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명 시대 특집②-꿈은 이뤄진다] 남한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10.09.07
MC: 꿈을 이뤘다. 성공했다 또는 성공한 사람이다는 말을 쉽게 정의 내릴 순 없습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돈과 권력 그리고 사회적 명성을 얻었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특별기획 ‘탈북자 2만 명 시대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꿈은 이뤄진다” 편에서 북한 출신으로 남한에 가 정착에 성공했다고 말하는 탈북자들은 과연 무엇을 두고 남한 정착에 성공했다고 하는지 또 성공한 탈북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은 어떤 것인지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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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새터민이 커피를 제조하는 `북카페 블리스&블레스(Bliss&Bless)' 1호점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남산동 청어람 빌딩 1층에 문을 열었다.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이 운영하는 1호점에는 바리스타(커피 전문가) 교육을 받은 새터민 4명이 근무한다. 사진은 북카페 외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진행에 이진서 기자입니다.

남한의 탈북자 사회교육 시설인 하나원이 생기고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요즘같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선 한 달만 지나도 새로운 건물이 보이기도 합니다. 탈북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남한에서 다시 대학교육을 받고 전문직종에서 일하는 탈북자의 수도 늘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많이 알려진 전문직 중 하나가 한의사입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성남이란 도시에는 ‘묘향산 한의원’이 있는데 이곳은 탈북자 한의학 박사가 9년째 의료 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28살의 나이에 남한에 간 박수현 씨는 북한에서도 군복무시절 1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청진 의과대학 한의학부를 다녔지만 남한에서 한의사가 되겠다며 다시 대학공부를 하겠다고 했을 땐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고 했습니다.

박수현: 내가 경희대를 간다고 하니까 아예 꿈을 꾸지 말라는 겁니다. 너 같은 애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 진짜 어렵고 설사 들어가도 공부는 못할 거다. 아마 몇 달 있다가 쫓겨나리라고 보는 사람마다 그렇게 얘길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어렵기는 어려운가 보다 그런 생각으로 굉장히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학교에 입학 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만 들었다면 오늘의 한의사 박수현 씨는 없었을 겁니다. 뜻한 바를 세웠기에 밤잠을 설치며 책을 봤고, 코피를 흘리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탈북 한의사로 박사 학위까지 딸 수 있었습니다.

박수현: 자기 마음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다 , 궁지에 몰려 있고 이것이 나락이라고 생각을 했을 때는 그것이 다른 시작점이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내가 정말 어렵다고 거기 주저앉아서 쓰러지기보다는 여기가 끝이니까 다른 세상이 열리는구나 하고, 지금 서 있는 것이 시작점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만 굳게 먹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일한다면 그 어떤 것도 해나갈 수 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남한에 간 탈북자들은 연령대에 따라서 나름의 목표를 세워 남한 사회 정착에 애쓰고 있습니다. 탈북 청소년은 정규학교 또는 탈북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참여가 가장 활발한 30대 이후 젊은 층은 한의사, 교수, 제빵 기술자, 용접공 등 전문직은 물론이고 다양한 직종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이들 탈북자의 남한 사회 정착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직업입니다.

김동준: 일단 꼭 취업해야 남한에 정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자리가 생겨서 취업에 열중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다른 부분까지 안정되는 것이니까요.

탈북자의 남한 정착을 돕는 민간단체인 북한이탈주민후원회 취업담당 김동준 씨는 탈북자가 일하는 직종은 남한 사람처럼 선택의 폭이 넓진 않지만 원하는 직종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습니다.

김동준: 사무직을 선호하긴 하지만 북한에서의 경력이나 남한에서의 취업 경쟁력 때문에 사무직에는 많이 취업은 못 하고 아무래도 제조업에 취업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호 업종이 남한분과 크게 틀리진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남한 사람도 3D업종 보다는 사무직을 선호하지 않습니까?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김 씨가 말하는 3D업종이란 지저분하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뜻합니다. 남한 노동부 중앙고용정보관리소에서 발행한 직업사전에는 남한의 직업 수가 1만 2천여 개로 나와 있습니다. 북한에도 다양한 직종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지만 남북한의 직업이 다른 점이 있습니다. 남한의 취업지원 전문회사 리쿠르트사 이정주 대표의 말입니다.

이정주: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 제발 일자리를 배정해달라는 요구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남한에선 배정은 하지 않고 자기 능력과 자질을 통찰해서 자기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남한 산업구조는 어떤가를 정확하게 알면서 내 능력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가는 작업인데 그런 것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교육을 통해서 개인능력을 개발하고 이런 것들이 사회에서 필요한 것인지 찾아주는 일을 해주고 있습니다.

많은 수의 탈북자가 북한에서의 직업을 살리지 못하고 남한에 가선 새로운 직종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함경남도 출신으로 의학전문학교에 다닌 탈북여성 김은영(가명) 씨는 남한에서 제과 제빵 자격증을 4개나 취득하고 빵과 과자를 만드는 전문가가 됐습니다.

김은영: 빵을 만들면서 그 매력에 푹 빠진 것이죠. 우리가 쌀 문화로 빵 문화를 잘 모르지만 세계적인 먹는 문화를 알자면 빵 문화를 알아야 한다면서 빵을 홍보하고 있어요. 제가 전공은 제과제빵을 했지만 지금은 경영학을 배우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직업을 못 구해서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꿈은 자기가 생각하면 생각한 대로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직업전문학교에서 탈북자에게 빵 만드는 기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지만 김 씨는 자신보다 나중에 남한을 찾은 탈북자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며 등대가 된다는 기분으로 열심히 살겠다고 했습니다.

남한 정부는 탈북자가 남한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습니다. 탈북자 정착지원 사업의 주무 부처는 통일부로 탈북자 교육훈련과 정착금 지원 사업으로 555억 원 그리고 행정지원 사업으로 63억 원 해서 지난해인 2009년 탈북자 정착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이 618억 원입니다. 미국 돈으로 하면 약 5천200만 달러입니다. 이는 통일부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액수입니다.

하지만 남한정부가 아무리 애써도 탈북 당사자가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 적극적으로 정착하겠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큰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남한에선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갓난아이와 같다고 말하는 탈북여성 이은혜 씨의 말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이 씨는 청진이 고향으로 북한에선 노동당원이었습니다.

이은혜:
나는 5년 동안 식당일 하면서 살았습니다. 아침 9시에 나가서 일하고 오면 밤 11시가 됐고 한 달에 세 번 쉬었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말할지 몰라도 여기 와서 한국 언니들과 일해보니까 배울 것이 많았습니다. 나도 북한에선 대학을 나왔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그런 생각들을 다 버려야죠.

부산에서 큰 배를 만드는 한진중공업 용접공으로 일하는 박무관 씨. 자신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말하는 박 씨에게서 북한 출신으로 남한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박무관: 꿈이 있는 사람은 그 무엇도 참아낼 수 있다. 제가 생각해 보면 탈북자들이 북한이나 중국에선 살자고 바동바동 거리면서 생활했거든요. 그런데 이 땅에 와선 누가 잡아가는 사람도 없지, 호구조사 신분증 검열하는 사람도 없지 하니까 해이해져서 전부 맥을 놓고 있습니다. 고기로 치면 맥 놓은 고기는, 힘이 없는 고기는 물살을 가르며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물살에 떠밀려 내려가 죽고 만다고요. 그런데 힘이 있고 팔팔한 고기는 물살을 가르며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는 폭포를 치고 올라간다고요. 올라가면 마지막엔 넓은 호수에 다다라서 자기 알을 낳고 요람을 꾸리더라고요. 저 역시 우리 북한 사람들은 맥 놓지 말라고 끝까지 폭포를 치고 올라가는 고기처럼 지금 현재까지 우리는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

남한에서 성공한 소위 말하는 꿈을 이룬 탈북자들은 남들이 말하는 기준에서의 성공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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