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특집 휴먼다큐] “아빠, 사랑해요” (I love you, Father)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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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한국전쟁 고아 출신으로 북한 어린이를 돕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섰던 '한-슈나이더 국제어린이재단'의 고(故) 샘 한(Sam Han) 대표.
골수암 4기란 병마의 고통과 죽음의 그림자도 막지 못한 북한 어린이를 향한 그의 사랑과 헌신.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한 아들을 통해 살아 숨 쉬는 북한 고아를 향한 열정.

RFA 특집 휴먼다큐 "아빠! 사랑해요!", 두 번째 고백입니다.


[녹취: Sam Han] 참 기뻐요, 제가 하는 일이 너무 기뻐요. 정말 불쌍한 (북한) 아이들을 위해서 저 같은 사람이 매일 도울 수 있어서요. 오로지 제 건강보다 탈북 고아들이 빨리 미국에 와서 좋은 가정에 입양돼 나같이 사랑도 많이 받고 구원받는 것이 매일 저의 꿈입니다.

[Arthur Han]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계속 기도했어요. "하나님, 내가 여기서 뭐 해야 해요?" 매우 혼란스러웠어요. 하지만 아빠의 일을 이어가기로 했어요. 그것에서 내 삶의 목적과 비전을 봤어요. 북한 아이들을 도울 거예요. 이제 이것밖에 없어요. 내 직업, 내 삶은 북한 아이들을 돕는 것입니다.

- Rose Hill Cemetery

[Act] 여깁니다. 이곳에 할아버지가 계시고요, 아빠는 여기에 누워 계세요. "아빠 잘 있었어요? 여기 워싱턴 DC에서 아빠를 기억하는 정민 씨가 아빠를 보러 왔어요."

캘리포니아주 휘티어(Whittier) 시내에 자리 잡은 Rose Hill Cemetery. 고 아더 슈나이더 박사와 샘 한 대표가 영면해 있는 곳입니다. 아름답게 꾸며진 공원 속 길을 따라 차를 타고 올라가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묘지가 있습니다. 고 샘 한 대표는 자신을 입양하고 사랑으로 길러준 양아버지 곁에 나란히 묻혔습니다.

[Act] (기자: 좀 늦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시면서 아드님 하시는 일 계속 지켜봐 주세요.)

Arthur: 우리 기도하죠.

성공한 사업가였고 북한 고아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했지만 기자가 찾아간 샘 한 대표의 마지막 쉼터는 소박했습니다. 그의 묘비에는 평소 그가 강조했던 "To Live is to Love...To Love is to Live",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것이 삶이다"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물어봤습니다.

-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어요?)

[Arthur Han] 아빠 집에 갔는데 아버지가 말을 못했어요. 걷지도 못하고... 아버지와 마지막 말도 한마디 못했어요. 그래서 구급차를 불렀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셨죠.

결국, 샘 한 대표가 쓰러지기 전날인 6월 18일 '아버지의 날(Father's Day)'에 온 가족이 함께 저녁 식사를 한 것이 마지막 추억이 됐습니다. 골수암에 따른 뇌 감염이 의식을 잃은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더 한 이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슬픔 속에서도 놀라운 기적을 보았다고 말합니다. 샘 한 대표가 숨을 거두는 날 그토록 바라던 손자가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겁니다.

[Arthur Han] 아빠가 바랐던 두 가지 소원이 있었어요. 하나는 손자를 보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재단이 계속 운영되기를 원하셨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빠가 돌아가실 때에 아빠의 손자가 같은 병원에서 태어났어요.

마치 손자를 기다리며 마지막 힘을 다해 생명의 끈을 붙잡고 있었던 것처럼 샘 한 대표는 손자가 태어난 뒤 숨을 거뒀습니다.

[Arthur Han] 참으로 놀라운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조카를 볼 때마다 저는 아빠의 얼굴을 봅니다.

한국전쟁 고아였던 아버지를 사랑해 준 미국인 할아버지, 그리고 북한 고아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았던 아버지. 이제 두 사람이 실천했던 사랑과 헌신을 손자인, 그리고 아들인 자신이 대신하려 합니다.

- (지금 아빠에게 한마디 해 줄 수 있어요?)

[Arthur Han] 아빠, 나는 아빠가 북한 고아를 사랑하는 것 알았어요. 내가 아빠를 너무 사랑해서, 그리고 아빠를 자랑스러워해서, 아빠의 일을 계속해야 해요. 이제 나에게 이 아이들은 내 인생이고요, 소중해요. 아빠가 하늘나라에서 나를 볼 때 행복할 수 있게 일 열심히 하고 잘할 거예요. 아빠 너무 사랑하고요, 너무 보고 싶고요, 조금만 참으면 내가 곧 아빠 볼게요.

늘 화창하고 맑은 캘리포니아주의 하늘 아래 우리를 내리쬐는 햇살이 그날 따라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집니다.

[Act] Meeting and discussion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온 아더 한 이사는 다시 분주해졌습니다. 재단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조직도 새로 개편하고 홈페이지도 새 단장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곧 북한 고아에게 영양쌀도 보내야 하고, 미국인 가정이 탈북고아를 입양하도록 돕는 '탈북고아 입양법안(North Korean Refugee Adoption Act of 2011: H.R. 1464)'의 지지운동도 전개해야 합니다. 모두 아버지인 샘 한 대표가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입니다.

다행히 '탈북고아 입양법안'은 지난 9월 11일, 만장일치로 미국 하원 본회의를 통과하고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또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과 멕시코, 호주 등에서도 탈북 고아의 입양에 관심을 나타내며 입양 절차를 문의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조금도 쉴 틈 없이 활동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 식량 지원은 내년까지 북한 고아 1천800명 모두가 일 년 내내 하루에 두 끼를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더 한 이사의 가장 큰 목표인데요, 아직은 소수이지만 재단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가 그의 든든한 힘입니다.

- (뭐가 가장 힘드세요?)

[Arthur Han] 조직 구성하는 것, 사람 찾는 것, 후원자 찾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동안 아버지가 혼자서 재단을 운영하셔서 아버지가 너무 힘들었어요. 아버지가 너무 지쳐서 병원에 들어가고 치료가 끝나면 또 계속 일하려고 하고... 그래서 좋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요, 제가 이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체계적으로 운영해나갈 겁니다.

[Zachary Lopez] Arthur 이사는 아버지가 가진 열정을 공유했습니다. (샘 한 대표가 돌아가신 뒤) Arthur가 나에게 계속 재단을 위해 일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을 때 전 오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아버지의 일을 계속 이어가길 원했고, 아버지와 같은 마음, 같은 열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저도 계속 일을 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죠.

[이윤경] 저희는 늘 샘 한 대표를 아들인 Arthur가 재단을 이어받아서 할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기쁘고, 계속 아버님의 뜻을 받아들여서 좀 더 많은 북한 어린이를 도울 수 있도록 도울 겁니다.

자, 이제 시작입니다. 아니, 아버지의 꿈이 한 번도 멈췄던 것이 아니었기에 '시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무실 한쪽 벽면에 걸려 있는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고(故) 샘 한 대표의 미소는 마치 북한 고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한 아들에게 전하는 사랑과 고마움, 격려와 위로처럼 느껴지는데요,

이처럼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이 있는 한 북한 고아들의 행복한 미래를 간절히 바라는 고(故) 샘 한 대표의 소망은 앞으로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겁니다.

[녹취: Sam Han] 탈북 어린이들이 지금 제3국에서 매일 불안과 공포 속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사는 형편 아닙니까? 중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등에서 말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미국에 합법적으로 들여와 좋은 가정, 사랑받을 수 있는 가정에 입양할 수 있는 법안입니다. 이 법안이 통과돼 2만 명 이상의 탈북 고아가 미국에 와서 제가 받았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