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김정은 경제개혁 3년을 해부] (3) 활기 띠는 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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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김정은 정권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새로운 경제관리체계인 6.28 조치가 발표된 지 3년을 맞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에서 경제개혁이 어떻게 실시되고 있는지를 3차례에 걸쳐 특집으로 방송해 드립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활기 넘친 시장경제"편을 보내드립니다.

보도에 정영기자입니다.

꽉 막힌 외부 투자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내수 경기는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큰 도시에 고층 아파트가 일떠서고, 장마당 물가가 안정되어 굶어 죽는 사람이 없어졌다고 복수의 북한 주민들은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북한 경제가 숨통을 틀 수 있게 된 이면에는 일명 돈주라고 부르는 신흥부자들이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사회주의 계획경제 근간을 유지하면서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결과, 계획경제보다는 시장경제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의 시장경제는 크게 ▶장마당의 확대성장, ▶외화사용의 자유화, ▶민간자본의 부동산 투자, ▶특수기관의 민간자본 수용 등으로 요약되고 있습니다.

우선 장마당 개수가 늘어나고 현대적으로 단장되고 있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원산시 갈마 시장은 규모가 연건평 3천 800평 규모로, 100여동의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나무 지붕을 벗겨버리고 파란 지붕을 설치하는 등 현대화의 모습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위성지도로 북한을 관찰한 결과 북한 전역에 약 400개의 장마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한미연구소 커티스 멜(Curtis Melvi) 연구원은201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숫자라고 분석했습니다.

2010년에 북한 전역에 장마당 수는 약 200정도였지만, 2015년에 400개로 늘어난 것은 김정은 체제가 장마당을 통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려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안에서 쌀과 부식물, 각종 생필품은 모두 달러와 위안화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으로도 성장한 셈입니다.

평안북도 국경지방에서 연락이 된 평양 주민은 “조선에도 수백만 달러를 보유한 돈주들이 적지 않게 있다”면서 “돈주들은 대부분 당과 군대산하 외화벌이 기관에서 오랫동안 무역한 사람들과 장사해서 부를 모은 사람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재력가들은 일단 주택건설과 운송업, 식당업 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실례로 지난 4월 평양시 중구역 일대의 김정일 경호부대 건물이 어느 돈주에게 팔렸다는 소식입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구역 경흥동에 위치한 호위총국 건물은 약 60만달러에 모 기관에 팔렸고, 이 건물을 매입한 돈주는 살림집으로 개조해 되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무역업자도 “신의주에 건설중인 아파트도 전부 외화벌이 돈주들이 투자해 짓고 있다”면서 “건설이 끝나면 좋은 층수를 배정받아 팔아서 본전을 뽑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돈 주들이 이처럼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데는 김정은 제1 비서의 ‘교시’가 한 몫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제1비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출처를 따지지 말고, 투자하게 하되 이윤도 최대한 보장해주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돈주들이 돈주머니를 열어 침체된 주택 경기를 살리고 있다는 겁니다. 신의주와 남포시 등 큰 도시에서는 이미 주택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통일연구원 박형중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앞으로 5~10년 내에 사유재산을 공식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지금 아마 그런 과정이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거죠. 앞으로 5-10년 사이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사유재산 인정을 할거라고 생각이 되고요.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시장 경제 흐름에 끌려 가는 현상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국가기관이 재정에 쪼들리게 되면 국가 재산을 매각하는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책임제 조치가 취해지면서 땅에 투자하는 돈주도 늘고 있습니다. 함경남도 지방의 한 돈주는 작년에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지어 약 1만 달러 이상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돈주의 투자 영역은 교통과 여객 운수 사업에도 뻗치고 있습니다. 이미 평북도 신의주에서 평남도 신안주를 거쳐 함경북도 청진까지 가는 벌이버스 노선이 정해져 있고, 중간 휴게소도 생겼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약 2~4만 달러에 달하는 여객버스를 구입한 돈주들은 군부대 산하에 이름을 걸어놓고, 운전사를 고용해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이 버스들은 개인들의 물건도 날라다 주고 돈을 받는 이른바 ‘택배업’도 같이 겸하고 있습니다.

10톤 이상 화물트럭을 구입해 서비차를 운행하는 돈주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평양시에 교통량이 급격히 늘어난 원인도 이처럼 돈주들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돈주의 투자 영역은 이제 시장의 작은 울타리를 뛰어 넘어 국가급 건설분야와 여객 사업 등 주요 영역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북한에서 활성화 되고 있는 시장경제의 움직임과 관련해 북한 전문가들은 일단 경제 활성화에는 좋은 움직임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서 시장이라는 불을 끄지 못할 것이며, 앞으로 김정은과 권력을 가진 특수기관들끼리 재산 분할이 가속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형중 연구위원 : 가장 이윤이 나는 부분은 김정은이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 이윤이 나는 것은 특수기관이 차지할 것입니다. 전체 경제가 시장화는 되지만,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권력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에 부익부 빈익빈의 구조적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시장 단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원에서 가지치기 하듯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자들이 부를 쌓는 것을 거세하는 이른 바 ‘솎아내기 방법’을 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Bradley Babson) 전 세계은행 고문은 북한의 경제개혁 움직임은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 제가 생각하기에는 내각이 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개혁제도가 활발하지 않지만,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저는 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이 김정은 정권에 충성하는 세력에 대한 충성심 약화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시장화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뱁슨 고문은 지적했습니다.

스테판 헤거드(Stephan Haggard) 샌디에고 켈리포니아대 교수도 “북한이 시장에 대한 통제완화는 2보 전진 1보 퇴각의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스테판 헤거드 : 지금까지 김정은 정권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규모 시책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시장의 확장으로 체제 불안을 두려워한 나머지 화폐 개혁과 같은 충격 요법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현재의 시장경제 상황을 돌려세우기에는 너무도 멀리 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호랑이’ 이라는 시장경제 잔등에 올라탄 김정은 정권, 과연 호랑이를 길들여 민생을 안정시키고, 체제안정에 유리하게 이용할 지 아니면, 호랑이를 죽여 민생 경제의 싹을 자를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 기획보도, “김정은 경제개혁 3년을 해부한다”. 오늘은 제3편 마지막 순서로 “활기 넘친 시장경제”편을 보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보도와 제작에 정영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