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직 취업 성공한 탈북 여성 "공무원 된 게 꿈만 같아요"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남한도 일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사람들이 직장을 찾지 못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남한에서 인기 직종 중 하나인 공무원에 취업한 탈북 여성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09-06-2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경기도 안성의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여성이 타자 연습을 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의 탈북자 정착교육시설인 하나원에서 탈북여성이 타자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자 : (전화 소리) 감사합니다. 자치행정과입니다.


남한의 경기도 수원시 시청에서 탈북자 지원 업무를 보는 탈북 여성 권은진(가명) 씨의 목소리입니다. 보통 남한의 관공서에 전화하면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또렷하면서도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합니다. 공무원이 된 지 보름이 채 안 되는 권 씨도 선배 동료에게 배운 대로 전화를 받았지만 어쩐지 서툴러 보입니다. 권 씨는 아직도 자기가 남한에서 공무원이 됐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보입니다.

권은진: 한국 사람도 공무원 되기가 쉽지 않은데 탈북자인 제가 꿈을 꾸기도 전에 현실로 이뤄져서 감사하단 말을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남한의 노동연구원은 최근 20대와 30대의 취업이 특히 힘들며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 임시직이나 하루 일해서 일당을 받는 일용직으로 몰리는 현상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며 청년층의 취업난은 고령자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자리를 찾는 문제는 남한 사람보다 탈북자에게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한에선 직업을 갖는 데 필요한 조건이 좋은 출신 성분이나 배경이 아닙니다. 철저한 자유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사람이 우선 채용됩니다. 수원시에선 탈북자들이 남한 사람과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통해 취업하는 일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탈북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특별 채용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수원시 시청 자치행정과 소윤섭 씨입니다.

소윤섭: 저희가 북한이탈주민 사무소인 하나원에 의뢰를 해서 5배수 추천을 받아 채용했습니다. 자격은 우리 수원시 관내에 사는 탈북자로 나이제한은 없고 학력은 북한에서 고등중학교 졸업 이상으로 뽑았습니다.


현재 탈북자 출신 공무원은 하나원과 경기도 등 광역자치단체에는 있지만 기초자치단체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한의 행정 단위 구조를 잠깐 설명하자면 광역자치단체란 정부의 직할에 속하고 그 밑에 시, 군, 구의 기초자치단체를 두고 있습니다.

수원시는 관내에 사는 270여명의 탈북자 중 남한 생활을 한 지 6개월 이상 된 탈북자를 선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권 씨는 남한 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공무원으로 특별채용이 됐습니다. 권 씨는 남한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하나원에서 일하는 탈북자와 남한 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 탈북자가 와서 강의하는 모습에 반해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남한 직장 생활에서 필수로 알아야 하는 컴퓨터 사용 방법을 익히고자 노력합니다.

권은진: 컴퓨터도 사람 머리에서 나온 것이니까 못할 것이 없다고 봅니다. 모든 사람이 하고 있고요.

권 씨는 아직 컴퓨터 업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진 못한 상태입니다. 이제 겨우 학원을 등록하고 배우던 중에 시청으로부터 발령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권 씨가 시청에서 하는 일은 탈북자 정착지원 관련 업무입니다.

탈북자: 탈북자가 남한 생활하면서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을 때 필요한 상담을 해주는 일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이사를 하거나 결혼을 한다거나 이런 일이 있을 때 상담을 해주고 대책을 세워주고 그런 겁니다.

권 씨는 수원시 시청의 1년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9급 공무원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또 근무평가 결과에 따라서 앞으로 길게는 5년까지 재계약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권 씨가 수원시청에 공무원으로 채용이 된 데에는 탈북자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권 씨의 노력이 뒤따랐기에 가능했습니다.

탈북자: 저는 이곳에 오기 전 제 3국에 있을 때 한국에 대해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역사, 사회, 정치 등 관련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현실에 부딪히기 전에 책으로라도 많이 알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40일 정도 남한 입국을 기다리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일단 자본주의에 어떻게 대처해 살아가는가 하는 문제만 알면 되잖아요.

2년 전 탈북한 권 씨는 자기만 열심히 하면 보답을 받는 남한의 환경이 북한과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하는 일도 북한에선 모든 서류를 직접 손으로 써서 처리해야 했지만 남한에선 컴퓨터가 문서 작업을 대신해줘 업무 파악만 되면 북한에서 보다 훨씬 쉽게 일할 수 있겠다고 말합니다.
하고 싶은 말 (0)
Share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