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현장을 가다]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 ① 새로운 가정을 찾은 아이들

중국-이진서 leej@rfa.org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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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호 시설에 있는 북한 아이들.
중국의 보호 시설에 있는 북한 아이들.
PHOTO courtesy of Han Kim
북한의 식량 사정이 최악의 상태에 달했던 1990년대 말. 북한 주민들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서 홀로 또는 가족을 동반하고 수십만 명이 야밤에 조-중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현재 대량 탈북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1997년부터 몇 년간 이어졌던 대규모 탈북에 따른 후유증은 더이상 방치해선 안 될 당면 과제가 됐습니다. 탈북자가 중국에서 낳은 아이들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중국내 북한 아이들은 무국적자로 호구가 없어서 교육과 의료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대로 돌보는 이가 없어 생존의 위협까지 받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는 북한 출신 아이들이 사는 곳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봅니다.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죽음의 상황을 벗어난 북한 아이들’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이진서 기자입니다.

중국 대륙 바람이 불어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12월 초. 냉기가 감도는 아파트의 거실에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녀 아이 7명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이들을 찾은 선교사 부부와 함께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푹 빠져 있는 놀이의 이름은 369. 자기 순서가 됐을 때 3짜나 6 또는 9짜 순서가 되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손벽만 쳐야 합니다. 처음 해보는 놀이라 마음먹은 대로 잘 안되는지 누군가 실수를 할 때마다 웃음소리가 그칠 줄 모릅니다.

초등학교 2학년에서 4학년까지. 나이는 9살부터 11살까지 또래 아이들이 모여 사는 이 집은 특별한 곳입니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의 엄마는 모두 북한 출신이며 강제북송 됐거나 아니면 아이를 버리고 어디론가 떠났습니다. 남한으로 갔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어 아이들 엄마의 행방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엄마라는 단어가 따뜻하고 아늑한 보금자리가 아닌 아픔입니다. 현재 아이들을 돌보는 조선족 이은혜(가명) 씨는 아이의 속마음을 엿볼 때마다 가슴이 찡해집니다.

이은혜: 처음에는 고모라고 했습니다. 고모 울고 싶습니다 라고 해서 왜 그러니 하니까 고모가 부르는 노래에서 어머니 보고 싶다는 말이 나와서 그럽니다 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그리우면 날 엄마라고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참을 울더란 말입니다. 그다음부터 아이가 날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또 언젠가 버스를 타고 오는 데 자기 엄마가 밉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다음에 엄마가 오면 받아 주겠는가 하고 물어보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더란 말입니다.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자 아동은 탈북 고아와 무국적 아동으로 나뉩니다.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탈북과정에서 고아가 된 경우와 탈북자 부부가 중국 땅에서 아이를 출산한 경우를 탈북고아라고 부릅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아이들이 대략 2천여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중국 현지의 탈북자 지원 활동가들이 파악하고 있는 중국에 숨어 사는 탈북자 수를 2만 명에서 3만 명으로 보고 그 수의 약 10퍼센트가 아동이라고 계산해서 나온 것입니다.

반면 무국적 아동의 수는 1만에서 많게는 2만여 명이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무국적 아동이란 탈북여성이 중국인 남성과 결혼을 했지만 아이의 호구가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지금 듣는 소리는 유치원생 쯤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어디론가 선생님의 인솔하에 줄지어 가는 소리입니다. 중국에서는 한 가정 한 아이를 낳는 정책 때문에 아이들이 귀하게 대접받고 있습니다. 학교가 끝나는 시간에는 부모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다리다 교문을 나서는 아이와 함께 집으로 가는 모습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구가 없는 탈북자 아동은 도시에 있는 학교에는 갈 수 없습니다. 받아주질 않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동이 유년기를 지나 조금 커서 호구를 신청하면 중국 당국에 내야 하는 벌금은 그만큼 많아집니다. 아이들 보모의 말에 따르면 4살 된 아이가 벌금을 내고 호구를 만들자면 중국 인민폐로 5천 원 정도 미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750달러가 있어야 합니다. 보통 중국 여성이 일하고 한 달에 받는 월급이 1천500원 정도라고 볼 때 5천 원은 결코 적은 돈은 아닙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현재 보호 시설에 있는 북한 아이들은 미국과 남한 등 외부의 지원으로 대부분 호구를 만들어 유치원 또는 조선족 학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보모와 어린이: 엄마 앞에서 짝짜궁 아빠 앞에서 짝짜궁 …다섯 살인데 유치원을 다니나요. 네 유치원은 다닙니다. 아침에 데려갈 때는 7시 조금 넘어갑니다. 너무 일찍 가면 선생님이 출근을 안 하니까 안 되고 출근 시간 맞춰서 가면 됩니다. 보통 아이들이 아침을 많이 먹는데 유치원에서 밥을 줍니다. 우리 아이들은 밥을 정말 많이 먹습니다.

한 달 유치원 비용은 인민폐 250원. 미국 돈으로 50달러가 못됩니다. 아이를 돌보는 보모에 따르면 아이가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8살부터는 밥값으로 인민폐 80원만 학교에 내면 되지만 책값과 용돈으로 적어도 한 명당 200원은 족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보호 시설에 사는 아이들은 대부분 한족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딱히 고아라고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곳에 오기 전까지 부모가 없는 아이처럼 생활했습니다. 아버지는 찢어지게 가난한 농부였거나 몸이 성하지 않고 약간 정신이 이상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올해 10살 된 연아(가명)는 그림 그리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연아는 엄마가 6살 때 공안에 잡혀갔지만 지금껏 아버지는 엄마가 돈 벌러 먼 곳에 갔다고 연아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아이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보모는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 연아가 울면서 자기는 엄마가 잡혀간 것을 안다고 말해 주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성격이 좋아서 학우들도 연아를 좋아합니다. 훨훨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이 아이는 유난히 신데렐라 동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엄마가 없어 힘들게 살지만 언젠가 백마를 탄 왕자님이 나타나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이야기가 왠지 자신의 희망처럼 느껴져서인지도 모릅니다. 연아를 방으로 불러서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봤습니다.

(기자와 연아): 한 반에 몇 명이에요 ?41명

공부 하는 데 어렵지는 않아요? 안 어렵습니다. 모르겠으면 선생님에게 물어봅니다.

어떤 과목이 좋아요? 영어, 수학, 한어, 어문...아니 미술이 제일 좋습니다.

요번에 그림 그려서 상 탔죠? 네, 아이들이 뛰어노는 그림 그려서 상 탔습니다. 즐겁고 행복하게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그렸습니다. 우리 매일 마음으로 즐겁고 행복하게 자라고 하는 것을 상상하고 그렸습니다.

그림 속에 풍선이 많은데 왜죠? 풍선은 하늘을 나니까요. 우리도 날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풍선을 그렸습니다.

슬픈 때는 어떤 그림을 그려요? 마음이 좋으라고 밝은 그림을 그려요.

연아의 그림은 슬플 때가 없는 거네요? 없습니다.

연아의 그림은 온통 보라색과 노란색 그리고 파란입니다. 그리고 하늘엔 고운 무지개도 걸려 있습니다.

책 많이 읽어요? 네, 신데렐라 책이 제일 좋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셨지만 신데렐라를 낳았고 하늘에 있는 어머니가 하늘에서 신데렐라를 사랑해 주니까 좋습니다.


겨울이 춥지만 눈사람도 만들고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는 날이 있어서 좋다고 말하는 연아.

이곳에 있는 아이 모두가 한족인 아버지와 살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북한의 국적이던 중국의 국적이던 떳떳하게 어느 나라 국민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연아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방문 틈으로 우리를 엿보고 있던 아이들은 호기심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새 아이들은 방에 들어와선 우리 주위를 에워싸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연아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중국 변방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RFA특별기획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 다음 시간에는 ‘내일을 꿈꾸며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들’ 편을 전해 드립니다. 중국 현지에서 이진서 기자의 보도였습니다.
하고 싶은 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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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사용

안녕하십니까?
이는 절대 방치해서는 안될 문제입니다.
북한어린이들의 아픔을 다 함께 아파하고 이를 도울수있는 대책준비를 해야 할듯합니다.
이런기사를 읽을수있게 해주신 이진서기자님 감사합니다. 다음 이음순서를 기다리겠습니다.

Dec 22, 2009 11:29 AM

익명사용

부모잃은 북한어린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미처몰랐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마음이 참 아픕니다.
엄마품에서 또 사회에 보호를 철처히받아야할 어린이들의 그 아픈상처를 받아줘야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대책문제를 세워 이 아이들이라도 나쁜아이들이 되여서도 또 피해를 봐서도 안됩니다.
이진서기자님 이런 사연을 알게해줘서 감사합니다.
다음 이음을 기다립니다.

Dec 22, 2009 11:25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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