말에는 소수의 이용객이 검은 점으로 희미하게 식별됩니다. 이곳의 이용객도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또 김정은 정권 들어 황해남도 해주시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형 물놀이장이 건설됐는데요. 지금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거든요. 다른 지방의 물놀이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앞서 이야기했지만 , 북한에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전국에 걸쳐 물놀이장 건설 붐이 불었습니다. 애민 정치의 하나로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결국, 외국인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최근 실제 이용 실태를 보면 모든 일반 주민이 물놀이장을 찾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정성학] 맞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주요 치적 중 하나로 평가받는 문수 물놀이장은 다른 물놀이장에 비해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 있고, 공들여 꾸몄다는 흔적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7월 말 폭염과 여름철 성수기임에도 이용객이 기대한 만큼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요. 다른 물놀이장도 소수의 이용객이 식별되거나, 아예 개장을 안 한 듯한 곳도 있습니다. 물놀이장이 처음 생겼을 때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이용했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전혀 없지 않습니까. 최근 물놀이장 이용객이 적은 것은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일반 주민이 물놀이장을 이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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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시 대동강 능라도에 있는 물놀이장 모습. 개장 전인 4월과 비교해 7월 말 성수기에는 소수 이용객이 식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 구글어스, Planet Labs (해상도 50cm), 이미지 – 정성학
  • 최근 자유아시아방송 (RFA)에서도 보도했는데요. 북한의 일부 공장과 기업소에서 노동자를 선발해 휴양소에 보내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북한 주민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휴양을 거부한다고 합니다. 또 코로나 기간 중단됐던 양덕 온천휴양지도 영업을 재개했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 주민은 가고 싶어도 못 간다고 하거든요.

[정성학] 물놀이장 건설 붐이 불 때부터 북한 주민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싼 입장료 때문에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겠다는 북한 당국의 의도로 풀이됐고, 실제로 북한 관광을 주선하는 해외 여행사들도 문수 물놀이장 체험을 관광 상품에 포함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상황이고요. 문수 물놀이장 입장료가 성인 기준으로 북한 돈 2만 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 주민이 몇 달 치 월급을 모아야 갈 수 있는 금액이니까 이용하기가 쉽지 않죠. 결국, 전국에 걸쳐 막대한 자원과 노동력을 들여 물놀이장을 건설했지만, 지금은 돈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 이용하거나 아예 운영을 안 하는 반쪽짜리 물놀이장으로 전락했습니다. 또 물과 전력 등을 고려하면, 전국의 물놀이장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또 주민들을 위해 지었다는 평양 외곽의 ‘미림승마구락부’도 입장료와 승마 요금이 비쌀 뿐만 아니라 모든 결제 수단이 외화로 한정돼 있어 결국, 외화벌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식령 스키장도 김정은 정권이 요란하게 선전했지만, 지금은 관리비만 날리는 애물단지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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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강원도 원산에 있는 김정은 총비서 전용 별장의 오찬장 앞에는 60m 유람선이 대기하고 있고, 선박 수리 도크에는 80m 유람선과 다수의 호화 요트가 정박해 있다. / Planet Labs (해상도 0.5m), 이미지 – 정성학
  • 이런 가운데 강원도 원산에 있는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별장에는 여전히 대형 유람선과 호화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네요 .

[정성학] 네. 지난 7월 1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별장 앞에는 60m 길이의 유람선이 정박 중인데요. 애초 이 유람선의 지붕이 흰색이었는데, 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김 총비서나 김씨 일가 등 누군가가 이용하기 위해 유람선이 대기하는 것으로 판단되고요. 원산별장에서 동남쪽으로 4.8km 떨어진 거리에 유람선과 호화요트 등을 정비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도 80m 길이의 대형유람선이 정박해 있는데요. 이 유람선에는 4개의 바퀴(4-wheeled)로 구성된 미끄럼틀이 있고요. 선상에는 50m 길이의 수영장도 갖추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전용 유람선은 총 4척인데, 나머지 50m와 55m짜리 두 척이 더 있습니다. 또 다수의 호화 요트도 정박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여전히 김 총비서가 호화 요트를 애용하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사진입니다.

  • . 오늘은 여름철 북한 물놀이장의 이용 실태와 김정은 북한 총비서의 호화 요트 등을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