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취재: 탈북아동 문제 이대로 좋은가] ① 법 보호 못받고 음지서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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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지상낙원"이라고 북한 당국이 선전하지만 실제론 어린이들이 각종 군사훈련과 중노동에 동원되는 실태를 고발한 책 '왕이라 불리는 아이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09년 연말 특집으로 북한을 떠나 제3국에 사는 북한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중국과 남한 두 곳의 현지 취재를 통해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남겨진 북한 아이들의 문제와 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중국과 남한에 있는 인권 관계자 그리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알아봅니다. ‘탈북아동 문제 이대로 좋은가?’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제3국 탈북 아동의 실태’편을 전해 드립니다.

취재 보도에는 이진서 기잡니다.

(부모를 그리워 할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

중국에서 북한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의 말입니다. 중국에는 탈북자 부부의 아이 또는 중국인 아버지와 북한 여성이 출산한 아동이 수천 명에서 많게는 1만 명까지 있는 것으로 인권 단체 관계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들 아동의 가장 큰 문제는 호구가 없어 신분의 위협을 받을뿐 아니라 학교에 다닐 수가 없어서 현재는 물론 앞으로 더 큰 사회문제가 될 것으로 인권 관계자들은 우려하고 있는데요.

중국 현지에서 북한 아이들을 지원하는 김혜영(가명) 씨는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호구를 만든다 해도 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 즉 중국 당국이 탈북자의 아동 또는 무국적 아동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는 가가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김혜영:

그(호구) 내용을 보면 어머니의 상황이 없기 때문에 호구를 보면 누가 봐도 어머니가 북조선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회생활을 할 때 영향이 있다고 봅니다.

일단 아이들이 시골 농촌의 열악한 환경에서 도시의 보호시설로 거처를 옮겨 생활해도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주위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로로 합니다.


김혜영:

때때로 자기 속마음을 보이는 일이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잡혀갔을 때를 기억해서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쓰레기통을 뒤지고 손톱을 물어뜯고 이유없이 우는 아이도 있고 그런 면이 보통 아이에게서는 볼 수 없는 모습들입니다. 한순간 그런 면을 고칠 수는 없고 장기적으로 시간을 가지고 보살펴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비행기 이륙)

중국 당국에 발각되면 아동 보호시설이 폐쇄되고 아이들은 다시 자신이 살았던 농촌의 열악한 환경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극도로 신변안전 문제를 강조한 중국 현지의 인권 운동가들. 자신들은 벌금만 내고 추방의 형식으로 미국으로 가면 되지만 아이들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고 안타까움을 털어놓았습니다.

(비행기 착륙)

다음 목적지인 남한에 도착해서 찾은 곳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북한인권시민연합. 탈북 아동문제를 조사한 이영환 담당자를 만나 탈북 아동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제 3국의 아이들의 현실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영환:

우리가 성인의 문제 또 탈북 여성의 문제만 관심을 가졌는데 아이들의 고통은 당장 손을 써야 하는 시급한 사안입니다. 중국에 있는 80-90 퍼센트가 북한 여성들이고 이 여성들의 상당수가 인신매매 형태로 중국에 팔려가서 원하지 않는 결혼이나 임신으로 낳은 아이들입니다. 탈북여성도 피해자이고 아이들도 피해자입니다. 중국에서 태어났고 중국인 아빠를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의료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성인이 돼서도 취업도 합법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예상되느냐면 합법적 신분 증명이 아니기 때문에 제약된 상황에서 음성적인 일에 빠지기 쉽고 나중에 한국에 오더라도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는 겁니다. 중국 사회에서도 사회 문제가 되는데 탈북자를 모두 잡아서 북송시킬 수도 없기 때문에 잠재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탈북 청소년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이영환:

중국에 있는 탈북 아동의 수는 현장 조사를 통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충은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이나 한국 등 인권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탈북자 수를 3만에서 5만 명으로 잡고 있습니다. 그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80퍼센트 정도 됩니다. 이 중에서 최소만 잡더라도 2만 4천 명 정도가 되고 이 중에서 20대 30대가 한국에 들어오는데 입국 탈북여성의 절반만 잡아도 1만 명입니다. 이 여성들이 중국에 팔려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한국으로 가려고 준비를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빠져 중국에 나오고 있습니다. 한 1년 2년 중국에 살다 보면 출산을 하게 되고 그것에 근거하면 아이들의 숫자가 1만 명에 가깝게 되는 겁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또 다른 관계자의 말입니다.

이모 씨:

우리가 알고 있는 대도시에서는 아이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시골에서는 거의 방치 상태에 있고 특히 남자 아이는 할머니의 보호를 받지만 딸아이는 그렇지 못해 아이 보호가 시급한 상태라고 보고 있습니다.

제 3국에서 북한 아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남한의 인권단체는 국제 인권단체와 연대해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문제를 중국 당국에 바라고 있습니다.


이영환:

일단 교육 허용 문제가 합법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기본적으로 탈북자에 대해서는 강제북송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아동을 중국 당국이 추방 하면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사게 됩니다. 아동 문제는 국경도 없고 체제도 없고 이념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동들에 대한 교육이 제도권 내에서 이뤄진다는 말은 아이들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안입니다. 아이들이 중국말을 배우고 문화에 동화되면 이 아이들은 중국인으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지위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중국에서 10년 이상 산 사람이 나를 중국인으로 인정해달라고 중국 당국에 호소하거나 국제사회 또는 유엔에 국제사회에서 나의 국적을 판단해 달라고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중국 당국은 이것이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중국인이 되고자 한다면 그 권리를 부여하고 국제사회의 상식에 견주어 봐도 아이들은 물론 그 부모들도 중국에서 살도록 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봅니다. 중국에 있는 탈북아동의 문제를 풀 때 앞으로 많은 중국내 탈북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내가 만나 본 북한 아이들은 항상 웃고 있었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편하기 때문에 그랬을까? 아니면 웃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만남의 순간은 웃었습니다. 그런 웃음의 시간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남한 단체 관계자는 북한을 떠나 사는 아이들의 문제를 놓고 말미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냥 심각하다고 생각만 하지 말고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Mc:

RFA 특별기획 중국에서 서울로 날아간 이진서 기자가 제 3국에 있는 북한 아동 문제에 대해 관계자와 지원가들을 만나 얘기 나눴습니다. 내일은 탈북해 부모와 함께 남한에 정착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아동 보호시설에서 사는 탈북 청소년들 ‘남한의 그룹홈’편을 전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