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선전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북한의 모습에는 웅장함과 화려함만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북한의 참모습이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분 영상, 북한을 보다'시간에서 실제로 북한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오늘날 북한의 실상을 꼬집어봅니다.
- 장마당으로, 길거리로 돈벌이 위해 나선 어린이들
- 먹거리부터 땔감, 물, DVD까지
- 어른과 경쟁, 가격 흥정도 능수능란
- 고난의 행군 이후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도 여전
- 아이들까지 나서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빈곤'
- 근본적인 빈곤 해결되지 않으면 단속만으로 막을 수 없어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가 촬영한 1998년 10월, 강원도 원산시의 장마당 모습입니다.
각종 채소와 먹거리 등을 늘어놓고 장사하는 북한 주민 사이에 10대로 보이는 소녀 한 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장마당에서 무언가를 팔고 있는데요, 취재협조자가 "한 장에 얼마냐?"라고 물어보니 5원이라고 답합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앳되어 보이는 이 소녀에게 "공부는 안 하냐?"라고 묻자, "졸업했다"고 말하는데요, 자신의 처지가 민망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소녀는 이내 고개를 돌립니다.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어린이는 이 소녀뿐만이 아닙니다. 각종 양념을 파는 매대 앞에는 어린 소년 한 명이, 감자를 늘어놓은 좌판 앞에는 아직 10살도 되어 보이지 않는 남자아이가, 또 한 소년은 수레에 땔감을 싣고 나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상대하는 북한 어린이의 표정에는 가난 때문에 생활 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지만,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함과 어리둥절한 모습도 함께 묻어나옵니다.
이처럼 1990년대, 북한이 기근과 자연재해 등으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고난의 행군'시기에 북한의 장마당에는 어린이들도 돈을 벌기 위해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학교도 가지 못하고 직접 장마당에 나가 장사를 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부담해야 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2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북한 장마당에서 아이들의 모습은 사라졌을까요?
2013년 3월, 평안남도 평성시의 골목길. 사람들의 옷차림에서 여전히 겨울 추위가 느껴지는 어느 날, 한 소년이 바닥에 냉이 두 봉지를 내려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그거 냉이야?
[소년] 네.
- 그건 얼마야?
[소년] 1천 500원이에요.
소년은 아직 장사에 서툰 듯 호객행위도 하지 않고, 취재협력자의 질문에 부끄러운 듯 짧게 대답만 하고 시선을 회피합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담긴 CD알판, 즉 DVD를 파는 소년도 보입니다. 소년은 제목도 모른 채 한 장에 2천 원, 전부는 5천 원에 판다고 말하는데요, 손님과 흥정하는 것이 제법 익숙해 보입니다.
'고난의 행군' 시기가 지나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북한 전역의 장마당과 골목길에는 여전히 어린이들이 장사에 나서며 가정의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는데요,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지만, 90년대의 '고난의 행군'시기에 배급이 끊기고 현금 수입이 없어 못 살게 되면서 모든 사람이 장사를 위해 시장에 나갔습니다. 이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온 가족이 현금 수입에 나서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거죠. 90년대부터 2000년대 중․후반까지 어느 장마당에 가도 꽃제비는 물론, 시장에 나가 일하는 아이들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누가 공부를 포기하고 장사를 하고 싶겠습니까? 이것은 가정 형편 때문에, 또 돈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장사에 나서게 된 거죠. 이런 광경은 2015년에 현재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6월의 한 지방도시. 이곳에서도 어린 소녀가 혼자 장마당 인근에서 호박을 팔고 있습니다. 손님에게 팔 호박을 열심히 닦는 소녀에게 '학교는 안 가니?' 하고 물었습니다. 소녀는 '엄마가 아파서 학교에 못 갔다'고 답하는데요,
- 학교는 안 가니?
[소녀] 엄마가 앓아서...
- 엄마가 앓아서 학교에 못 갔어? 네.
2013년 9월, 함경남도의 한 철도역의 모습입니다. 철도역에 멈춰선 기차의 승객을 대상으로 물을 파는 어린이들이 보입니다. 한 소년이 '물을 떠 오겠다'며 호객행위를 하는데요,
[소년] 물 떠오겠습니다.
이 소년은 물을 파는 다른 상인들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가격 경쟁을 하기도 합니다. 다른 상인이 물값으로 2천 원을 받자 이 소년은 1천 원에 물을 떠 오겠다며 능숙한 모습으로 어른들과 신경전을 벌이는데요,
- 상인: 이거 2천 원만 내오.
- 소년: 난 1천 원에 떠오겠습니다.
또 상인이 물통값으로 500원을 요구하자, 200원밖에 안 된다며 핀잔을 주기도 합니다. 할머니뻘인 어른과 경쟁하는 소년의 모습이 당돌하기까지 한데요,
- 상인: 500원만 더 주면 좋겠는데, 통이 있어서 남는 게 없어 - 소년: 그거 200원인데 무슨. 내 재깍 길어오겠습니다.
이처럼 가장 최근까지도, 북한 어린이 중에는 생활고 탓에 학교에 가지 못하고 어릴 때부터 직접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 됐습니다.
물론 북한 당국에서도 어린이의 장사 행위를 단속합니다. 어린이가 학교에 가는 대신 장사하는 것이 보기 안 좋을 뿐 아니라, 해당 지역 관리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를 많이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shimaru Jiro] 지금 어린이가 장사하는 것도 많이 단속한다고 합니다. 단속조가 나가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꼬제비 수용소에 보내거나 부모님에게 책임을 물어 훈계도 하고, 말을 잘 듣지 않으면 단련대에 보낸다는 협박까지 합니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들까지 장사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할 수 없이 아이들을 시장에 보내는 것이잖아요? 이런 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어린 꼬제비를 단속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마당이나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어린이도 단속 대상입니다.
하지만 어린이들이 장사에 나선 이유는 빈곤이라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 때문인데요, 북한 당국에서는 현실적인 사정을 무시한 채 어린이의 장사를 단속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Ishimaru Jiro] 고난의 행군 시기에 비하면 시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많이 줄었지만, 최근에 촬영된 영상을 보면 지금도 어린이가 장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빈곤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에 충분한 현금수입이 있다면 어른이던, 어린이던 문제가 없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까 어린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돈 벌자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거예요.
국가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빈곤, 그 빈곤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당국의 단속에도 어린 아이들까지 길거리에 내보내야 하는 북한 주민.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좁힐 수 없는 차이에서 오늘도 집안을 살리려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북한의 어린이들은 학교가 아닌 장마당으로, 또 길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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