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에도 겨울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 민간 스키장이 4곳 있습니다. 강원도와 양강도, 자강도에 스키장이 조성돼 있는데요, 사실상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외화벌이용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대유행과 대북제재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수년째 끊기면서 막대한 노동력과 자금을 들여 만든 스키장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관리비만 들어가는 애물단지가 된 건데요.
강원도 원산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승마장도 눈길을 끕니다. 2019년에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과 활주로를 철거하고 만든 이 승마장은 전용 기차역에서 내리면 바로 이용할 수 있고, 야간에도 승마를 즐길 수 있도록 33개의 조명시설도 설치돼 있습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 정성학 부소장님. 안녕하십니까? 겨울철 스포츠 중에 스키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북한에도 스키장이 여러 개 있다면서요? 오늘은 위성사진으로 북한의 스키장을 살펴볼까요?
[정성학]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스키와 승마인데요. 어릴 적 스위스에서 유학할 때도 스키와 승마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김 총비서가 집권한 이후 북한 곳곳에 스키장을 건설했는데요. 북한에는 4곳에 민간 스키장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의 ‘마식령 스키장’, 양강도의 ‘베개봉 스키장’과 ‘북포태산 스키장’, 그리고 자강도에 있는 ‘자북산 스키장’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군사 훈련용 스키장도 10여 곳에 달하는데요. 대부분 양강도 삼지연에 산재해 있습니다.
- 북한의 대표적인 스키장이라고 하면 바로 '마식령 스키장' 아니겠습니까? 김정은 정권의 큰 성과 중 하나로 대대적인 홍보도 했던 스키장인데요. 요즘 스키장 이용객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성학] 2013년 12월 31일에 개장한 ‘마식령 스키장’은 강원도 원산시 법동군 작동리에 있는데요. 10년이 걸릴 공사를 10개월 만에 완공했다며 크게 자랑한 스키장입니다.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인 데니스 로드맨도 방문했고요. 일본의 프로레슬링 선수이자 정치인인 안토니오 이노키도 이곳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을 보면, 난이도에 따라 초급부터 전문가 코스까지 다양하고요. 헬기장과 호텔, 눈썰매장까지 갖춘 초호화 시설입니다. 그런데 한창 겨울철인 2020년 2월 29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코로나 대유행 탓에 이용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썰렁한데요. 최근까지도 코로나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운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적자가 예상됩니다.

- 수년간 이용객이 없으면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 다른 민간 스키장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양강도 삼지연에 있는 ‘베개봉 스키장’은 베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요. 2015년에 1월에 완공됐습니다. 690m 직선 코스와 1천550m 우회 코스로 구성돼 있고요. ‘북포태산 스키장’은 짧게는 500m에서 길게는 2천700m까지 6개의 다양한 코스로 조성됐습니다. 2018년 1월에 개장한 자강도 강계시의 ‘강계 스키장’은 500m 직선 코스로 하나가 있는데, 2022년 9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세 스키장 모두 특별한 움직임은 없어 보입니다. 이용객이 있어야 미리 스키장 개장을 준비할 텐데, 썰렁한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 그러고 보니 대부분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 후에 건설돼 개장한 스키장이군요 . 북한에 스키장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는데요. 군사용 스키장은 이보다 훨씬 많다면서요? 어떤 특징이 있습니까?
[정성학] 북한은 백두산 기슭 10여 곳에 군사 훈련용 스키장이 있습니다. 북한은 겨울철에 스키부대를 운용하는데요. 양강도 삼지연에 크고 작은 스키장이 여러 곳에 조성돼 있습니다. 구간 길이도 짧게는 5.7km에서 길게는 약 20km의 코스까지 있습니다. 2022년 9월 28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니 초가을임에도 백두산 정상 부근에 하얗게 눈이 내렸는데요. 이곳은 이르면 8월 한여름에도 눈이 온다고 합니다.

- 스키가 겨울철 스포츠이긴 하지만 ,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키장을 이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상 외화벌이용 시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만큼 여러 가지 논란도 있지 않았습니까?
[정성학] 우선 스키장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를 비롯한 북한 주민들의 강제 노동 논란이 있었습니다. ‘마식령 스키장’을 취재한 미국의 NBC방송은 현지 취재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인근 주민들이 장비 없이 맨손으로 제설 작업에 동원됐다’는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또 ‘베개봉 스키장’은 3만여 명을 동원해 건설했는데, 추운 날씨에 300여 명이 동상에 걸리고, 10여 명이 사망했다는 한국 자유북한방송의 보도도 있었습니다. 또 대북제재 위반에 관한 논란도 있었는데요, 처음 ‘마식령 스키장’을 소개할 때 시설의 우수성을 소개하기 위해서 한 대당 3만 7천 달러에 달하는 스웨덴제 제설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고급 사치품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있었는데요. 스웨덴 회사 측은 “북한에 물건을 판 적이 없는데, 어떻게 북한에 들어가게 됐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 한편 , 김정은 총비서의 별장이 있는 강원도 원산에는 김 총비서의 전용 승마장이 있다면서요? 승마장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정성학] 2022년 2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송도원역 옆에 가로 250m, 세로 108m 길이의 승마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면 바로 승마장으로 연결되고요. 부대시설도 잘 갖춰져 보입니다. 트랙 길이는 630m에 달하고요. 트랙을 따라 33개의 조명이 설치돼 있는 걸로 봐서 김 총비서가 밤에도 불을 밝히고 승마를 즐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 이 곳에는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이 있었는데요. 2019년 여름에 비행장과 활주로 시설을 철거하고, 승마장을 새로 지은 겁니다. 김 총비서가 스위스 유학 시절부터 취미로 승마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 북한에 4개의 민간 스키장이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으니 당분간 이 스키장들은 계속 방치될 수 밖에 없겠는데,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요?
[정성학] ‘마식령 스키장’의 경우 하루 이용료가 일반 주민의 아홉 달 치 월급에 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스키장 이용을 생각도 못 하고요.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외화벌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이 끊긴 지 3년이 다 되어 가고, 언제 북한 관광이 재개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스키장은 이용객 없이 시설 유지와 관리비만 들어가는 애물단지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으로 수년간 북중 국경이 봉쇄돼 기본 식량과 생필품이 부족해 많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에 아까운 돈만 낭비하는 겁니다. 또 원산의 승마장도 김정은 총비서를 비롯한 일부 특권층을 위한 시설인데요. 이것도 민생을 외면한 행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 네 . 오늘은 북한의 스키장 시설과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승마장을 통해 과연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짚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