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2만명 시대 특집③] 희망의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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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달콤한 신혼기간이 지나면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갇히는 것, 가족에 얽매이는 굴레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어려움을 이겨낸 탈북 여성들이 사랑을 싹 틔워가며 자신만이 꿈꾸던 삶의 안식처를 가꾸고 있습니다. 이 안식처에서는 삶의 모든 고단함을 내려놓고 소리 높여 서로의 주장만을 내세우던 고집도 녹아듭니다. 탈북자 2만 명 시대 특집방송,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3번째로 탈북여성들의 결혼문제를 짚어보는 희망의 보금자리 편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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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사진-연합뉴스 제공)

은경: 저는 행복 하니까 어떻게 말로다, 못 하겠어요.

옥정: 저도 한국 사람과 결혼해 지금 잘살고 있거든요

영화: 우리처럼 나이 든 여인들에게는 제대로 된 한국남자가 없어요. 나도 좋은 남자 없나 기웃기웃 보기도 하지만...웃음 결혼은 정말 쉽지 않아요.

남한에 와서 결혼 혹은 재혼을 했거나 또 원하는 탈북 여성들의 얘기였는데요, 올해 40대, 가명의 이은경 씨는 북한에서 모든 사람에게 축복받으며 무지갯빛 꿈을 이루려던 때, 같은 동포인 중국의 조선족이 중국으로 팔아넘겼습니다. 이런 은경 씨가 탈북자들에게 일터를 주는 남한의 한 회사에서 그의 상사였던 지금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은경: 우리 회사의 부장님이 저를 많이 챙겨주었어요 도움도 많이 받고 하다가 이분하고 결혼하게 되었어요.

잠깐, 남편 되는 분과 얘기 나누어보죠.

cut: 첫눈에 반하셨나요?

---나이 들어 만나 반하고 그런 것 보다는 그 사람의 생활력이 강하더라고요.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도 강해요. 그래서 제가 프러포즈를 했어요.

프러포즈, 구혼은 어떻게 하셨어요?

---아 멋있게 했죠. 꽃 100송이 사가지고 말을 잘 못해 거시기한다고 했죠. 하하 (쑥스러운 웃음)

네, 꽃 백송이 들고 거시기 하자 ....

한국의 40대 남성들 사랑한다는 말 직접 대놓고 하기가 아직도 어려운가 봐요. 사랑이 거시기로 표현되었으니 뭐 서로 두 분이 뜻만 통하면 된 거죠.

음악: 결혼 행진곡.

결혼행진곡에 맞추어 남한 식으로 결혼 예식을 올렸습니다.

당시에 은경 씨의 신랑은 마음속으로 이런 고백을 했을 것 같아요. 나를 향해 다가오는 아름다운 당신의 모습은 고스란히 순수의 천사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현재의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사랑합니다. 어쩌면 아직은 내가 모르는 당신의 과거의 아픔과 약점까지도 나는 소중하게 사랑할 것입니다.

이은경 씨: 결혼식은 우리가 굉장히 잘했어요. 드레스를 입고 한국 실정에 맞게 우아하게 잘 했어요. 그 때 감정은 세상에 정말 부러운 것이 없어요.

은경 씨는 결혼해도 중국에 두고 온 딸이 늘 눈에 밟히고 명치끝에 걸려 있던 자기의 마음까지도 자상하게 챙겨주는 신랑에게 사랑은 물론 감동을 느끼는데요,

은경: 제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고 중국에 두고 온 제 아이를 데려오자고, 모든 사실을 얘기했지만 제가 감히 애를 데려다 달라고 말을 못했어요.

이렇게 보금자리를 꾸려 살다 보니 남남북녀 사이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문제가 터지기 시작합니다. 1년 반까지 이들 부부는 서로가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부부의 문제는 두 사람의 얘기 모두를 들어봐야 압니다.

우선 남편의 입장,

남편 : 끝까지 사람을 못 믿어요. 진심으로 해주어도 그것이 가장 문제였어요.

아내인 은경 씨의 얘기 들어봅니다.

아내: 남편이나 회사사람들이 정말 잘해 주었지만 잘해주는 반면 그에 대한 오해가 많았어요. 특히 사회주의에 대한 것을 깨지 못하고 계속 엇나갔어요. 우리 북한 여성들이 너무 고집이 세고 자기 생각과 자기의 주관만을 내세우기 때문에 깨우치지 못하는 거예요.

역시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이념이 또 생활과 언어, 문화 차이가 부부 사이에 신뢰를 주지 못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한국사회의 적응도 자꾸 늦어졌고요, 문제 해결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탈북여성들을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이은경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면 내 자존심을 버려야 겠다, 마음을 비우고 자존심을 버리고 사회주의 사상에 물들었던 것을 버리고 ...

한옥정 씨도 서로가 마음을 열고 이해하면 남남북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장담합니다.

옥정: 탈북자들도 욕심을 내려놓고 남한 사람도 서로 존중해 주고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렇게 되면 가정의 굴레가 신뢰와 사랑의 밧줄로 서로를 탄탄하게 묶어 준다고 탈북여성들의 인권과 교육을 담당하는 세계 사이버대학의 박윤숙 교수는 강조합니다.

박 교수: 결혼 이후에 확실히 아이를 낳고 한 가정들은 편안하죠. 남한남성과 결혼해서 잘 사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성격차이 여러 가지 문화적인 차이도 그렇고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탈북자중 여성이 76%라는 통계가 말해주듯 북한 남성이 적기 때문에 성비의 불균형으로 짝을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박윤숙 교수: 북한 남성들의 수가 많지 않은데 한족이나 조선족을 국제결혼 형식으로 데려와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

탈북자 2만 명 시대, 탈북 여성들의 결혼, 특히 재혼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이 입국하게 되면 그 양상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한국법률 상담소 곽배히 소장은 지적합니다. 북한 이탈 주민 보호법 제정 이후 탈북여성들의 이혼 소송이 늘어나자 2007년에 이혼 특례조항을 만들어 북한에 배우자를 둔 여성들도 남한에서 자유롭게 이혼 소송을 한다고 전합니다.

곽 소장: 가족관계 등록 상에 북한에 배우자를 둔 사람은 배우자가 남한에 거주하는지 불명확한 경우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조문에 되어 있죠. 바로 이 조문에 의해서 남한으로 나온 북한 이탈주민들이 가정법원에다 이혼소송을 청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4년도에 탈북여성들이 남한의 호적을 만들 때 북한의 배우자 때문에 남한에서의 재혼이 법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당시에도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된 이혼 소송이 200여 건이었지만 이중 처리가 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습니다. 이혼 특례 조항이 신설된 개정 법률이 통과되자 이혼 소송을 제기한 탈북자들의 수가 아직 정식으로 통계 나온 것은 없지만, 폭증한 것으로 곽 소장은 봅니다.

곽: 지난 2006년도에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된 수치를 보면 208건이었는데 이혼특례 규정이 신설 되고 나서 2007년 4월 말 까지 보면 420건이 접수되었다고 보고됐습니다. 2007년에 420건 이라고 했으니까 2008년 9년 10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이혼 신청건수가 늘었을 것이라는 것이 법원의 견해고 지금은 아마 천 건이 훨씬 넘었을 것 같아요.

이혼 특례법으로 탈북자들의 이혼 소송기간도 대폭 빨라졌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보통 이혼 소송기간이 6-8달 걸린다고 하는데요,

곽: 탈북자들의 경우는 상당히 기간을 단축해서 2-3개월 안에 정리를 해 주라고 되어있습니다.

박윤숙 교수는 이혼 특례 조항이 생긴 후 나중에 온 탈북남성들이 전 부인의 재혼을 문제 삼기도 해 여성들이 또다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합니다.

박 교수: 우리가 법적으로 공시송달을 하잖아요. 그런데 법원에서 북한의 주소까지 우리가 보낼 수 없으니 법원 내에 공시하지만, 나중에 온 북한의 배우자가 인정하지 못하겠다, 고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누군가 그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죠.

박 교수는 이어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몇 건 있었다며 이와 관련한 문제도 한국 가정 법률상담소에서 상담하고 있지만 아직은 서울 여의도 한 곳 뿐이라며 전국적으로 탈북자들이 사는 해당 지역에도 이런 상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한국 가정 법률상담소는 한국의 특별법으로 시행하고 있고 또 가정법원에서 이미 이혼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후에 남한으로 들어온 배우자가 전 부인의 재혼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곽 소장: 우리가 이런 특별법을 만들었고 가정법원에서 이미 이혼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내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 사항을 뒤집을 수는 없고 판결 받은 상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혀 그 부분에 있어서는 문제없습니다.

탈북여성들의 결혼, 재혼 문제는 남한사회에서 점점 일반화 되어가면서 이들의 짝을 찾아 주기 위해 탈북자들이 직접 경영하는 결혼 정보회사도 늘고 있습니다. 북한여성 결혼전문회사인 남남북녀 결혼 컨설팅 최영희 대표는 6년째 탈북여성들의 반쪽을 찾아 주고 있는데요,

CUT: 결혼하신 분들이 지금 426쌍 되어가고 있거든요. 자녀를 둘까지 낳은 분도 있고요.

이 400여 쌍 대부분이 한국남성과 결혼한 경우라는데요, 탈북 남성이 여성보다 수가 훨씬 적은 이유도 있지만 탈북 여성들은 북한 남성과 다른 면이 있는 한국남성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최 대표: 북한 남성들은 무뚝뚝한 경향이 있고 남한 남성들은 자상하고 여성을 배려해 주고 아껴주는 면이 있어 많이 좋아하시죠.

하지만 결혼 정보회사를 통해 만나는 배우자 보다 주변의 소개로 쉽게 만나면 아무래도 문제점이 많다며 탈북자들이 정말 미래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무엇보다 신중하라고 당부합니다.

남한에서의 결혼, 재혼으로 희망의 보금자리를 일구는 탈북 여성들은 이제는 제대로 된 인생을 설계하면서 사람다운 삶을 사는 길을 갈 때 자신 있게 동료나 주변의 탈북여성들에게 가정을 꾸리라고 적극 권합니다.

한옥정: 자꾸 권하고 싶어요. 한국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왜냐하면 정착이 빨라지거든요.

이은경: 내 소원이 있다면 통일이 되어서 제가 사는 이 모습도 우리 오빠 한 테,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

은경: 지금 늦둥이를 하나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잘 안 되네요.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요 하하하.

MC: RFA 기획특집 희망을 찾은 사람들 오늘은 3번째 시간으로 희망의 보금자리 편 이었습니다. 제작 진행에 이원희 기자였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탈북 청소년들의 남한 적응 문제를 현장취재로 다룬 탈북청소년들의 꿈과 희망 편을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