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들, 이산가족 다룬 다큐 제작 -하버드 대학원생 제이슨 안∙ 유진 정 등 7명

6.25 한국 전쟁이 일어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가족과 생이별하고 생사도 모른채 살아가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미국, 그 어느 쪽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머나먼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한인 이산가족들의 고통은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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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미국내 한인 이산가족들의 이야기를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한인 2세들이 다큐멘터리(기록 영화)를 제작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10대의 어린 나이로 잠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아들이 70세를 훌쩍 넘긴 백발의 노인으로 돌아와 90세 노모를 품에 안고 온몸으로 통곡하는 장면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텔레비전을 통해 보고 함께 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인 이산가족들의 슬픈 사연은 바쁜 이민 생활과 언어의 장벽때문에 혹은 개인적인 여러가지 사정으로 그동안 미국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미국 하버드 의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제이슨 안(Jason Ahn),(25) 군과 하버드 경영 대학원에서 MBA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는 유진 정(Eugene Chung),(25) 군을 주축으로 결성된 가칭 '헤어진 가족들'(Divided Families Film)의 영화 제작팀은 이러한 한인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더 늦기 전에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습니다.

이 영화제작을 처음 기획하고 감독을 맡고 있는 제이슨 안 군은 함경북도가 고향인 할머니가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을 꼭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자신의 할머니가 겪은 비극이 계속되지 않도록 한인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기록으로 남겨 세상에 알리고 싶어 영화제작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Jason Ahn : 할머니가 위암으로 병원에 계실 때 북한에 있는 여동생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할머니는 그 편지를 받고 북한을 방문해 여동생을 만나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일은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요. 그러나 할머니는 그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지요. 저희 가족은 할머니의 여동생에게 할머니의 장례식 사진을 답장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저의 가족사이지만 미국내 많은 한인들이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한인 2세로서 이산가족의 비극을 미국 사회에 알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기록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헤어진 가족들’은 남북의 분단으로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매와 생이별하고 머나먼 미국 땅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인 이산가족 1세들의 회견을 통해 조명한 그들의 삶의 대한 이야기로 구성해 약 2시간 분량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이 영화의 제작팀은 이미 원고정리를 끝내고 촬영장비도 마련했으며 이산가족을 섭외해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습니다.

‘헤어진 가족들’의 제작을 위해 이미 20여 명의 한인 2세들이 자원 봉사자로 나섰고, 촬영과 제작 기술을 담당하는 미국인 전문가들도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하자 적절한 보수가 따르지 않는 데도 기꺼이 동참했습니다.

프로듀서(영화 제작)를 맡고 있는 유진 정 군은 낮에는 일과 공부를, 밤에는 영화 제작에 매달리느라 지난 6개월 동안 3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습니다. 역시 이산가족인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둔 정 군은 미국내 10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고령의 한인 이산가족들이 오늘도 어디선가 세상을 떠났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영화 제작이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Eugene Chung: 이산가족은 한 순간에 발생했습니다.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어머니가 바로 다음 순간 사라진 이야기입니다. 저희가 회견한 어느 이산가족은 3일 후에 어머니와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3일은 60년이 넘도록 지켜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같은 순간을 영화에 담고 싶습니다. 동시에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나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소원을 손자인 제가 대신 이뤄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제이슨 안 군과 유진 정 군은 제작진을 모으는 일부터 영화를 구성하고 창작하는 모든 과정이 쉽지만은 않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전체 제작에 드는 약 20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하는 일은 어려운 한인 사회의 경제 상황 속에서 가장 힘든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어려움에도 이들의 영화제작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영화제작을 위해 이산가족들을 만나고 관련자료를 모으면서 이 일에 대한 믿음과 사명감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제이슨 안 군은 영화제작을 통해 이산가족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역사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됐다고 말합니다.

Jason Ahn :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저보다 앞선 세대와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이산가족 1 세대가 겪은 희생과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부터 50년 후에 아니 100년 후에 나의 자식들과 자손들이 미국에서 많은 혜택을 받으며 현재 자신의 위치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산가족이 발생한 역사의 순간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만약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과거의 그 순간은 영원히 잊혀질 것입니다.

‘헤어진 가족들’은 내년에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안 군과 정 군은 영화 제작을 모두 마친 후에 더 할일이 많다고 말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이산가족의 문제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홍보도 해야 하고, 나아가 미국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안 군과 유진 정 군은 이 영화가 이제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한인 이산가족 1세들이 살아 생전에 북한의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