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공산국가가 보는 북한정권]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대사

서울-이규상 leek@rfa.org
2009.12.21
czech_ambassador-305.jpg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대사.
사진제공-주한 체코 대사관
MC: 올해는 체코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민주주의가 들어선 지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주한 체코 대사관은 공산정권 종결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체코정보문화원에서 ‘1989 잊을 수 없는 가을’이란 제목으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요.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체코대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과거 암울했던 공산정권 시기와 공산정권의 몰락 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이규상 기자가 야로슬라브 올샤 주한 체코대사를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에 체코정보문화원을 열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올샤 대사: 체코정보문화원을 연 것은 지난 10월 말 이였는데요. 체코슬로바키아에 공산정권이 끝난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 열리고 있는 전시회와 기록영화 상영회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과 1989년 중앙유럽에서 공산체제가 붕괴 된지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 아직도 인권문제가 있는 지역에 대한 전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 전시되고 있는 주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올샤 대사: 이 전시회는 공산체제가 어떻게 들어서게 됐는지, 공산정권이 1940년대부터 1950년대 초반까지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을 구속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를 보면 한반도 상황과 얼마나 흡사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구속은 동유럽 사람들이 서유럽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공산정권은 국경에 담장을 쌓고 철조망을 세웠습니다. 이 전시회를 보면 지금 한반도의 38선을 그어놓은 이유와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전시회의 두 번째 파트는 공산주의의 몰락입니다. 전시된 사진들을 보면 20년 전 일어났던 체코의 민중봉기가 역사의 방향을 바꾸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38선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기자: 체코가 민주국가로 돌아선 이후 체코정부는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올샤 대사: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공산정권의 탄압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공산주의의 붕괴는 제 살아생전에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세상에 널리 알릴 필요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마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체코에서 공산정권이 무너진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버마에서는 자유선거를 통해 아웅산수치 여사가 지도자로 당선됐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웅산수치 여사는 권력을 잡지 못하고 갇혀 있는 신세입니다. 버마는 우리와 먼 나라이지만 체코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나라 중에 하나입니다. 바츠라프 하벨 대통령은 지난 1990년 아웅산수치 여사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바로 이런 인연이 체코가 버마에 관심을 갖게 된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버마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마뿐만 아니라 북한도 지켜봐야 할 나라 중에 하납니다. 언젠가는 북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 이유 때문에 지난 60년 동안 체코는 평양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짐바브웨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도 체코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 체코가 민주국가가 된지 이제 20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올샤 대사: 모든 부분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비교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죠. 20년전 체코슬로바키아는 초 빈국은 아니었지만 잘사는 나라라고 도 할 수 없었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중 체코는 전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지만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지금 체코의 경제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GDP는 남한과 거의 같은 수준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체코의 젊은 세대들은 공산주의의 탄압과 억압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우리가 겪은 고통을 토론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공산체제에서 민주주의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은 없습니까?

올샤 대사: 처음 2년간은 많은 고통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대다수는 경제적인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초기에는 경제가 좋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체코 국내는 물론 유럽전체에서 경제적인 변화가 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체코국민의 대다수는 이러한 고통을 이겨냈고 이러한 과도기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이해를 했습니다. 이러한 고통 뒤에는 커다란 혜택이 뒤따른 다는 것을 알게 됐죠. 아직까지도 과거 공산체제가 좋았다고 예기하는 사람들은 2%도 안 될 정도로 목소리를 잃고 있습니다.

기자: 체코국민들은 지난 1960년대 말에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하기위해 투쟁을 했는데 체코국민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까?

올샤 대사: 체코 사람들은 중세기 때부터 여행과 무역을 해오던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만 체코 사람들은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나라 안에 갇혀 살아야만 했습니다. 이것은 체코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억압 이였죠. 지금은 많은 체코사람들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주 이동의 자유가 체코인들이 즐기고 있는 가장 큰 자유 중에 하납니다. 또한 언론의 자유도 아주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납니다. 나이가 많은 체코국민들은 1920년대 체코에 언론에 자유가 있었고 많은 언론매체들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태어나 자라난 저도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는 아주 귀중한 것 이었습니다.

기자: 대사님께서는 젊은 시절을 공산주의 체제에서 보내셨는데 개인적으로 겪고 느끼는 공산주의는 어떠했는지 말씀해 주시죠.

올샤 대사: 체코에 변화가 일어났을 때 저는 25살 이었습니다. 저의 유년기와 청년기의 대부분을 공산체제에서 보낸 것이죠. 저도 자라면서 아주 심각하지는 않지만 여러 형태의 억압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예로 저는 2년 동안 대학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의 아버지가 1968년 학생운동을 주도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이 제가 1980년대에 대학에 들어갈 수 없는 이유였죠. 저희 아버지도 같은 경우였는데 할아버지께서는 지방도시의 정치인 이었는데. 반대세력으로 낙인찍혀 1950년대에는 투옥까지 당했습니다. 그 이유로 저희 아버지도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위험할 정도로 심각한 억압은 아니었지만 이런 일은 당초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일들입니다.

기자: 전시회에서 상영되고 있는 ‘웰컴 투 노스 코리아’라는 영화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이 기록영화에서 북한을 방문한 체코 관광객들은 북한의 현실을 보고 매우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들 관광객들도 공산체제에서 살아 봤을 것 같은데 북한의 공산체제를 보고 크게 놀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올샤 대사: 아주 좋게 표현을 하자면 북한은 공산주의 중 에서도 아주 다른 공산국가입니다. 공산권에서도 아주 희귀한 국가이죠. 저는 북한의 경우를 체코와 쿠바와의 관계와 많이 비교를 하는데요. 쿠바가 공산국가로 전환할 때 많은 체코인들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체코에는 수백여 권의 쿠바에 관한 책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죠. 북한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체코의 우방이기도 했지만 다른 공산권 국가들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체코 관광객의 반응은 이해가 갑니다. 공산국가로서 공통점도 있었지만 다른 점도 많았기 때문이죠. 한 예로 체코가 공산국가였을 당시 체코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또 마음대로 체코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누가 감시를 할 지라도 관광객들이 다니는 것을 막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관광객들은 이런 것들이 과거 체코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기자: 북한의 공산주의가 다른 공산주의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올샤 대사: 아주 다릅니다. 아주 다른 정권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공산주의를 받아들이게 된 역사적 배경과 국민들의 사상입니다. 1920년대 경제적으로도 부유하고 잘 나가던 체코슬로바키아 국민들에게 공산주의가 최선의 체제라고 납득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40여 년 간 공산체제 아래서도 많은 체코 국민들은 책과 영화 등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체코와 북한이 다른 점이죠. 북한은 일본으로부터 수십 년 동안 지배받고 외부와 오랫동안 단절되어 왔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공산주의가 우월하다고 쉽게 세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기자: 앞서 말씀하셨듯이 북한에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체코 대사관이 상주할 정도로 두 나라의 외교관계가 좋은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체코정부는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 서슴치 않고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두 나라의 갈등은 없습니까?

올샤 대사: 체코정부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입니다. 이와 동시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의 인도적 지원활동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북한 주민들이 최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북한도 언젠가는 체코처럼 공산체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올샤 대사: 어떤 나라든 변화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1989년 이전에 저에게 체코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한다면 아마 아니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변화를 계획한다면 변화는 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변화는 갑자기 올 수 있습니다. 그 변화가 좋던 나쁘던 말이죠. 그것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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